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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공신력을 잃어가는 MLB 골드 글러브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7.


2007년 각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그렉 매덕스가 역대 최다인 17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았고, 이반 로드리게스는 13번째 수상으로 ‘오즈의 마법사’ 아지 스미스와 동률을 이루며 4번째로 많은 황금 장갑을 보유하게 되었다. FA 대박을 노리는 앤드류 존스는 10년 연속, 이치로와 토리 헌터도 7년 연속으로 선정되며 최강 외야 수비 3인방의 명성을 재확인 시켰다.



AL

NL

투수

요한 산타나(MIN)

그렉 매덕스(SD)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DET)

러셀 마틴(LAD)

1루수

케빈 유킬리스(BOS)

데릭 리(CHC)

2루수

플라시도 플란코(DET)

올랜도 허드슨(ARI)

유격수

올랜도 카브레라(LAA)

지미 롤린스(PHI)

3루수

애드리언 벨트레

데이빗 라이트(NYM)

외야수

이치로 스즈키(SEA)
토리 헌터(MIN)
그래디 사에즈모어(CLE)

제프 프랑코어(ATL)
앤드류 존스(ATL)
카를로스 벨트란(NYM)
아론 로원드(PHI)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골드 글러브의 선정의 공신력을 의심하며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위의 명단만 보더라도, “도대체 왜 이 선수가 받아야 하나?”라는 물음표가 먼저 떠오는 선수들도 있다.

아메리칸 리그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덜하다. 우익수가 아닌 중견수 이치로가 골드 글러브를 탈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이 생길 뿐, 1루수로서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은 케빈 유킬리스와 수비 능력만큼은 발군의 솜씨를 예전부터 인정받아 왔던 애드리언 벨트레의 첫 번째 수상은 예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셔널 리그를 살펴보면 의문의 연속이다. 올시즌 내셔널 리그 최고의 수비를 보여준 팀은 68개의 실책만을 기록한 리그 챔피언 콜로라도 로키스다. 그럼에도 콜로라도 선수들의 이름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지미 롤린스의 수비도 뛰어났지만 신인으로서 믿을 수 없는 플레이를 보여준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뽑히지 못한 것은 의외다. 톨로위츠키가 잡아낸 아웃이 롤린스보다 120여개(823:706)나 더 많다. 7개의 에러를 범하고 99개의 더블 플레이를 성공시킨 데릭 리가 토드 헬튼(2실책 153병살)과 알버트 푸홀스(8실책 132병살)를 제친 것 또한 참으로 유감이다.

무엇보다 최고 수비수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숙한 면이 많아 21개나 되는 실책(리그 수비율 9위)을 범한 데이빗 라이트가 골드 글러브 수상자라는 사실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3루 수비수로서 스캇 롤렌의 뒤를 이어 부동의 2인자로 평가 받는 샌프란시스코의 페드로 펠리즈(수비율 1위)가 뽑히지 못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포수로서 14개의 에러를 범한 러셀 마틴의 선정도 의문스럽고, 강견이라곤 하지만 제프 프랑코어의 수상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지난 번 행크 아론상 후보 선정에 있어서도 논란의 여지를 자초하며 ‘인기투표’ 라는 비난을 받더니, 이번 골드 글러브 선정은 그 정도가 더하다.

몇 년 전부터 골드 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될 때면, 항상 이러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비’라는 지표를 명확하게 나타낼 객관적인 기록이나 지표가 없는 상황이고,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가려진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약점이 나타났기 때문.

철저하게 ‘수비능력’ 으로만 가려야 하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공격력’ 때문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들이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같은 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같은 지구가 아니라면 한 시즌에 맞상대 하는 회수는 6~9회에 불과하다. 그 정도의 경기만을 지켜보고 ‘최고의 수비수’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다.

기본적으로 가장 뛰어난 수비 실력을 가진 선수를 뽑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골드 글러브는 ‘해당 년도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그해의 활약상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코칭 스탭들의 의견만으로는 명확하게 가릴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지난 3년간 객관적인 수비 지표로는 평균 이하로 평가되는 데릭 지터가 3년 연속으로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되며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골드 글러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중요한 시상 중 하나답게 충분한 공신력을 보여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