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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최강 원투펀치로 웃는 팀 LA 에인절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10.
 

이제 LA 에인절스는 신흥강호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던 지난 6년 동안에도 4번이나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그 중 한 번은 ‘랠리 몽키의 기적’을 일으키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올 시즌도 6할을 넘나드는 승률로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다투고 있는 중.


하지만 에인절스의 이와 같은 선전은 무척이나 의외다. 지난 스프링캠프 기간 중 가장 큰 전력 손실을 입었던 팀이 바로 에인절스였기 때문이다. FA를 통해 중견수 토리 헌터의 영입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원투 펀치의 장기 부상 소식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한 큰 충격이었다.


지난해 에인절스는 존 랙키(19승 9패 3.01)켈빔 에스코바(18승 7패 3.40)라는 최강의 원투펀치가 앞에서 끌어주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두 명이 등판한 63경기에서 팀은 45승(18패)을 거두었다. 그 외의 투수들이 등판한 경기에서의 성적이 49승 50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랙키와 에스코바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가를 알 수 있다.


랙키가 두 달 가까이 결장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에스코바는 전반기 출장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였다. 당연히 에인절스를 향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에인절스는 지난해 원투펀치를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공백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만한 새로운 원투펀치가 등장했기 때문. 이 새로운 원투펀치가 보여주고 있는 성적과 투구 내용은 지난해 랙키-에스코바가 보여줬던 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나란히 시즌 6승째를 거두며 무패 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어빙 산타나(방어율 2.02)조 선더스(2.61)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등판한 14경기에서 에인절스는 단 1패만을 허용했다. 그 외의 경기에서는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9승 13패)로 현재 이 두 명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유망주였을지언정 에이스라고 부를 수 없었던 이들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투수진을 이끌고 있다.


산타나는 원정경기에서의 두려움을 떨쳐버리면서 한 꺼풀을 벗은 경우다. 갑자기 16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신인 시절의 2006년(3.02-5.95)이나 지난해(3.27-8.38) 모두 홈과 원정에서의 방어율이 어마어마한 격차를 보였었다. 홈에서는 에이스급 투수였지만 원경경기만 되면 동네북 신세가 되었던 것.


하지만 그런 산타나는 지난해의 아픔을 극복하며 원정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산타나는 홈과 원정의 방어율이 각각 1.31과 2.54로 둘 다 매우 좋다.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2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에게 그것을 흠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오히려 캔자스시티 원정에서 시즌 첫 완봉승을 달성하는 등 원정 4경기에서 전승을 기록 중이다.


선더스는 지난해부터 간간히 좋은 피칭을 보여주더니, 올해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랙키와 에스코바가 건강했더라면 선발 투수진에 합류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이 선수는 자신이 등판한 7경기에서 팀의 전승을 이끌고 있다. 4실점 승리도 두 번이나 있었기에 운도 약간은 따라주었다고 할 수 있지만, 8이닝 1실점을 하고도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의 블론 세이브로 승리를 놓쳐버린 적도 있었다.


버지니아 공대 출신의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로서 모교에 참사가 일어났던 1년 전 4월 20일에는 대학 야구부의 모자를 쓰고 등판해 6이닝 무실점의 멋진 호투로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그가 이제는 팀의 믿을만한 선발 투수로 성장해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을 가만히 살펴보면 에인절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타력보다는 투수력의 힘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원투펀치의 존재는 필수였다. 지난해는 말할 것도 없고, 2005년에는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바톨로 콜론(21승 8패 3.48)과 존 랙키(14승 5패 3.44)가 있었으며, 2004년과 2002년에도 콜론과 재러드 워시번을 비롯한 투수들이 맹활약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올 시즌 에인절스는 차-포를 떼고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에스코바의 복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하지만, 랙키는 이번 달 중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중. 새로운 원투펀치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는 가운데 진정한 에이스까지 복귀한다면 에인절스의 기세는 아무도 말릴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