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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최고 방망이' 디트로이트와 콜로라도의 '최악의 침묵'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8.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했던가.



양대 리그 최고의 타격 팀으로 꼽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의 방망이가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 리그의 득점 1위는 뉴욕 양키스(경기당 평균 5.98점), 내셔널 리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5.51점)였다. 그리고 그들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던 팀이 바로 디트로이트(5.48점)와 콜로라도(5.28점)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오프 시즌 동안 미겔 카브레라와 에드가 렌테리아를 영입하면서, ‘이미 타격에서는 양키스를 뛰어넘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한 명에게 크게 의존하는 양키스 타선에 비해 짜임새와 균형에서 한층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


하지만 현재까지 디트로이트는 지금까지의 6경기를 모두 합쳐 15득점(평균 2.5점-아메리칸 리그 최하위)에 그치는 빈타에 허덕이며 6연패,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유일한 팀으로 남아있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단 한 곳도 쉬어갈 곳이 없다는 평가를 들었던 팀이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상대 투수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


1번 타자 커티스 그랜더슨의 부상이 뼈아프긴 하지만, 그 한 명 없다고 이렇게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카브레라 때문에 주전에서 밀렸다가 그랜더슨 대신 출장하고 있는 브랜든 인지(2홈런 4타점)와 1루수 카를로스 기옌(20타수 8안타) 분전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방망이 돌아가는 소리가 시원찮다. 특히 18타수 2안타(.111)에 그치고 있는 카브레라와 시범경기 홈런왕 이반 로드리게스(23타수 4안타)의 부진이 뼈아프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디트로이트보다 더하다. 8일(한국시간) 애틀란타와의 시합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고작 12득점(평균 1.71점)에 그쳐 30개 팀 가운데 꼴찌다. 팀 성적도 2승 5패로 좋지 않다. 팀타율이 .209에 불과할 정도로 타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메이저리그 최약체 타선으로 평가받았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7경기 16득점)보다도 저조한 성적이다. 아직까지 한 경기에서 4득점에 성공한 적이 없었을 정도. 투수력보다 타격의 힘으로 승리하는 팀이 이래서야 이길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애틀란타 전에서 역전 투런포로 팀의 승리를 견인하긴 했지만 팀내 최고타자인 맷 할리데이(.192)와 신인왕 트로이 툴로위츠키(.207)가 특히 부진하다. 과연 이 팀이 지난해 4명의 25홈런 타자와 5명의 90타점 선수를 보유했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


물론 이들 두 팀의 방망이가 시즌 내내 지금처럼 침묵을 지킬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아메리칸 리그의 최약체로 예상되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5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시즌 초반 이변이 속출되고 있다. 디트로이트와 콜로라도의 초반 타격 부진도 이러한 일시적인 이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불이 붙기만 하면, 그 어떤 팀보다도 무서운 화력을 자랑할 저력이 있는 팀들이기 때문.


하지만 야구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이변과 약체팀의 반란 그리고 강팀의 몰락이 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 아니던가.


주력 선수들이 여전히 건강한 콜로라도는 몰라도 그랜더슨에 이어 게리 셰필드까지 부상을 당해 맘을 졸였던 디트로이트는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디트로이트의 행보는 지난시즌 초반 최강 타선으로 예상되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선의 몰락 과정과 매우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