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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우리의 청춘은 끝나지 않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20.

40대에 현역 야구 선수로 뛴다는 것. 그것은 정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과도 같은 ‘불사조’ 박철순, 그리고 그 박철순이 가지고 있던 최고령에 관한 기록을 모두 깨뜨린 한화의 송진우가 팬과 선수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년이 넘도록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기량과 꾸준한 몸 관리. 대부분의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40대에 현역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다. 분명 그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비교적 40대에 현역으로 뛰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서 그런 것일 뿐 비율로 따지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령 ‘플레이어’였던 훌리오 프랑코(1958년생)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초대받지 못해 50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일단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던 로저 클레멘스(1962년생)는 사실상 은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재되어 있는 850여명의 선수들 가운데 만 40세를 넘긴 선수는 모두 14명, 그 가운데 투수가 12명이고 타자는 2명이다.


1) 제이미 모이어(1962.11.18)

프랑코와 클레멘스가 없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발 제이미 모이어다. 현재 나이 만 45세.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피칭에 눈을 떴던 모이어는 지금도 건강하게 필리스 선발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모이어의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81.1마일(약 시속 130킬로)이었다. 그런 느린 공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거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모이어의 뛰어남을 반증한다. 통산 231승(현역 5위) 178패 방어율 4.22를 기록 중이며, 올해를 끝으로 필리스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터라 은퇴의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지 못했다는 점이 모이어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올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2) 랜디 존슨(1963.9.10)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함께 국내 야구팬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투수는 랜디 존슨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랜디의 기량은 예전 같지 않다.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5이닝 3실점(비자책)의 나쁘지 않은 모습을 선보였지만, 허리 부상이 심각한 수준이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통산 284승(150패)을 거두고 있는 랜디는 300승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에 불타며 선수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탈삼진은 앞으로 50개만 추가하면 로저 클레멘스(4672개)를 재치고 역대 2위에 오를 예정이며, 5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통산 3.22의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향후 랜디의 명예의 전당 입성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3) 케니 로저스(1964.11.10)

64년생인 타이거스의 케니 로저스는 아메리칸 리그의 최고령 선수다. 20승에 도달해 본 적도 없고 사이영상을 거머쥔 적도 없었으며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해 본 적도 없는 선수. 그럼에도 20년 간 꾸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지금까지 211승(146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로저스는 두 번의 큰 사건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1994년 7월 28일 켈리포니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퍼펙트 경기를 펼친 로저스는 역대 14번째 완전시합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2006년 포스트 시즌에서는 23이닝 무실점의 화려한 피칭을 선보였으나, 사실 그것은 손바닥에 이물질을 바른 채 만들어진 부정 투구라는 의혹(확증에 가까운)을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4) 마이크 팀린(1966.3.10)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의 마이크 팀린은 지난해까지 17년 동안 메이저리거로 활약하면서 변변한 상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선수다. 마무리로 뛰던 시절도 있었으나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커리어의 대부분을 셋업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팀린은 행운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무려 4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 현역 선수 가운데 양키스에서 뛴 적이 없으면서도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팀린이 유일하다. 올 시즌은 현재까지 5경기에 나와 3.1이닝 동안 7실점 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내년 시즌의 거취가 불투명해 보인다.


5) 탐 글래빈(1966.3.25)

현역 선수 가운데 단 두 명밖에 없는 300승 투수, 그리고 2번의 사이영상과 5번의 20승이라는 화려한 경력. 메이저리그 역사상 글래빈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좌완 투수는 단 세 명(워렌 스판, 스티브 칼튼, 에디 플랭크)뿐이다. 통산 303승 200패 방어율 3.50을 기록 중인 글래빈은 랜디 존슨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좌완이다.


6) 그렉 매덕스(1966.4.14)

통산 349승(역대 9위) 215패 3.12의 방어율. 4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과 17번의 골드 글러브. 22년 전 20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그 해 리그에서 가장 어린 선수로 기록에 남았던 선수가 이제는 전설이 되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지 않을까.


7) 팀 웨이크필드(1966.8.2)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비율(약 13%) 자체가 높지 않아서 그렇지, 평균 구속만 따진다면 웨이크필드는 모이어보다 더하다. 지난해 웨이크필드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약 74마일(약 시속 120킬로)가량. 너클볼의 특성상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복이 심하긴 하지만, 14년째 보스턴의 선발 투수로서 마운드를 굳게 지키고 있다.


통산 성적은 169승 146패 방어율 4.33에 불과하지만, 희귀한 너클볼 투수 웨이크필드는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보스턴에는 웨이크필드와 팀린 그리고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커트 쉴링까지 포함해 3명의 40대 투수가 뛰고 있다.


