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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아듀, 2007 메이저리그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0. 30.

보스턴 레드삭스가 시리즈 전적 4-0으로 콜로라도 로키스를 제압하면서, 2007년 메이저리그의 공식 일정은 모두 막을 내렸다. 우승의 기쁨을 맛보며 기뻐하는 이들도 있고, 패배의 아픔을 느껴야만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흥미진진한 시즌이 드디어 끝났다.


시즌을 정리하며 (1) 간략한 2007시즌의 평가 (2) 스토브 리그 상황 (3) 2007 대기록의 순간들 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칼럼을 이어서 전개해볼까 한다. 우선 첫 번째로 간단한 시즌 정리와 함께 각 팀들의 평가를 해본다.


▷ 명실상부한 최강 보스턴 레드삭스

준추전국 시대였던 2000년대를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가 제압하는 분위기다. 2004년에 이어 월드시리즈 8연승으로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일구어낸 보스턴은 90년대 말의 뉴욕 양키스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정규 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의 보스턴이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지적하며, 세찬 돌풍을 예고하기는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은 정말 강했다. 양키스가 시즌 초반 삐걱 거리는 사이에 먼저 치고 나간 보스턴은 5월 중순까지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질주했다.


이후 양키스의 대추격전을 벌이며 승률을 많이 까먹긴 했지만, 결국 정규시즌 최다승 팀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월드시리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디비즌 시리즈(vs LA 에인절스)와 월드 시리즈(vs 콜로라도 로키스)에서는 그들의 압도적인 강함을 만방에 자랑했고, 리그 챔피언십 결정전에서는 1승 3패 후 3연승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제압해 그들의 끈기와 승리를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


거금을 들여 야심차게 영입한 두 FA 선수 J.D. 드류(5년 7000만)와 훌리오 루고(4년 3600만)가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지만, 2년 전 플로리다 마린스에서 트레이드 해온 자쉬 베켓과 마이크 로웰은 시즌 내내 투-타의 기둥으로 팀을 이끌더니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의 주역이 되어 각각 리그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15승 투수 마쓰자카와 최강 셋업맨 오카지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보스턴은 포스트 시즌 진출 자체가 불투명했을 지도 모른다. 신인왕 후보인 더스틴 페드로이아와, 포스트 시즌에서 빛을 발한 제이코비 엘스버리, ‘노히터’ 클레이 벅홀츠 등의 신인들의 가세도 큰 힘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2002년 당시 29살이던 테오 엡스타인이 보스턴 단장으로 부임한 이후 2번째 우승이다. 비록 FA영입에는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맛보고 있지만, 마이너리그 육성과 트레이드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엡스타인 단장과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호흡을 맞추는 한 보스턴은 꽤나 오랫동안 그들의 전성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 드라마와 기적이 난무한 시즌

이번 시즌은 수많은 드라마와 기적이 만들어진 시즌이다. 비교적 지구 1위 팀의 윤곽이 일찌감치 가려진 아메리칸 리그에 비해, 내셔널 리그는 9월 중순까지도 4장의 티켓을 놓고 무려 9팀이 각축을 벌였다. 역대 그 어느 때보다도 포스트 시즌 진출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극적으로 승리한 팀들은 기뻐했지만 패배한 팀들은 씁쓸하게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 소속의 칼럼리스트 18명은 각자의 시즌 전망을 내놓았다. 이들 중 14명으로부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것이라는 호평을 들은 보스턴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 챔프로 등극했고, 마찬가지로 14명의 전문가들로부터 지구 1위든 와일드카드이든 포스트 시즌에는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 뉴욕 양키스와 13명으로부터 같은 평가를 받은 LA 엔젤스는 예상대로의 전력을 과시하며 가을 잔치에 초대 받았다.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팀도 있다. 무려 13명이 LA 다저스가 내셔널 리그 서부지구 타이틀을 차지할 것이며 그 중 6명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12명의 전문가가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 우승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10명은 내셔널 리그 동부지구의 패자는 뉴욕 메츠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팀들은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단 4명만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예상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젊은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를 타며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뒤, 양키스를 디비즌 시리즈에서 격침시키고 보스턴까지도 거의 침몰 직전까지 내몰아 아메리칸 리그 돌풍의 핵으로 올 시즌을 풍미했다.


