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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보스턴 레드삭스의 연속 우승은 가능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26.

2008시즌 메이저리그가 일본 도쿄돔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개막전으로 멋진 포문을 열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6:5의 짜릿한 승부가 펼쳐진 이날 경기는 야구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시합이었다.


이번 개막전에 승리함으로써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의 7연승을 포함해 메이저리그 공식전에서 8연승을 기록 중이다. 큰 경기에서 보여주는 그들 특유의 집중력과 끈끈함은 상대팀을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2007년 포스트 시즌에서 레드삭스는 너무나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내년에도 이들을 이길 수 있는 팀이 나올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팀이 보유한 저력과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2008시즌을 맞이하면서 많은 이들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2연속 우승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두 번의 월드시리즈를 차지하며 2000년대 최강팀의 이미지와 함께 최고의 인기팀으로 떠오른 보스턴은,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팀이 되었다.


과연 2008년에도 최후에 웃는 팀이 보스턴 레드삭스가 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한 번 살펴보자.


▷ 긍정 혹은 부정(1) - 매니 라미레즈

작년에 보스턴의 간판타자, 아니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중 한 명인 라미레즈는 12년 만에 가장 나쁜 시즌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포스트 시즌에서의 활약으로 팬들에게는 용서받을 수 있었지만 2,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의 성적으로선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올해 라미레즈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아무리 매니(36)가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시즌 성적의 하한선은 2007년(20홈런 88타점)이 아니라 2006년(35홈런 102타점) 수준은 될 것이다’ 라는 의견과 ‘이미 라미레즈의 전성기는 지났다’라는 의견이다.


양쪽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 전 9년 동안 평균 40홈런 127타점을 기록해왔던 선수가 한 순간 무너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라미레즈라면 30대 후반이라 하더라도 3할 30홈런 100타점을 기본으로 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도 ‘욕심’이라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라는 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40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미국인이거나 또는 국적은 달라도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선수들이다. 라미레즈와 같은 히스패닉 계열의 선수들은 30대 후반까지 그 기량을 유지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한 하향세를 그리는 편이다. 매니라고 해서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매니 라미레즈 본인은 올해 체중의 감량까지 하고 2008시즌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자신이 레드삭스와 맺은 8년 계약(1억 6800만)이 끝나는 해다. 특이 하게도 이 계약에는 2009년과 2010년의 2년에 걸친 2,000만 불의 옵션이 걸려있다. ‘레드삭스맨’으로 남고 싶다는 매니로서는 올해의 성적이 내년 시즌 그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집중하는 매니는 그 누구보다도 무섭다.


▷ 최대의 적 - 부상

커트 쉴링은 어깨 통증으로 최소한 전반기 출장이 불투명하다. 자쉬 베켓도 15일자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어, 이미 개막전에 등판하지 못했고 그 덕에 최소한 2번의 로테이션을 거를 전망이다. 일본 프로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J.D. 드류도 갑작스런 부상을 당해 개막전 라인업에서 빠졌다.


이처럼 보스턴에게 드리워진 최대의 적은 바로 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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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링의 부상은 생각 이상으로 큰 부담이다. 비록 클레이 벅홀츠와 존 레스터라는 유망한 선발 요원들이 버티고 있지만, 쉴링이 건강한 상태에서 여유 있게 6선발을 돌리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아무리 유망한 신인이라고 해도 어깨를 보호할 차원에서라도 벅홀츠와 레스터에게 200이닝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펜의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보스턴 불펜진이 강하다 하더라도 자주 등판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다보면 과부화가 걸리기 마련이다.


베켓의 부상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팀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큰 부상이 아니라 4월 초면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워낙에 화려한 부상 전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2002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베켓이 200이닝을 소화한 것은 2006년이 되어서였다. 쉴링이 없는 상황에서 베켓이 부상으로 신음하며 10경기 이상을 거르게 된다면 레드삭스로서는 큰 타격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긍정적인 요소 - 못해도 2007년 보다는...

