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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정말로 메이저리그는 이승엽을 모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4.

한국시간 25일 오후 7시에 열리는 2008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위해 일본 도쿄로 날아간 보스턴 레드삭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일본 프로팀과 가졌던 연습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와 각각 한 경기씩 리턴 매치 형식으로 치러졌던 이번 연습경기는 모두 메이저리그 팀의 승리로 끝났다. 아무리 일본이 '스몰볼'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홈런수 9:0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보스턴과 오클랜드는 일각에서 착각(?)하고 있는 “투수들의 제구력과 변화구의 위력, 야수들의 기교와 작전수행능력과 참을성 등은 일본 야구가 메이저리그보다 더 낫다”라는 말이 얼마나 근거 없는 소리인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일본의 야구 저변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역시 메이저리그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엄청났다. 선수들의 기본기부터 시작해 모든 면에서 아직까지는 일본 프로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특히 보스턴과 오클랜드가 일본에 도착한 것은 21일, 그들은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22일부터 연습경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22일 경기에서는 한 점차의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지만, 23일 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의 ‘빅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었다. 데이빗 오티즈와 J.D. 드류가 가볍게 밀어서 담장을 넘기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일의 경기가 끝나면 그 관련 사진과 영상이 곧바로 관련 사이트에 업데이트된다. 가장 좋은 사진을 볼 수 있는 곳이 공식 사이트인 MLB.com이고 Yahoo Sports에서도 여러 곳에서 송고되는 다량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도 4번의 연습경기가 끝난 후 수백 장의 사진이 두 사이트에 올라왔다. 역시 메이저리그 사이트다보니 대부분 보스턴과 오클랜드 선수들의 사진이었다. 일본 선수들의 사진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사진을 찍을 때 옆에 서있거나 해서 같이 찍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단독 샷을 받은 선수가 전혀 없지는 않다. 가장 주목받는 선발 투수들은 첫 번째 투구 장면이 그 이름과 함께 꼭 한 장씩 올라와 있었다. 위의 사진은 오클랜드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우에하라 고지다.


선발 투수 외에 자신이 주인공이 된 사진이 메이저리그 사이트에 올라온 일본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수백 장의 사진을 모조리 찾아봤지만, 그러한 선수들은 딱 4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그 중 한 명은 한때 미네소타 트윈스의 외야수로서 꽤나 큰 기대를 받다가, 메이저리거로 성공하지 못하고 한신 타이거즈에 몸담은 류 포드다. 전직 메이저리거의 소식을 전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만, 보다시피 멋지게(?) 헛스윙 하는 장면이다.


류 포드를 제외한 한신 타이거즈의 선수는 가네모토 토모아키만이 유일하게 사진이 올라와있다.


요미우리의 경우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오클랜드 전에서 공을 때려내는 장면이 아주 멋지게 잡혔다. 하지만 미치히로의 사진도 이 한 장이 전부다.


이승엽과 4번 타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알렉스 라미레즈도 오클랜드 전에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는 장면이 올라와있다. 하지만 라미레즈의 얼굴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어떨까?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야후 스포츠에는 오클랜드 전에서 이승엽이 타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두 장이나 올라와 있다. 한국에 있는 이승엽의 안티들은 그를 두고 ‘메이저리그에서 이승엽은 듣보잡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두 장 이상의 사진이 올라 있는 타자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보스턴 전에서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로부터 선제 적시타를 때려낸 이승엽의 사진은 무려 4장이나 올라가 있었다. 너클볼을 때려서 안타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놀라웠겠지만, 그의 타석 때 미리부터 주목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처럼 한 장면에서 많은 사진이 찍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찍은 사진이 사장되지 않고 메이저리그 관련 사이트에 올라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언론에서도 이승엽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주목하고 있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사진의 장수가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미국에서 이승엽이라는 선수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의 정도는 충분히 대변해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 미국 시민에게 이승엽이라는 이름은 무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적어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나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은 의미 없지 않다. 차후 성공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 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꽤나 주목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이승엽이 메이저리그에서는 듣보잡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