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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 우승의 충분조건은 '좋은' 마무리 투수?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7.
 

5월 7일 현재 28경기를 치른 롯데 자이언츠는 16승 12패 57.1%의 승률로 2위에 올라 있다.


1위 SK(23승 8패)가 너무 높게 날고 있는 바람에 적지 않은 차이가 벌어져 있지만, 개막이 한 달 넘게 흐른 시점에서도 여전히 강한 모습을 과시하며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롯데 팬들은 “가을에도 야구하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우승을 겨냥할만도 한데 로이스터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한결같이 ‘포스트 시즌 진출’만을 외치고 있다. 아마도 지난 몇 년 간 계속되어온 징크스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롯데의 전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타력은 8개 구단 가운데 수위를 다투고 있고, 투수력도 중상위권 이상이다. 이 정도면 이제는 진지하게 포스트 시즌 진출과 더불어 그 이후를 생각해봐도 될 만하다.


우리 히어로즈의 이광한 감독은 올 시즌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994년 LG 트윈스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밝힌바 있다. 이 감독은 “94년 LG가 우승했을 때는 신바람 야구만 갖고 한 게 아니라 특급 톱타자(유지현)와 15승 투수(이상훈)에 A급 포수(김동수), 중심타자(한대화), 여기에 좋은 마무리(김용수)까지 다섯 가지가 갖춰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당시의 우승을 회고했다.


사실 너무나도 일반적이고 당연한 말이다. 위에서 언급된 다섯 가지는 한 팀을 구성함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들이기 때문. 하지만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당시 LG는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충족시켰기에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할 수 있었고, 신바람 야구로 대변되는 좋은 팀 분위기까지 합쳐 여섯 박자가 맞았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던 것이다.


현재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의 팀 분위기는 94년 LG의 신바람 야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 손민한과 4번 타자 이대호가 버티고 있으며, 정수근과 김주찬은 둘 다 리드오프로서 일류다. 포수 강민호는 수비와 투수리드에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눈에 띄지만, 그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만한 막강한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우승을 위한 여섯 가지 조건 가운데 이미 다섯 가지는 갖추고 있는 것이다. 남은 것은 좋은 마무리뿐.


94년 당시 LG의 마무리 투수 김용수는 42경기에 등판해 2.56의 뛰어난 방어율로 30세이브(5승 5패)를 거두며 세이브 부문 3위에 올랐다. 게다가 한국 시리즈에서는 3경기에 등판해 1승 2세이브를 기록하며 90년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MVP를 수상했다. 당시 LG의 우승은 김용수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는 우완 언더스로우 투수인 임경완이다.


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서 3:2로 리드한 9회에 등판한 임경완은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자신의 송구 에러로 동점을 허용하는 등 1이닝 동안 2안타 2볼넷을 내주며 2점을 헌납하며 팀의 승리를 날렸다. 지난달 30일 LG 전에 이어 두 경기 만에 똑같은 점수, 똑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전개로 두 번째 블론 세이브와 패전(2패)의 멍에를 쓰고 만 것이다.


시즌 방어율은 4.73으로 더욱 높아졌고, 무엇보다 그 간의 투구 내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피안타율은 3할에 육박하고, 이닝 당 출루 허용 비율(WHIP)도 1.65에 달한다. 믿을만한 마무리라면 최소한 3점대 초반의 방어율과 1.20이하의 WHIP을 기록해주어야만 한다. 현재 임경완은 ‘좋은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다.


롯데는 지난해 팀의 마무리를 맡았던 카브레라와 재계약하는 대신 선발 매클레리를 영입했다. 탈삼진 능력은 좋았지만 28번의 세이브 찬스에서 6번이나 날려버린 그가 미덥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로이스터 감독은 2004년 홀드왕(22개) 출신인 임경완을 주전 마무리로 낙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시즌 내낸 불안함을 노출하던 임경완이 첫 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을 때도 로이스터 감독은 “여전히 우리팀의 마무리는 임경완”이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더욱 나쁜 패턴으로 승리를 놓쳐버렸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의 신뢰는 계속 이어질 것인가?


올 시즌 롯데는 지난 8년간의 부진을 씻어버릴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앞으로는 4강을 외치던 팬들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져 갈 것이다. 팀이 지속적으로 안정된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뒷문 단속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임경완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


반대로 임경완이 제 컨디션을 회복해서 좋은 마무리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그것은 롯데가 우승에 한 발작 더 다가선다는 뜻도 된다. 좋은 마무리의 존재는 나머지 다섯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롯데가 우승으로 가기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