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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찬호의 옛 동료 마크 그루질라넥 AL 타율 1위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19.
 

현재 메이저리그 타율 1위는 개막 후 2달 가까이 4할 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캡틴’ 치퍼 존스(타율 0.410)다.


존스는 내셔널리그에 소속된 선수. 그렇다면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는 과연 누굴까?


현재 아메리칸리그 타율 순위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이름이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선수의 이름을 듣는다면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무릎을 치며 예전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 선수의 이름이 마크 그루질라넥이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옛 동료인 마크 그루질라넥은 한국시간으로 19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0.331의 타율로 아메리칸리그 타율 부문 1위 자리를 지켰다. 전날 4타수 3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처음으로 선두로 올라선 후 이틀연속 1위다.


2006년부터 3년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주전 2루수 겸 2번 타자로 뛰고 있는 그루질라넥은 팀 내 최고령 선수답지 않게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뽐내며 팀 타선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33경기에 출장해 홈런은 없지만 10개의 2루타를 때려냈으며 0.387의 높은 출루율과 20득점을 기록 중이다.


1998년 후반기에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그루질라넥은 박찬호가 FA가 되어 텍사스 레인저스로 보금자리를 옮길 때까지의 3년 반을 함께했다. 당시 박찬호를 응원하던 많은 국내 팬들은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웃기도 울기도 했었다.


특히 그루질라넥의 불안한 수비는 혹평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유격수로는 도저히 뛸 수 없을 정도의 수비를 보여 2000년부터는 2루수로 전향을 시도했지만, 그 후로 2년 동안 27개의 실책을 범했다. 때문에 박찬호의 선발 등판 때, 타구가 2루를 향하면 팬들은 소리를 죽이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타석에서의 그루질라넥은 준수한 편이었다. 좋은 1번 타자감이 없어서 매번 타순을 바꾸던 다저스였지만, 2번 타순만은 그루질라넥의 지정석이었다. 일류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언제나 제 역할을 충실히 했기에 2번 타자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그랬던 그루질라넥은 나이가 들면서 공수 양면에서 더욱 성숙한 선수가 되어 갔다. 박찬호보다 3살이 많아 올해로 만 38세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리그 타율 1위에 올라 있는 것이 그 증거다. 2003년 이후로 그루질라넥의 타율은 0.294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야말로 2번 타자로서는 이상적인 수준.


약점이었던 수비에서도 꾸준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지금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정적인 2루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아메리칸리그 2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자랑할 만한 타이틀 하나 없었던 그루질라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자 영광이었다.


박찬호가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팀 동료로 함께 땀을 흘렸던 선수들 가운데 에릭 캐로스와 에릭 영, 라울 몬데시, 탐 굿윈, 채드 크루터, 마퀴스 그리솜 등은 이미 몇 년 전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미남 강타자 션 그린도 지난겨울에 은퇴를 선언했고, 올해 크게 부진한 게리 셰필드도 불혹의 나이를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고려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로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루질라넥이 빛나 보이는 것이다. 박찬호가 다저스로 복귀해 부활을 신고하고 있는 이 때, 또 한 명의 익숙한 이름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