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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성공적인 트레이드의 산물, 자쉬 해밀턴 & 에디슨 볼케즈

by 카이져 김홍석 2008. 4. 29.

프로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트레이드다.


그 시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예상치도 못한 거물급 선수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1993년 델리노 드쉴즈를 받는 조건으로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로 보내버린 LA 다저스의 트레이드는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그 당시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드쉴즈가 필요해서 단행한 트레이드였으나, 이후 페드로는 너무나도 무서운 투수로 성장해버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샌프란시스코는 A.J. 피어진스키를 얻기 위해 조 네이선과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부프 본저를 내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클럽하우스의 암적인 존재인 피어진스키는 팀 내부의 갈등만 더욱 악화시키고 다른 곳으로 떠났고, 그 대가로 내보냈던 선수들은 특급 마무리와 차세대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다. 그 덕에 이 트레이드 역시도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어리석은 트레이드’의 전형으로 꼽힌다.


구단과 단장들은 매번 트레이드를 구상하고 실행할 때마다 윈-윈(win-win) 트레이드를 꿈꾸지만, 그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한쪽의 일방적인 이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특히 유망주가 포함된 트레이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올해는 그러한 성공적인 윈-윈 트레이드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힐만한 선수들이 있다. 바로 신시네티 레즈의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에디슨 볼케즈(25)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타점 본능을 뽐내고 있는 자쉬 해밀턴(27)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해 12월 신시네티 레즈는 외야가 포화상태라는 이유로 두 명의 투수를 받고 자쉬 해밀턴을 텍사스 레인저스로 보냈다. 텍사스 역시도 팀을 떠난 마크 테익세이라의 빈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필요했던 상황이라 해밀턴의 합류를 반겼다. 당시 레즈가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에디슨 볼케즈였다. 현재 볼케즈와 해밀턴은 각각 레즈와 레인저스의 팀 관계자들의 기대를 120% 충족시키고 있다.


1) ML 타점 선두 자쉬 해밀턴

약물 중독으로 얼룩졌던 지난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고 지난해 레즈에서 화려하게 메이저리그 데뷔 신고식(90경기 19홈런 47타점)을 치렀던 자쉬 해밀턴의 타격은 텍사스로 트레이드 된 후에도 여전하다. 붙박이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출장하고 있는 해밀턴의 현재까지의 성적은 MVP를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다.


0.333의 높은 타율은 아메리칸 리그 4위권에 올라 있으며 장타율도 0.581(3위)로 수준급이다. 5개의 홈런을 비롯한 15개의 장타가 곁들여지며 지금까지의 26경기에서 기록한 타점은 27개. 당당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과거 템파베이에 드래프트 되었을 당시 수많은 스카우터들이 그를 향해 쏟아냈던 극찬은 8년이 지나 지금의 기량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2순위였던 자쉬 베켓을 비롯해 알버트 푸홀스(13라운드)나 제이크 피비(15라운드) 등이 배출되었던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뽑혔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2) 4승 무패의 에디슨 볼케즈

이제 더 이상 레즈 팬들은 시속 100마일의 파이어볼을 구사하는 텍사스산 특급 유망주 호머 베일리(23)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니 쿠에토(22)와 에디슨 볼케즈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특히 볼케즈의 시즌 출발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까지 5경기에 출장한 볼케즈는 단 한 경기에서도 2점을 내준 적이 없다. 5경기에서 29.1이닝을 던지는 동안 허용한 점수는 단 4점, 1.23의 방어율은 벤 시츠(0.96)에 이어 내셔널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 무패가도를 달리며 4승을 따냈다.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피츠버그전이 아쉬울 뿐이다.


꽤나 오래전부터 유망주로 꼽혔던 볼케즈지만, 텍사스에서의 성적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빅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3승 11패 방어율 7.20이라는 참담한 수준. 구위만큼은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구력 불안과 비교적 많은 피홈런(80이닝 14개)은 그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요인이 되어 왔다.


하지만 레즈로 이적한 볼케즈는 지금까지 단 하나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은 채, 이닝 수보다 더 많은 33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하고 있다. 피안타율도 1할대(.198)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볼케즈에게는 아직까지 해결해야할 숙제가 있다. 지금까지 허용한 볼넷은 무려 16개로, 9이닝 기준으로 환산하면 4.9개나 된다. 1.23의 이닝당 출루 허용율(WHIP)도 방어율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 일부 전문가들이 방어율은 높지만 WHIP이 0.87에 불과한 쿠에토(4.05)를 볼케즈 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볼케즈가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는가는 이 볼넷을 어떻게 줄이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3) 트레이드의 손익 계산은 이제부터

해밀턴과 볼케즈의 4월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빅리그 경험에 비해 화려한 기량을 뽐내며 많은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스타플레이어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남은 것은 꾸준한 시즌 성적이다. 이제 한 걸음 내딛었을 뿐,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해 본 경력이 없는 그들을 현재의 성적만 보고 일류 선수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레즈와 레인저스의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도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적어도 올 시즌은 끝나야 1차 결과가 나올 것이며, 전체적인 손익 계산은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현재 두 선수가 보여주고 있는 스타트는 양 팀 모두를 만족시키게 하기에 충분하다.


볼케즈가 15승과 더불어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해밀턴이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가면서 3할 30홈런 100타점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레즈와 레인저스 양 구단의 프런트는 물론, 팬들에게도 더 없는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망주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오다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해밀턴과 볼케즈. 그 때문에 더더욱 의욕에 불타오르며 매 경기마다 빛을 발하고 있는 그들. 새로운 둥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는 해밀턴과 볼케즈의 투혼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항상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