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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려면 이것부터 바뀌어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12.

야구팬들에게 2008년은 4월부터가 시작이다.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가 본격적으로 개막을 하는 시기이기 때문.


야구에 미쳐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야구가 없는 날은 뭔가가 허전하다. 꼭 볼일 보고 나서 닦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최근 롯데의 선전과 더불어 한국 프로야구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선수기용이나 작전도 참으로 맘에 들고, 쿼드러플A(트리플A와 메이저리그의 사이)급 타자인 카림 가르시아와 ‘대한민국 넘버원’ 이대호의 활약도 무척 만족스럽다.


아마 롯데의 비상은 이번 2008년을 프로야구의 흥행에 크나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년 만에 4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던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 그 이상의 흥행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야구의 시스템을 보고 있자면 부족한 부분이 엿보인다. 특히나 그 자체로 흑자 운영이 가능한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그런 면에서 로이스터의 등장은 꽤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야구의 특성상 야구라는 스포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시기상조이겠지만, 그 토대가 될 만한 기본적인 여건들은 충분히 만들 수가 있다. 물론 감독과 구단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이제는 좀 발전된 시스템으로 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지 않는가?


매번 나오는 ‘한국 프로야구의 영세성’이라는 소리는 지긋지긋하다. 세계 10위권(또는 그 근처)의 경제대국의 프로 스포츠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웃기는 소리다. 출범 시기의 불합리했던 점들을 아직까지 고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럼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많고 많은 방법들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시급해 보이는 그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먼저 언급해본다.


1. 경기 시간을 줄여라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의 평균 경기 시간은 약 3시간 25분, 반면 메이저리그는 약 2시간 45분 정도였다. 연장전에 돌입하면 승부가 날 때까지 경기를 하는 메이저리그가 오히려 40분가량이나 짧다.


국내 프로야구가 경기 시간이 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때문이다.


첫째, 투수들의 인터벌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인터벌 규정은 15초인데 그것도 길다며 10초로 줄이기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우습게도 국내 규정은 12초, 메이저리그보다 더 짧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가운데 국내 투수들의 인터벌이 메이저리그 투수들보다 짧다고 느껴본 적 있는가? 투수들이 규정을 아주 우습게보고 있으며 그것을 지적하는 심판도 드물다.


둘째, 투수 교체가 너무 잦다. K 모 감독을 주축으로 한 국내 일부 감독들은 ‘원 포인트 릴리프’라는 것은 매우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굉장히 보기 드문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감독에 따라 한 명의 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스페셜리스트를 기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자제하는 편이다. 투수교체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1이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잦은 투수교체는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연습투구 규정마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심판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그것을 구경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공수교대에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매 이닝마다 공수교대를 할 때도 2분 30초 이상의 시간이 소모된다. 메이저리그나 일본에 비해 1분이나 길다. 당연히 자연스레 18분이 추가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소망이 하나 있다면. 국내 외야수들이 공수 교대 시 약간의 땀을 흘릴 정도의 속도로 외야로 뛰어나가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볼넷을 얻고 걸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맨이라는 이들이 뛰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은 보고 있기 역겹기까지 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위의 세 가지 상황에서 소모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왜 그럴까? 투수 교체를 자주하면 상대 타자들을 흔들기에 무척 용이하다.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는 것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가 쉬워 결국은 투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이다. 공수교대 시 천천히 걸어가면 공격하려는 팀의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체력도 회복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팬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국내 감독들이 가장 무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의 계획에 팬들은 없다. 국내 지도자들이 내세우는 스포테인먼트? 웃기는 소리다(특히 K감독). 팬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런 경기 운영을 한단 말인가? 지더라도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하는 것. 이것이 프로야구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는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있고, 몸소 실천하고 있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승리하기만 하면 팬들은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라는 감독들의 그릇된 인식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의 팬들만 환호한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10년후는? 20년 후는 누가 박수를 쳐줄 것인가. 많은 청소년들이 저런 감독들의 짜증나는 경기운영이 싫어 다른 스포츠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왜 인식하지 못한단 말인가.


