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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비교체험 극과 극 ‘되는 팀’ 플로리다 vs ‘안 되는 팀’ 디트로이트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14.


지난 겨울의 스토브 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굵직굵직한 트레이드가 줄을 이었고, 그 중 몇몇은 소속 팀의 운명을 판가름할 만한 것이었다. 특히 미겔 카브레라와 돈트렐 윌리스가 포함된 플로리다 말린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간의 2:6 트레이드는 리그의 판도를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트레이드 발표가 되자마자 미국 현지의 언론들은 앞을 다투며 디트로이트의 전력을 향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의 전문가 19인 가운데 15명이 타이거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예상했으며, 그 중 6명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점쳤다. 11명은 시즌 MVP로 미겔 카브레라가 선정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디트로이트는 개막 7연패라는 수모를 당하며 현재까지도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16승 22패 0.421)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4번 타자와 에이스(?)를 넘겨준 플로리다는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23승 15패 0.605)를 달리고 있다.


뭘 해도 안 되는 팀 디트로이트와 무얼 하든 성공하는 플로리다. 그 두 팀의 현재 모습을 조명해본다.


▶ 양 팀 모두 실패한 트레이드?

디트로이트는 카브레라와 윌리스를 데려온 후 그들에게 장기계약까지 보장해주었다. 카브레라는 8년간 1억 5230만 달러, 윌리스에게도 3년간 29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 하지만 지금 현재까지의 두 선수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윌리스는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1회 투구 도중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그 덕에 부상자 명단에 올라 아직까지 푹 쉬고만 있다. 등판한 경기의 투구 내용이라도 좋으면 희망이라도 가져보겠지만, 그도 아니라서 더욱 문제다. 5이닝 동안 단 하나의 피안타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가 상대 타자들을 상대할 틈도 없이 죄다 볼넷으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무려 9개의 볼넷을 허용한 윌리스는 복귀한다 하더라도 제 몫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카브레라 역시 실망스럽긴 매한가지다. 지난해까지 통산 0.313을 기록 중이던 타율은 올 시즌 현재 0.252를 기록 중이다. OPS도 0.930에서 0.776으로 뚝 떨어졌다. 팀이 개막 7연패를 당했던 것도 그 기간 중에 20타수 2안타에 그친 카브레라의 공이 컸다. 37경기 가운데 카브레라가 타점을 기록한 경기는 12경기(22타점)에 불과하며, 나머지 25경기에서 타이거스는 무려 17패를 당했다. 어린 나이에 거액을 만지게 되자 마음이 헤이해진 것일까? 현재까지 보여 지고 있는 카브레라의 모습은 지난 몇 년 동안 천재성을 과시했던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트레이드로 인한 손익계산은 플로리다도 마찬가지다. 플로리다가 받아온 6명의 선수들 가운데 핵심은 선발 투수 앤드류 밀러와 중견수 카메론 메이빈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투타에서 각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던 이들은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플로리다 역시 이들로 재미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메이빈은 시범경기에서의 극심한 부진(타율 0.190)으로 인해 거의 손에 들어왔던 주전 중견수 자리를 반납하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만 했다. 큰 기대를 걸었던 앤드류 밀러는 현재까지 8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2패의 괜찮은 승-패를 기록 중이지만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은 5이닝에도 미치지 못하고 방어율도 6.52나 된다.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피칭으로 선발진에 합류한 버크 바덴호프도 1승 2패 방어율 5.97로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


‘21세기 최고의 빅딜’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플로리다와 디트로이트의 트레이드는 지금 현재까지는 두 팀 모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유일한 차이라면 그 트레이드로 인해 플로리다의 팀 페이롤은 대폭 줄어든 반면, 디트로이트의 페이롤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 정도다.


▶ 디트로이트 - 트레이드 & 재계약 작전의 실패

애틀란타로부터 유격수 에드가 렌테리아를 트레이드해 온 데 이어, 미겔 카브레라까지 더해진 디트로이트의 타선은 상당히 매서워 보였다. 전문가와 팬들도 ‘이반 로드리게스가 8번을 치는 팀’이라며 그들의 핵(?)타선을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역대 최고의 타선’이라는 섣부른 평가까지 나왔을 정도.


하지만 그들은 잊고 있었다. 39세의 이반은 8번 타순이 어울리는 수준이며, 4번 타자로 생각했던 게리 셰필드의 나이는 40세가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팀의 주포인 매글리오 오도네즈를 비롯해 플라시도 플란코 역시도 지난해가 커리어 하이였다는 점도 계산하지 않았다. 희망적인 예측만이 난무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불안요소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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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들의 타선은 역대 최고는커녕 현 리그의 최상급도 되지 못했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4.74점이며, 이것은 리그 5위에 해당한다. 이들과 비교되었던 지난해 뉴욕 양키스의 그것(5.98점)과는 엄청난 차이. 그나마 매글리오 오도네즈(6홈런 25타점 타율 0.315)가 여전히 잘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타율 5할이 넘는 것도 오도네즈 혼자뿐이다.


