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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다저스여 박찬호를 선발로 기용하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6. 28.

박찬호의 투구가 다시 한 번 빛이 났다. 오늘(28일) LA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올 시즌 들어 3번째로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했고,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고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부터 마운드를 넘겼다.


박찬호의 뒤를 이어 등판한 3명의 구원 투수는 3이닝 동안 7개나 되는 탈삼진을 잡아내는 퍼펙트 피칭으로 좋은 기세를 이어갔고, 팀 타선도 모처럼 활기를 띄며 10안타 6득점, 6:0 승리를 이끌했다. 박찬호의 시즌 3번째 승리(2패)이자 올 시즌 첫 번째 선발승이다.


▷ 무사사구의 빼어난 피칭

오늘 박찬호의 투구 내용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다.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투구 수는 90개로 적당했고, 그 가운데 64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완벽한 제구를 자랑했다. 자신의 첫 번째 선발승을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박찬호는 자신에게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에인절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조 손더스(11승 4패 3.06)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었다. 시즌 방어율은 2.52로 내려갔고, 선발로 등판한 3경기에서는 15이닝 10피안타 4볼넷 19탈삼진 방어율 1.20의 ‘퍼펙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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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처럼 피안타율이 낮은 유형의 투수에게 너무 과하지 않은 일정 수준의 볼넷은 흠이 될 수 없다. 밀어내기가 나오지 않는 한 안타만 허용하지 않으면 점수는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무사사구 경기가 펼쳐지면 오늘처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박찬호는 지난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9이닝 동안 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 중 2개는 1루를 채우기 위한 고의사구였으므로 실제 허용한 것은 2개라고 보면 된다. 오늘 경기까지 선발로 등판해 15이닝을 소화하면서 허용한 볼넷은 2개, 탈삼진은 무려 19개다. 이보다 더 효과적일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적인 투구는 다저스의 주전 포수인 러셀 마틴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 최고의 포수 마틴과의 환상적인 호흡

박찬호는 대체로 포수 복이 있는 편이다. 데뷔 초창기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인 마이크 피아자와 호흡을 맞췄고, 전성기 시절에는 채드 크루터라는 전담 포수가 박찬호의 뛰어난 투구를 뒷받침했다. 어깨는 약하지만 피아자의 투수 리드는 그의 타격 능력과 맞물려 최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루터는 리드와 수비능력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다저스로 복귀한 박찬호가 새로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러셀 마틴은 이 둘의 장점을 골고루 섞어 놓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1983년생인 마틴은 이미 지난해 포수로서 골드 글러브와 실버 슬러거 그리고 올스타전 주전 포수로 뽑히면서 내셔널리그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은 선수. 게다가 포수로서는 드물게 빠른 발을 보유해 수준급의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이기도 하다.(2007년 21도루, 올해는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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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주를 모두 겸비한 최고의 포수와의 호흡. 이것은 박찬호가 다저스로 복귀하면서 누리게 되는 또 하나의 복이다. 올 시즌에도 3할1푼2리의 좋은 타율과 4할 대의 출루율을 보여주며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마틴은 박찬호가 등판한 경기마다 맹타를 휘두른다. 박찬호의 지난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마틴은 모두 3안타를 뽑아내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1회말 선제 홈런을 때려내며 파트너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


투수 리드에서도 마틴은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박찬호가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마운드로 올라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마틴의 모습에서는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을 정도. 박찬호의 좋은 컨디션과 최고의 포수의 조합은 오늘과 같은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지난 클리블랜드 전에서의 9탈삼진도 두 선수의 조화가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다.


개인적으로 이날 경기에서의 백미는 6회 말 2사 주자 3루 상황에서 개럿 앤더슨을 상대로 몸 쪽 꽉 찬 커브볼로 2스트라이크를 만드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박찬호의 천적인 앤더슨이라고 하더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라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박찬호는 그런 앤더슨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과감한 코스로의 투구를 요구한 포수 마틴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확하게 찔러 넣은 투수 박찬호, 둘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 콜레티여! 박찬호를 선발로 기용하라!

한국의 팬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현재 박찬호가 붙박이 선발 투수가 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조 토레 감독이 아니라 네드 콜레티 단장이다.('무능한 다저스 콜레티 단장과 그 희생양 박찬호' 참조)


처음에는 에스테반 로아이자로, 지금은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로 기용하며 박찬호를 힘들게 하고 있다. 로아이자는 결국 방출 당했고, 커쇼는 선발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커쇼는 지난 7번의 선발 등판에서 4.36의 나쁘지 않은 방어율을 기록 중이지만 경기당 5이닝을 소화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형편이다. 33이닝에서 허용한 22개나 되는 엄청난 개수의 볼넷 때문.


역시 아직은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는 것이 좋아 보인다. 1988년생인 20살 커쇼의 미래를 위해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다저스 팀 상황으로 봐서도 그 편이 훨씬 낫다. 굳이 메이저리그에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면 불펜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다저스 팬 포럼의 현지 팬들도 그러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현재 다저스 선발진에서는 채드 빌링슬리(6승 7패 3.64)와 데릭 로우(5승 7패 4.05)를 제외하고는 확실히 믿을만한 선발 요원이 없다. 브래드 페니와 구로다 히로키는 부상 등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커쇼와 에릭 스털츠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 출신의 선수가 최상의 기량을 과시하며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데, 그런 선수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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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콜레티는 계속 고집을 피울 것인가? 이미 성적 부진을 이유로 몇몇 단장과 감독이 옷을 벗었고, 콜레티도 무능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자신의 목도 간당간당한 마당에 팀을 살리기 위해서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메이저리그의 단장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다.


다저스 팬 포럼 게시판의 분위기도 완전히 박찬호에게 호의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네드 콜레티 단장이 또다시 갖은 술수를 써서 박찬호의 선발 등판을 방해한다면 미국 현지의 다저스 팬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등판 전날 향후 6인 로테이션으로 돌아갈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멋진 호투를 보여준 박찬호. 이미 그의 부활을 의심할 단계는 지났다. 투구 이닝이 50이닝을 넘어섰고, 시즌의 절반이 흐른 마당에 부활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남은 것은 그러한 투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용하느냐하는 것이고, 박찬호는 선발 투수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의 컴백 플레이어’의 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박찬호의 붙박이 선발 전환. 이것은 단지 그의 고국 팬들의 바람일 뿐만이 아니라,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변화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MLBphotograp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