이것(경기시간 단축)은 결국 구단(또는 KBO)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야구는 TV 중계와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는 특히 미디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야구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는 것은 TV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시간을 3시간 내로 줄이는 것은 지금 한국 프로야구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지상과제와도 같다 .그래야 공중파에서 중계를 해준다. 평균적으로 3시간 내에 경기가 끝난다면 예외는 있겠지만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어쩌고저쩌고’ 하는 마무리 멘트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치고, 지루한 경기 운영을 하지 않으면 시청률도 자연스레 올라가기 마련이다. 야구 중계를 보던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감독들의 시간끌기가 지겨워서’가 아니던가.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3시간 만에 18번의 광고가 들어가는 야구는 광고주로서도 무척을 느낄 것이다.(이것이 미국에서 야구가 광고주들에게 사랑받고 미디어에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다) 왜 이러한 면을 활용하지 못한단 말인가?


경기 시간을 3시간 이내로 줄여라.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지겨운 ‘영세성’ 타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승리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프로 스포츠의 감독들이 목표해야 할 지향점이다.


2. 팀 이름과 구장 이름을 바꿔라

지난겨울에도 한 팀의 이름이 바뀌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우리 히어로즈로 바뀐 것. 현대가 팀을 매각한 것은 그렇다 치고 유니콘스가 사라졌다는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물론 이번은 예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타이거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팀은 모기업이 바뀌면 팀의 이름과 별칭이 한꺼번에 바뀌어 왔다.


이것 역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무엇보다 팀명이 모기업의 이름으로 바뀐다는 것 자체가 선진 프로 스포츠로의 흐름과는 전혀 걸맞지 않다. 오히려 이 점은 프로 축구에게서 배워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자이언츠가 되어야한다. KIA 타이거스는 광주 타이거스가, LG 트윈스와 두산 베이서는 서울 트윈스와 서울 베어스가 되어야한다.


모기업의 광고판 성격을 띠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모기업의 광고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팀명으로 나타내지 않더라도 모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경기장은 ‘밀러 파크’이며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은 ‘쿠어스 필드’다. 구장의 이름만 봐도 모기업이 맥주 회사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밀워키 어느 지역에 있다고 해서 구장 이름을 그 동네로 정하지 않았다.


도대체 ‘사직구장’이란 이름으로 사직이라는 동네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냥 경기장의 위치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는 것 정도? 프로 야구가 열리는 각 홈구장들은 매일 TV와 신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광고가 된다. 그런데 겨우 그러한 이점을 동네 이름으로 소비한다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다.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구장’은 ‘부산 자이언츠의 롯데구장’으로 바뀌면 된다. ‘우리 히어로즈의 목동야구장’은 ‘서울 히어로즈의 우리야구장’이 되면 된다. 모기업의 홍보는 이것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어차피 선수들의 유니폼 자체가 광고판인데, 굳이 팀 이름까지 기업이름으로 정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각 구단의 모기업들이 자신들의 비용으로 구장을 지을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간다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매년 막대한 금액을 구장 사용료로 지자체에 내고 있는 그들이 구장 이름을 자신들의 기업이름으로 사용한다는 것 정도는 협상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미 자이언츠는 롯데라는 그룹의 것이 아닌 부산 시민들의 것이다. 타이거즈도 라이온즈도 마찬가지. 필요에 따라 연고이동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팬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도 도약을 꽤할 때가 왔다. 하나씩 바꿔보고 도전해보고 실천해야 할 때다. 단순한 ‘메이저리그 따라잡기’가 아닌 좀 더 발전된 '한국의‘ 프로야구가 되기 위해서...



(P.S.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100주년까지는 무리겠지만, 적어도 한국 프로야구 50주년 기념 경기는 경기장에서 꼭 관람하고 싶으니까... 50년 아니 더 나아가 100년 이상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로 야구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길 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