그나마 타선은 워낙에 막강했던 데다, 대체요원들도 평균 이상이라 리그 5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윌리스의 영입으로 마음을 놓아버렸던 투수진은 그야말로 초전박살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다. 지난 2년 동안 35승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저스틴 벌렌더(1승 6패 6.43)의 부진이 가장 심각하다. 다른 이유도 아닌 구속 저하에 따른 구위 상실이 그 이유다. 신인 시절부터 시작해 지난 2년 동안 연속으로 200이닝 이상을 던졌던 것이 역시나 문제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 외에도 다들 마찬가지다. 800만 달러에 1년 재계약한 케니 로저스(3승 3패 5.83), 만년 유망주 제레미 본더맨(2승 4패 4.80), 네이트 로버트슨(1승 4패 6.64)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26살의 중고 신인 아만도 갈라라가(2승 1패 3.07)만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팀 방어율 5.09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꼴찌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들을 믿고 FA 시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터라, 막상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유망주라 부를만한 선수들은 트레이드에 모두 동원하는 바람에 이미 씨가 말라버리지 않았던가. 트레이드 & 재계약을 지난 스토브리그의 주요 목표로 삼았고, 또한 그것을 잘 실행하기는 했으나 결국은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 플로리다 - 저비용 고효율의 대표주자들

오클랜드처럼 트레이드를 통해 얻어온 선수들을 잘 키워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플로리다가 1위를 질주할 수 있는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정답은 그들의 FA 영입과 기존 선수들의 분발에 있다. 플로리다 선수들의 성적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고액 선수들을 모두 트레이드하게 되면서 팀 내 연봉 1위는 250만 달러를 받는 마무리 케빈 그렉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소액투자를 통한 선수영입을 시작했고, 그렇게 영입한 선수들이 바로 루이스 곤잘레스(200만)와 마크 핸드릭슨(150만), 호르헤 칸투(50만) 등이다. 모두 합쳐서 400만 달러를 들인 이 세 명의 선수들은 시합이 거듭되면서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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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잘레스와 칸투는 벤치 멤버로 시작해 지금은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팀에 경험과 끈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감당하며 팀 상승세에 일조를 했다. 무엇보다 핸드릭슨(5승 1패 3.56)의 성적은 눈이 부실 정도다. NBA 포워드 출신의 이 장신(205cm) 투수는 플로리다로 이적하면서 화려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시즌 첫 경기에서 1패를 당한 후 5연승 중, 그가 등판한 8경기에서 팀은 6번이나 승리했다. 그야말로 팀의 보물이다.


기존 선수들의 분발도 놀랍다. 현재 플로리다는 메이저리그 전체 팀 홈런 1위(56개). 지난해 팀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던 선수가 트레이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한 홈런포는 그칠 줄을 모른다. MVP 후보라고 해도 무방할 2루수 댄 어글라와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의 방망이가 특히 무섭다. 거기에 6할이 넘는 장타율로 9홈런 24타점을 기록 중인 1루수 마이크 제이콥스도 올해 몬스터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달 말에 한창 잘 나가던 자쉬 윌링험이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모른다.


말썽꾸러기 불량소년 스캇 올슨(4승 1패 2.63)은 피안타율이 0.197에 불과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케빈 그렉(3승 2패 7세이브 2.89)을 비롯한 불펜진도 안정적이다. 올슨과 핸드릭슨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플로리다가 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것은 3.18의 방어율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는 탄탄한 구원투수진 덕분이다.


라미레즈와 어글라, 올슨, 제이콥스와 윌링험 이 다섯 명의 올 시즌 연봉을 모두 합치면 정확하게 206만 하고도 천 달러. ‘역사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것은 디트로이트의 타선이 아니라 플로리다의 연봉 대비 효율이었다.


▶ 시장 논리, 그리고 팀의 성적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 1억 3700만 달러가량의 페이롤로 전체 3위, 반면 2265만 달러의 플로리다는 29위인 템파베이(4342만)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페이롤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팀은 투자를 위해 다른 한 팀의 주축 선수들을 데려왔고, 그 다른 한 팀은 리빌딩을 하기 위해 팀 내 고액 연봉 선수들을 내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아이러니하다.


사실 플로리다처럼 돈도 많으면서 쓰지 않는 구단은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달갑지 않다. 하지만 드디어 오랫동안 플로리다 주(州)와 실갱이를 벌여왔던 구장 건립 문제가 합의가 되었고, 마침내 헨리 라미레즈에게 6년간 7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계약을 선물할 채비까지 마쳤다.


1997년의 우승은 대거 투자를 한 결과였다. 2003년에도 이반 로드리게스를 천만 달러에 영입하는 등 비교적 투자를 했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2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팀은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FA 선수들을 영입했던 것도 카브레라와 윌리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냥 적당한 수준에서 골랐을 뿐이다. 팀 프런트는 지구 1위를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한 것이 없다. 노력을 한 것은 일선 현장에 있는 선수들이었고, 그들의 땀방울이 만들어낸 결과다. 역시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반대로 디트로이트의 전망은 매우 어둡다. 이대로 포스트 시즌 진출까지 실패하게 되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뿐이다. 막대한 투자에 이은 몰락. 사실상 이러한 투자는 프런트의 노력으로 봐야하는 것이지만, 민심은 언제나 돈 없는 자의 편에 서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무리 팀이 노력을 하고 투자를 해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는데 어쩌겠느냐 만은, 비난의 화살은 선수가 아닌 구단주와 팀 프런트를 향하곤 한다.


팀 페이롤 1,2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29위 템파베이에게 위협을 받고 있고(실제로 양키스는 레이스보다 못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30위인 플로리다는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장의 논리를 완전히 벗어난 몇몇 팀의 성적. 그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면 그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겠으나, 이것 또한 야구의 재미 가운데 하나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