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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차이?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0. 23.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신인 감독으로 선임된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의 트레이 힐먼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수준은 거의 같다는 발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일본 프로야구 출신 감독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나는 이곳(일본)에서 메이저리그 감독을 5년 동안 한 것과 같다"라고 말하는 힐먼 감독의 모습에서 경험없는 감독에 대한 연민까지 느껴질 정도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몇 가지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그에 대한 답을 대신하려 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펄펄 날고 있는 마이너리그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 선수 출신 메이저리거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성공했던 선수는, 시애틀의 이치로 스즈키와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 그리고 지금 월드시리즈에 올라 있는 콜로라도의 마쓰이 가즈오 이렇게 3명이다.(일단 타자만)


아래의 표는 그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3~4년의 종합 성적과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의 성적을 똑같이 140경기를 뛰었을 경우로 환산하여 나타낸 것이다.(이들이 일본에서 뛸 당시 일본 리그는 140경기를 치렀었다. 지금은 144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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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 역대 일본 출신의 선수들 중에서 이 정도의 적응력을 보여준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장타는 포기해야만 했다. 장타개수를 줄이고(이치로는 빅리그에서 장타 비율이 가장 낮은 선수 중 한명이다) 극단적으로 끊어 치는 타법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성적 하락은 감수해야만 했다.


빅리그에서도 쓸만한 5번, 또는 최고의 6번 타자로 평가 받고 있는 마쓰이 히데키의 일본 성적은 속된말로 장난이 아니다. 저 .655라는 장타율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의 3년 평균이다. 그런 그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홈런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타율-출루율-장타율에서 엄청난 하락을 감수해야만 했다.


마쓰이 가즈오는 정확도-파워-스피드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의 일본 시절 성적은 결코 이치로에 뒤처지지 않았으며 빅리그 진출 전에는 ‘능가했다’는 평까지 받기도 했다. 그랬던 가즈오는 메이저리그에 와서 그저 그런 선수로 지난 4년을 지내야만 했다.


그나마 이들은 나은 편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급 플레이어로 뛰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몇 년간 수십 명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성공의 기쁨을 맛본 선수는 극히 드물다. 올해에도 마쓰자카를 비롯한 몇 명의 스타급 선수들이 빅리그에 도전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15승을 거둔
마쓰자카는 당초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충분히 성공한 케이스라 평가할 수 있다. 첫 해에 곧바로 200-200을 달성했고(204.2이닝 201탈삼진), 포스트 시즌 경험까지 쌓으며 우승을 노리고 있으니 내년시즌이 더 기대된다.


하지만 마쓰자카에 대한 대항마로 양키스에서 영입한 이가와 게이는 6.25의 방어율로 무너져 내렸다. 이가와는 지난 해 일본에서 14승 9패 2.97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선수였다. 2003년에는 20승(2.80)을 거두며 사와무라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일본에서 10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최고의 공격형 3루수라는 평을 들었던 이와무라 아키노리(템파베이)는 올 시즌 123경기에 나서서 7홈런에 그치고 말았다. 3년 동안 282개를 기록했던 타점은 올 시즌 34개에 그쳤다.


물론 성공 사례도 있다. 특히 사이토 다카시(2승 1패 39세이브 1.40)와 오카지마 히데키(3승 2패 5세이브 2.22)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셋업맨이나 마무리 투수의 경우에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도 투수력에 있어서만큼은 제법 메이저리그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프로야구에서의 성공이 빅리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며(성공 가능성도 많이 낮고) 타력에 있어서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니혼햄을 2년 연속으로 저팬 시리즈에 진출시킨 힐먼 감독,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 한 마디로 구설수에 올라 괜시리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능력은 내년 시즌 로열스의 지휘봉을 잡고 난 후 성적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