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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박찬호 행운의 메이저리그 입성~!!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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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
이 따랐다.


이런 상투적인 멘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많은 팬들에 하늘이 감동이라도 받은 것인지, 비를 뿌려서 박찬호를 메이저리그로 끌어올렸으니 말이다.


오늘(한국시간 4월 3일) LA 다저스의 경기 박스 스코어를 지켜본 이라면 다들 놀랐을 것이다. 나도 첨엔 당황스러웠으니까.


오늘 예정되어 있던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채드 빌링슬리. 하지만 어이없게도 궈홍즈가 선발로 등판했다. 게다가 빌링슬리는 5회에 나와 원아웃만 잡고 내려갔으며, 그 뒤를 이어 5선발 에스테반 로아이자까지 올라와 2.2이닝을 던졌다. 대체 무슨 일이까?


이유인즉슨 이렇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다저스타디움은 폭우로 인해 경기가 중지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지난 50년 동안 19번 밖에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 그런데 그 사건이 바로 오늘 벌어진 것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날씨가 심상찮았다. 따라서 경기 중단을 우려한 양팀 감독은 예고한 선발 투수 대신 롱 릴리프를 선발로 내세웠다.(상대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선발은 원래 팀 린스컴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어서 날씨가 괜찮을 것처럼 보이자 그 때서야 토레는 5회에 빌링슬리를 마운드에 올린다. 하지만 원아웃 상황에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경기는 72분 동안이나 중단되었다.



빌링슬리의 어깨를 염려한 토레는 경기가 재개되자 빌링슬리 대신 5선발 로아이자를 등판시켰다. 결과적으로 2명의 선발을 동시에 기용한 것. 3루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야수를 늘리고 투수진을 11명으로 가져갔던 다저스로서는 앞으로의 일정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롱릴리프인 궈홍즈를 비롯한 2명의 선발 투수까지 당분간 등판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


결국 다저스는 별 필요 없이 부상 선수들을 대신해 로스터에 들어있었던 앙헬 차베스를 웨이버로 공시하고 박찬호를 빅리그로 불러들이기로 결정했다. 내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식 콜업될 것이다.


박찬호로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운 셈.


게다가 일단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상, 자신이 호투하기만 한다면 마이너리그로 다시 내려갈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5년 이상 뛴 베테랑 선수들은 마이너 행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다저스측에서 그에게 마이너리그 행을 요구한다면, 박찬호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저스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그를 데리고 가거나, 웨이버로 공시해 다른 팀에서 데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되던 박찬호에게 나쁠 것은 없다.


예상치도 못한 행운으로 기회가 왔다. 선발 등판 기회가 있을 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구원이라 하더라도 등판기회는 있을 테고, 거기서 실력을 보여주면 이후의 행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