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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08년은 가르시아 생애 최고의 순간?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27.

카림 가르시아(Karim Garcia)

국적 : 멕시코(현 국가대표)
출생 : 1975년 10월 29일
체격 : 183cm 90kg(좌투좌타)


가르시아는 17세이던 1992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고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다. 이후 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후 1995년 9월에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25명에서 40명으로 확장될 때, 당시 신인 투수였던 박찬호와 함께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한때 메이저리그의 유망주 전문사이트인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선정한 유망주 랭킹 7위에 올랐을 정도로 밝은 미래가 예상되었던 가르시아는 선구안 부족이라는 약점을 끝끝내 이기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로 남았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을 뛰었지만 488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합쳐서 66홈런 212타점의 그저 그런 기록을 남겼다. 매년 빅리그 무대에서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할 것이라 기대했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안쓰러울 정도의 부족한 성적이다.


하지만 그 가르시아에게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 가능성과 재능을 여지없이 뽐냈던 2002년은 아마도 가르시아가 자신의 생애 최고의 해로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트리플A 97경기에 출장해 3할 타율과 15홈런 71타점을 기록 중이던 가르시아는 8월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 시즌이 종료되기까지의 두 달 동안 그는 주전 외야수로 출장하게 되었다. 바로 이 두 달이 가르시아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였다.


만년 유망주 가르시아의 방망이는 무섭게 불타올랐다. 51경기에 출장해 16개의 홈런과 52개의 타점을 기록했으며 .299/.317/.584(타/출/장)의 비율 스탯도 너무나 훌륭했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코칭스태프도 시간이 지나자 그를 5번 타순에 배치했을 정도. 저 때 가르시아의 성적을 메이저리그의 정규 시즌 경기수인 162경기로 환산하면 51홈런 165타점이 된다.


열광적이기로 유명한 클리블랜드의 수많은 팬들이 그를 향해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특히 ‘판타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당시 후반기의 ‘대박 플레이어’였던 카림 가르시아의 이름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2003년의 가르시아는 수개월 전과는 딴판의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2004년을 끝으로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사실상 끝이 났다.


최고의 시즌이었던 2002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가르시아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미국 무대를 떠나 한국이라는 머나먼 곳까지 와야 했지만,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 버린 3점 홈런을 연일 쏘아대며 홈런 부문 단독 1위(14개)에 올라 있다. 8년 동안 최하위권을 맴돌던 팀은 감독과 두 명의 선수(조성환과 가르시아)가 더해진 후 승승장구하며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둘 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2003년 이후 한 명도 탄생하지 않았던 정규 시즌 40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응원하는 팬들은 또 어떤가? 사직 구장의 팬들은 전 세계 어느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팬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유난스럽기로 1,2위를 다투는 시카고나 보스턴의 야구팬들도 부산의 야구 열기에는 혀를 내두를 것이다. 그러한 도시의 수백만의 팬들이 가르시아의 이름을 연호한다. 그냥 부르는 것도 아니다. 리듬을 탄 그의 이름은 어느새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가르시아와 로이스터 감독도 “이러한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팬과 끝내주는 팀 분위기, 그리고 스스로의 성적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 어쩌면 지금 가르시아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 생애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멋 훗날 가르시아가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에 대해서 뭐라고 답할까.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던 2002년의 8~9월일까? 또는 멕시코 국가 대표로 뛰던 시절? 그것도 아니면 일본 오릭스에서 뛰던 시절?


어쩌면 가르시아는 이렇게 답할 지도 모른다.


“지구상 최고의 팬들이 함께하는 사직 구장에서, 맛있는 삼겹살을 맘껏 먹으면서 즐겁게 뛸 수 있었던 2008년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이 장면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