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배틀] ‘공갈포’ 하워드 & 던, 홈런왕은 누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19.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벌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진풍경은 내셔널리그 홈런왕 대결이다. 채이스 어틀리(25개)와 댄 어글라(23개) 등이 최근 주춤한 틈을 타 리그 1,2위로 올라선 두 명의 타자들의 특색이 너무나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28개로 메이저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라이언 하워드와 그 뒤를 한 개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는 아담 던. 이들은 과연 공갈포인가, 아니면 희대의 강타자인가?


하워드는 7월 들어 13경기에서 8홈런, 던은 12경기에서 7홈런을 몰아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워낙에 파워가 있는 선수들인 만큼 그 폭발력만큼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비단 폭발력만이 아니다.


▷ 정확도? 글쎄...

하워드의 시즌 타율은 .234에 불과하다. 그것도 7월 들어서 맹타를 휘두르며 2푼 가량 상승해서 저 정도다. 던은 더 낮은 .228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근래 들어서 이렇게까지 정확도가 낮은 타자들이 홈런왕을 차지한 적은 없었다.


최근 50년 동안 가장 낮은 타율로 양대 리그 통합 홈런왕에 올랐던 선수는 지난 1982년 39홈런으로 홈런왕에 등극한 조먼 토마스. 당시 토마스의 타율은 .245였으며 하워드와 던은 이보다 더 낮은 타율로 홈런왕에 등극할 가능성이 있다.


둘 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되살아나고 있어 이후의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던의 경우 워낙에 기본적인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통산 타율 .247)이라 큰 향상을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 삼진의 역사를 다시 쓰다

역대 단일 시즌 삼진 순위를 살펴보면 1위부터 3위까지를 이 두 선수가 독식하고 있다. 던은 지난 2005년 195번이나 삼진을 당하며 역대 1위에 등극했다. 이후 2006년에도 194개로 역대 2위에 까지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부문은 지난해 하워드가 18경기를 결장하고도 199개나 되는 삼진을 당하며 기록을 갈아치워 버렸다. 올 시즌도 현재까지 129삼진을 기록 중인 하워드는 사상 최초로 200삼진을 돌파하며 역사를 새로 쓸 태세다. 현재 그의 삼진 페이스를 풀 시즌으로 환산하면 218개다.


던도 이미 100개를 돌파했다.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171개로 하워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상 최초로 5년 연속 160삼진을 당할 채비는 이미 마쳤다고 할 수 있다. 타율 낮은 삼진 머신들의 홈런왕 대결.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 단순한 공갈포? NO!

정확도는 떨어지고 삼진도 많이 당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단순한 공갈포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던의 경우는 몰라도 하워드는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그가 올 시즌 리그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하워드는 주자가 없을 때는 .182/.261/.433(타/출/장)의 초라한 타자가 되지만, 주자만 있으면 .288/.386/.588의 강타자로 변신한다. 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해 있을 때(.328/.441/.629)는 더더욱 강력하다. 아무리 삼진을 많이 당하고 안타를 적게 친다고 하더라도 팀이 꼭 필요할 때마다 한 방씩 날려주는 하워드를 팬들은 미워할 수가 없다.


올 시즌 84타점을 기록 중인 하워드의 안타 개수는 85개에 불과하다. 올 시즌 하워드의 모습은 지난 1999년 안타 수보다 많은 타점(65홈런 145안타 147타점)으로 리그 홈런-타점왕에 오른 마크 맥과이어를 연상하게 만든다.


▷ 최종 승자는?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공통점 외에도 ‘좌타자’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는 두 선수. 198cm의 던과 192cm의 하워드는 그 덩치도 엄청나다. 영양가 면에서는 하워드가 다소 앞서 있지만, 홈런 파워 하나만큼은 던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의 홈런왕 예상을 섣부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명의 강타자야 말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며, 그 대결 양상이 후반기에 무척 흥미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공갈포 홈런왕 대결을 승리로 장식할 선수는 과연 누가 될까? 하워드와 던의 대결은 2008 메이저리그 후반기를 뜨겁게 달구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