반면 내셔널 리그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막대한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끌어 모으기는 했으나, 그 결과에는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었던 시카고 컵스를 중부지구 1위로 낙점한 이는 단 2명, 5명의 지지를 받은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9월에 역사상 최고의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뉴욕 메츠를 따돌리고 동부지구 타이틀을 쟁취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팀은 역시나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18명 중 지구 1위는커녕 그들이 와일드카드를 따낼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단 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콜로라도의 선전은 의외의 결과였고, 그랬기에 거칠 것 없는 연승행진은 더더욱 놀라웠던 것이다. 보스턴에게 어이없을 정도로 허망하게 패하는 바람에 ‘기적의 팀’이라는 별칭이 무색해지긴 했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을 통해 그들은 내년 시즌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강팀이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 스몰 마켓 팀들의 반란과 빅마켓의 몰락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8개 팀 중 3개 팀은 팀 전체 연봉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속하는 팀들이었다. 양키스를 무너뜨리고 보스턴과 접전을 펼친 클리블랜드는 23위, 내셔널 리그 챔피언 콜로라도는 25위, 애리조나도 26위에 해당하는 투자로 좋은 결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특히 이들 세 팀은 모두 양대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며 스몰 마켓 팀의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이 밖에도 24위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끝에 패하기는 했으나,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문턱까지 갔었고, 28위와 29위에 올라있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플로리다 마린스는 마지막에 메츠에게 5패(1승)를 안기면서 대 역전극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반면 1위 양키스와 2위 보스턴 5위 에인절스를 제외한 상위권 연봉 팀들은 대체적으로 성과가 미미했다. 3위의 팀 페이롤을 자랑하는 메츠는 ‘최악의 비극’을 몸소 체험하는 주인공이 되어야만 했고, 4위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시즌 초반 타격의 붕괴를 겪으며 일찌감치 레이스에서 탈락했다. 3위부터 13위까지의 팀들 중 2팀을 제외한 9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이 중 4개 팀은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즌 중반 합류한 로져 클레멘스의 연봉까지 합친다면 총액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뉴욕 양키스는 비록 막판 스퍼트로 와일드카드를 획득하기는 했으나, 디비즌 시리즈에서 팀 연봉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클리블랜드에게 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2위인 보스턴보다 5000만 달러 이상의 돈을 투자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제 몫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


결국은 조 토레 감독이 옷을 벗어야만 했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마저 팀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나란히 충격적인 실패를 경험한 양키스와 메츠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지도 이번 오프 시즌 기간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 역대 최고의 흥행 돌풍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이지만, 대사건과 대기록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시즌이라 흥행 면에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즌 막판에 플로리다 마린스의 관중 조작 사건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런 몇몇 사례를 감안하고서라도 충분히 성공한 시즌이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가 11년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해 오랜 만에 증흥기를 누렸지만, 메이저리그의 통계를 보면 역시나 시장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팀은 바로 뉴욕 양키스로, 81번의 홈경기에서 양키스타디움을 찾은 관객수가 무려 427만 명이 넘는다.(평균 53,000여명) 양키스는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평균 관중 5만 명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으며, 385만 관중을 불러 모아 2위에 오른 LA 다저스는 31년 연속으로 평균 3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월드시리즈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도 4년 연속 전경기 매진을 기록하는 등 정규시즌 388경기 연속 매진 기록하고 있다. 매번 정원 이상이 꽉 들어차는 펜웨이파크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가 않을 정도. 올해는 거의 300만 명에 달하는 총관중수를 기록해 구단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관중 수 대략 7,900만 여명(내셔널 4400만, 아메리칸 3500만),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32,700명에 달한다. 4년 연속 최다 관중 동원 기록 갱신이고, 팀별로도 양키스와 다저스, 레드삭스를 비롯한 8개 팀이 역대 구단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야말로 메이저리그의 르네상스가 다시금 도래한 것이다.


최고의 흥행, 각종 대기록, 극적인 드라마와 명승부들이 펼쳐진 2007시즌.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꽤나 뚜렷한 족적을 남긴 멋진 시즌이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