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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크래니츠 코치와 놀라스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5. 22.


22일 브랜던 웹을 꺾으면서 화제가 된
릭키 놀라스코는 사실 많이 알려진 투수는 아닙니다만, 컵스가 말린스와 후안 피에르 딜을 할 때, 서지오 미트레와 함께 주축이 되었던 선수입니다.(컵스가 돈트렐 포함해서 정말 엄청나게 퍼줬죠.)


이 선수의 이력을 보면 정말 특이한 것이 트리플A 이상의 레벨에서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코치들이 그를 메이저리그 선발로테이션에 넣기를 주저하질 않는다는 겁니다. 공이 너무 위력적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컵스는 지난 더스티 베이커가 있던 지난 2003년부터 플로리다와 많은 딜을 해왔었는데요. 선수들 간의 큰 딜도 많았습니다만, 그 사이에 묻혀서 코치들도 3명이나 컵스 출신들을 데려왔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컵스에서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릭 크래니츠 투수코치인데요. 놀라스코를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입니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는 단장의 입김이 세고, 단장이 원하는대로 팀이 이루어지기 마련이지만, 플로리다의 단장인 래리 바인페스트는 일찌감치 컵스에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을 알고, 당시 컵스에서 피칭코치대신 잠시 마이너리그 코디네이터로 지내던 릭 크래니츠를 투수코치로 빼오는 조건으로 컵스 선수들 중에 플로리다로 빼와서 성공시킬 수 있는 선수들을 3명만 골라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크래니츠 코치는 주저하지 않고, 1번으로 놀라스코를 점찍었고, 나머지 2명은 렌옐 핀토, 서지오 미트레, 션 갤러거 중에서 가능한 선수들을 데려오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정말 갤러거 빼고는 다 데려왔네요.)


핀토는 지금 중요한 상황에서 셋업맨으로 나와서 이미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미트레와 놀라스코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투수들입니다. 놀라스코는 오늘 브랜던 웹을 꺾은 것을 계기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리오 마조니 코치가 볼티모어에서 직장을 잃고, 크래니츠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 것은 플로리다의 젊은 투수들에게는 정말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크래니츠가 가르치던 것은 보통의 투수코치가 가르치는 방식인 자기 스타일대로의 투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최대한 밀어주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죠.


놀라스코는 지난 2006년에 3선발로서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순항을 하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크래니츠 투수코치는 놀라스코에게 자신 있는 로케이션으로만 공을 던질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 당시 놀라스코는 자신감 부족과 제구력 난조로 빅리그 무대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 때문에 매 경기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문대로 타자의 바깥쪽 승부를 위주로 많은 투구를 하게 되면서 오히려 몸쪽 공을 승부수로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메이저리그에서 그 해에 11승을 거두면서 촉망받는 어린 투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놀라스코는 특이한 선수입니다. 몸쪽 공을 잘 던지지 못하지만, 타자의 바깥쪽으로만 빠르게 던져도 타자들이 그걸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좋은 공을 가지고 있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단순한 피칭을 하더라도 쉽게 당하지 않을 선수입니다."


크래니츠 코치의 말처럼, 놀라스코는 바깥쪽 빠른 볼을 제구하는데 있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힐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코치들이라면, 몸 쪽 승부를 하지 못하는 그를 질책했겠지만, 그는 놀라스코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꿔주면서 그의 빠른 성장을 도왔습니다.(탐 글래빈의 AWAY, AWAY, AND MORE AWAY가 생각나는 부분이죠?)


올 시즌 볼티모어의 다니엘 카브레라의 활약을 보면 리오 마조니도 고치지 못했던 투수가 어떻게 저렇게 안정된 투구를 할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평소 그의 철학인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피칭을 하라" 를 기억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오늘 놀라스코의 놀라운 피칭을 보면서 코치 한 명이 선수의 마인드를 얼마나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지도자의 역할이란 어떤 것인지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