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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비운의 투수’ 마크 멀더, 구원투수로 메이저리그 복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28.

두 번의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멀더(30)가 부상자 명단에서 벗어나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아닌 구원투수로서의 합류다.


2년 연속 어깨에 칼을 댄 멀더는 현재 선발 투수로서 활약할 수 있을만한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구단은 그를 구원투수로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시간으로 29일자로 메이저리그에 전격 복귀했다.


앞으로 들려올 멀더의 구원 등판 소식은 무척이나 생소할 것으로 보인다. 멀더는 메이저리그에서의 202경기뿐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 치른 38번의 등판조차도 모조리 선발로만 등판했던 선수이기 때문. 오클랜드 시절부터 철저하게 선발투수로 키워졌으며 또한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선수이기에 지금의 변화는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멀더의 투구 폼은 어깨의 통증 때문에 사이드암에 가까운 형태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98cm의 장신인 좌완투수 멀더가 사이드암으로 공을 뿌려댄다면 그 또한 보기 드문 장면이 될 것이다.


1977년 8월생인 멀더는 현재 만으로 30세. 21승을 거뒀던 2001년부터 5년 연속 15승 이상을 기록했으며, 2년 전인 2006년 5월 28세의 나이로 통산 100승 고지를 돌파했다. 동갑내기인 로이 오스왈트나 로이 할라데이보다도 1년 가까이 앞선 페이스였다. 그런 멀더는 향후 200승을 넘어 300승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만한 선수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멀더는 당시의 기대와는 크게 벗어나 있다. 세인트루이스로 둥지를 옮긴 후에는 2005년(16승 8패 3.64)을 제외하곤 3년 연속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6년 이후로 멀더는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10패 방어율 7.68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팬들은 마크 프라이어와 케리 우드 등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재능 있는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멀더는 FA가 되어 지난해 체결했던 2년간 1300만 달러의 계약이 올해 종료된다. 굳이 구원투수로 복귀 시킨 것도 그 돈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가 된 팀 프런트의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리고 이것은 멀더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내년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선 남은 3개월 동안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여야만 한다. 카디널스에서 내년 시즌 걸려 있는 1100만 달러의 옵션을 이행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어떻게든 눈에 띄는 피칭으로 다른 팀 스카우터들의 눈에 들어야 하는 것이 멀더의 최우선 과제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지난 2000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선발투수 맷 모리스를 구원투수로 활용하며 그의 어깨를 단련할 충분한 시간을 준 적이 있다. 그리고 2001년 모리스는 20승 투수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견인했다.


과연 멀더가 제 2의 모리스가 될 수 있을까. 내년에도 그의 모습을 세인트루이스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라루사 감독과 함께할 남은 3개월은 그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임과 동시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