지난해 F학점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라미레즈만이 아니다. J.D. 드류, 코코 크리스프, 훌리오 루고 등도 그들답지 않은 부진함으로 팀 프런트의 속을 태웠다. 캡틴 제이슨 베리텍도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으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데이빗 오티즈도 전년도보다 홈런 수가 19개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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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보스턴 타자들 가운데 지난해 평소 실력 이상의 활약을 한 선수는 마이크 로웰 한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보스턴은 아메리칸 리그 3위에 해당하는 공격력을 자랑했고, 이것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설적으로 그것은 보스턴의 긍정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꼭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이 지난 3년 동안 보여줬던 것들의 평균 정도만 보여준다면 보스턴 타선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주력 선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상위권의 공격력을 보여준 팀이, 그들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떠한 화력을 보여줄까?


더스틴 페드로이아로 시작해 훌리오 루고로 끝나는 보스턴 타선은 정교함과 파워, 스피드까지 두루 갖춘 최고의 짜임새를 자랑한다. 이들 타선이 기본적인 역할만 해준다면 쉴링의 부상으로 다소 걱정스러운 투수력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 긍정 혹은 부정(2) - 마쓰자카

매니 라미레즈만큼이나 마쓰자카의 올 시즌도 확신할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2008년을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 개막전에서 보여준 마쓰자카의 모습은 극과 극을 달렸다.


1회와 2회에는 체인지업 외의 모든 구질이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으며 4개의 볼넷을 남발했고, 몸에 맞는 공과 와일드피치도 하나씩 있었다. 안타를 단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기에 2실점으로 끝났을 뿐,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랬던 마쓰자카는 3회부터 놀라울 정도로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3회 이후로는 10명의 타자를 맞아서 볼넷 하나만을 허용, 3개의 탈삼진을 포함해 모두 범타 처리했다. 외야로 날아가는 공도 하나뿐이었을 정도로 위력적인 피칭. 처음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 중에 자신을 추스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느 것이 마쓰자카의 본 모습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 경기에서 너무나도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던 마쓰자카. 이러한 기복은 지난해 시즌 내내 보여주었던 들쑥날쑥한 피칭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마쓰자카가 전문가들의 기대대로 20승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4점대 방어율의 투수로 남을 것인지에 따라 보스턴 선발진의 무게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 지구 1위를 사수하라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딱 한 가지, 바로 포스트 시즌 진출 티켓이다. 이미 작년에 포스트 시즌에서의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바 있다. 정규시즌에는 힘들고 어려울지 몰라도 막상 그 고비만 넘긴다면 단기전에서 그들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팀은 드물다.


보스턴에는 역대 최고수준에 가까운 ‘포스트 시즌용’ 원투펀치, 자쉬 베켓과 커트 쉴링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번의 포스트 시즌에서 모든 단기전을 승리로 이끌며 6승 2패 1.73의 방어율을 기록 중인 베켓과, 19경기에서 11승 2패 방어율 2.23의 좋은 성적을 자랑하는 쉴링의 존재는 너무나도 든든하다.


결국 그들의 과제는 지구 라이벌 뉴욕 양키스를 뛰어넘어 디비즌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는 아메리칸 동부지구 2위였지만 와일드카드를 무난히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해 중부지구와 서부지구의 1위였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LA 에인절스를 제외하고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전력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상 만만치 않은 저력으로 바로 아래에서 버티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있고, 시범경기 1위 팀인 템파베이 레이스는 젊은 피로 무장한 채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전력으로 맹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다. 지구 2위로 내려앉았다가는 다른 지구 팀들과의 승률 경쟁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뉴욕 양키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수다. 양키스도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지만 선발진의 능력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게다가 이제는 예전처럼 양키스를 추격하는 입장이 아니라 디펜딩 챔프로서 모든 팀들의 목표가 되는 입장이다.


여전히 보스턴은 강하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 만큼 낙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도 존재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보스턴의 2연패 도전의 성공 가능성은 2000년대가 시작한 이후 그 어떤 팀들의 도전보다도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