8) 존 스몰츠(1967.5.15)

존 스몰츠는 1996년 24승을 거둬 2002년 같은 승수를 기록한 랜디 존슨과 함께 현역 선수 가운데 단일시즌 최다승을 기록한 선수다. 하지만 2002년의 랜디 존슨이 포스트 시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것과 달리, 96년의 스몰츠는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견인하며 4승을 추가해 1년 만에 28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승과 15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된 스몰츠. 하지만 그 이전에는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로 더더욱 유명했었다. 통산 포스트 시즌에서 40경기(27선발)에 등판해 207이닝을 던진 스몰츠는 15승 4패 4세이브 194탈삼진 방어율 2.65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승과 탈삼진은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이다.


9) 덕 브로카일(1967.5.16)

통산 44승 43패 8세이브 방어율 3.96의 통산 성적을 기록 중인 브로카일은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고 꼭 팀에 필요한 핵심 선수라고 하기도 힘들다. 오히려 1986년 1라운드출신의 선수(전체 12위)로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실패한 유망주 출신이고, 한때는 팔꿈치에 큰 부상을 입어 선수생명이 위태롭기도 했었다.


유망주 시절을 거처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는 데 6년이나 걸렸고, 이후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3년을 허송세월해야 했던 브로카일은 41살이 된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거로 남아 있다. 올해는 25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휴스턴에 입단, 현재까지는 9경기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팀의 셋업맨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10) 루이스 곤잘래스(1967.9.3)

2001년 기적과도 같았던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루이스도 전성기가 늦게 찾아온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199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빛을 본 것은 신생팀 애리조나에 몸담으면서부터였다. 그 때부터 5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하는 등 봄날을 맞았으나 나이가 있었던 만큼 그 기간이 길지만은 않았다.


올해 루이스는 2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플로리다에서 제 4의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나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인 플로리다에서 루이스는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엔 348홈런 1395타점의 통산 성적이 많이 부족해 보여 아쉬움이 남는다.


11) 트레버 호프만(1967.10.13)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역대 통산 세이브 1위의 기록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는 호프만의 이름은 알고 있을 것이다. 호프만은 올 시즌 초반 한 번의 블론세이브를 포함해 2패(방어율 8.10)를 당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는 되살아날 것이며 화려했던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할 것이라 믿는다.


12) 탐 고든(1967.11.18)

미국 현지에서는 Flash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한 탐 고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스윙맨으로 활약했던 캔자스시티 시절, 선발과 마무리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명성을 얻었던 보스턴 시절, 이후에도 여러 팀을 거치며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그는 올해 메이저리그 20년차다.


하지만 고든도 세월을 이기긴 힘든지 다소 부진했던 지난해(4.73)에 이어 올해(9.45)도 현재까지 무척 불안하다. 내년에 걸려있는 450만 달러의 옵션을 필라델피아가 실행하기를 원한다면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개인 통산 3.94의 방어율로 133승 123패 157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13) 켄 머커(1968.2.1)

1986년 브로카일보다 앞선 전체 5픽으로 애틀란타에 지명된 켄트 머커는 정말 운이 없는 선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유망주로 3년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으나 팀에 그가 들어갈 만한 선발 자리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셋업맨으로 4년을 보내야 했고, 이후 겨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으나 이미 그 때는 감을 잃어버린 후였다.


2006년을 끝으로 FA가 되었으나 그를 원하는 팀은 없었고, 1년을 쉰 후 올해 신시네티 레즈의 스프링 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 힘든 관문을 뚫고 다시금 메이저리거가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첼 레포트에 이름을 올리며 명성에 먹칠을 한 터라 명예회복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 맷 스테어스(1968.2.27)

메이저리거치고는 상당히 작은 175센티의 키에 95킬로가 넘는 몸무게. 그렇지만 스테어스는 엄청난 펀치력을 보유한 메이저리그 굴지의 파워히터다.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던 1999년에는 38홈런을 기록한 적도 있을 정도. 선구안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정교함을 갖추지 못했고, 부상도 잦은 편이라 톱스타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오클랜드에서의 전성기를 마친 후로는 붙박이 주전보다는 외야와 1루, 지명타자 등을 오가며 팀의 필요에 따라 활약하는 조커의 역할을 주로 해왔고, 지난해부터는 토론토에 몸담고 있으면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년(21홈런 64타점)의 좋은 성적 때문에 2년 계약을 보장받아 내년에도 현역으로 남아 있을 예정이며, 현재까지 통산 242홈런 818타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