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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Wild-Wild-West는 이제 옛말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4.
 

한국 시간으로 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5:0으로 지고 있던 9회말 대거 6득점 하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전날 패배로 인해 잠시 5할 아래로 내려갔던 승률도 43승 43패로 균형을 이루었다. 그대로 패배했더라면 같은 날 경기에서 승리한 지구 2위 LA 다저스에게 반 경기 차이로 쫓길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여전히 다저스와는 1.5게임차의 지구 선두.


하지만 지구 선두를 달리는 팀의 승률이 딱 5할 이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 단 하루라고는 해도 승률이 4할대로 내려갔다는 것은 그 팀만이 아니라 서부지구에 속한 팀 모두가 부끄러움을 느낄만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평가할 때면 전문가들은 항상 ‘Wild-Wild-West’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이 지구에 속한 팀들은 인기와 자금력을 동시에 겸비한 강팀들이었기 때문. 작년에도 5개 팀 가운데 4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고, 그 중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는 내셔널리그 우승을 두고 챔피언십에서 맞붙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메이저리그의 6개 디비즌 가운데 최약체로 꼽힌다.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승률이 저조한 4개 팀 중 3팀이 서부지구 소속이다. 게다가 지구 1위의 승률도 겨우 5할. 이래서야 체면이 서지 않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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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애리조나가 지구 선두를 달리는 것도 지구 내 팀들과의 승부에서 20승 8패로 앞섰기 때문이다. 그 외 다른 지구 소속의 팀들이나 인터리그 경기에서는 23승 35패의 저조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사정은 2위인 다저스도 마찬가지.


이제 ‘Wild-Wild-West’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상대 투수들은 이 팀을 상대할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공격력의 부재가 이들 팀의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셔널 리그에서 가장 빈약한 득점력을 보유한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16위)다. 하지만 그 위의 4자리를 파드리스, 다저스, 자이언츠, 로키스(순서대로 15위~12위)가 차지하고 있다. 1위인 애리조나가 7위로 그나마 낫지만 역시 지구 1위다운 품격은 없다. 특히 지난해 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올라갔던 콜로라도의 몰락은 애처롭기만 하다.


이미 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는 시즌 포기를 선언하고 주력 선수들의 트레이드 소문이 계속해서 나돌고 있고,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팀이다. 사실상 서부지구에 남은 볼거리라곤 애리조나와 다저스의 1위 다툼 뿐.


모처럼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부활로 인해 한국 팬들의 시선은 다시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향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부활은 가능할까. 자신 있게 Wild-Wild-West를 외치던 팀들의 몰락이 무척이나 생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