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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전승 우승!! 결승전의 히어로 5인방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4.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꿈의 9연승을 질주하며 베이지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상대 팀의 허를 찌르는 절묘한 선수기용으로 승기를 잡고, 경기 내에서는 투수와 타자들을 믿어줌으로써 선수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도록 이끈 김경문 감독은 이제 또 하나의 ‘국민 감독’으로 불린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출장한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줬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한국의 금메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 5명을 만나본다.


▷ ‘드림 메이커’ 이승엽

일본전이 끝난 후 한국의 누리꾼들은 8회말 역전 홈런을 친 이승엽을 두고 ‘선수 14명의의 병역을 면제해준 브로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전 1회초 또 다시 선제 2점 홈런을 날리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일본전에 이은 2연타석 홈런. 결승전에서의 이승엽은 국민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드림 메이커’였다.


전날의 홈런이 여태껏 진 빚을 청산하는 것이었다면, 결승에서의 홈런은 믿고 기다려준 김경문 감독과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것이었다. 이후의 타석에서는 아쉽게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1회에 터진 그 홈런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최종 승리가 확정된 순간은 박진만에서 고영민으로 이어진 공이 이승엽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면서였다. 승리의 포문을 열었던 이승엽은 자신의 글러브 감촉을 통해 승리의 기쁨을 가장 먼저 맛본 선수가 되었다.


▷ ‘세계의 괴물’ 류현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괴물 류현진이 자신은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미국과의 준결승전을 포함한 올림픽 본선 8경기에서 무려 62점(경기당 평균 7.75점)을 뽑아낸 쿠바 강타선을 상대로 9회 1사까지 2실점. 솔로 홈런 두 방을 내주는 바람에 2실점했을 뿐, 허용한 안타는 단 5개에 불과할 정도의 압도적인 피칭이었다. 결승전 승리의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한국 프로야구 현역 최고의 좌완’ 류현진이다.


류현진에게 홈런을 뽑아낸 두 명 가운데 3번 미첼 엔리케스는 지난 시즌 자국 리그에서 무려 .407의 타율과 .543/.693의 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다. 5번 알렉세이 벨은 한 시즌에 90경기가 치러지는 자국 리그에서 31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자국 리그의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 강타자. 그들 두 명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큰 흠이 아니다. 오히려 강타자가 즐비한 쿠바 타선을 5안타로 틀어막았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전통적으로 투수력보다 타력이 강한 쿠바의 타자들의 가치는 이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충분히 증명되어왔다. 지난해까지 쿠바의 국가대표 주전 내야수로 활약했던 알렉세이 라미레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으로 망명, 현재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쿠바의 홈런왕 출신인 그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해를 101경기 15홈런 57타점 .309/.327/.496의 훌륭한 기록으로 장식하고 있는 중. 당장 내년에는 30홈런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그런 타자들이 모여있는 쿠바의 국가대표 타선을 힘으로 압도한 류현진. 이 경기를 통해 그는 세계에서 통할만한 선수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아마도 앞으로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터들은 일본의 다르비슈 유 만큼이나 류현진에게도 열띤 러브콜을 보낼 것이 분명하다.


▷ 박진만, 유격수 수비의 진가를 보여주다

사실 준결승까지 한국의 9번 타순은 구멍이나 다름없었다. 9번 타순에 배치되었던 주전 유격수 박진만은 11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김민재도 11타수 1안타에 불과했기 때문. 하지만 결승전이 벌어진 23일 박진만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이번 대회 첫 안타, 그리고 그것이 이용규의 2루타때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승리를 결정짓는 점수가 된 것이다.


박진만의 진가는 수비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국내 리그에서도 올 시즌 타율 .224를 기록하고 있었을 만큼 유독 부진했던 그가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뽑힌 것은 특유의 ‘메이저리그급 수비력’ 때문이었다. 박진만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로 류현진을 도와주더니, 승리가 확정되는 더블 플레이의 시작점이 되어 동료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그 수비력 하나만으로도 박진만은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는 이번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 ‘한국의 이치로’ 이용규

미국과의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9경기를 모두 출장한 3명의 선수(나머지 두 명은 이대호와 이종욱) 중 한 명인 이용규. 27타수 9안타 .481의 고타율로 8개국 타자들 가운데 2위를 기록한 그의 활약은 너무나 빛났다. 볼넷까지 4개를 얻어낸 덕분에 출루율은 무려 .531에 달했을 정도.


타격 자세나 분위기 외야 플라이를 잡고 난 후에 취하는 동작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치로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풍겼다. 결승전의 승리를 결정지은 3점째의 천금 같은 득점은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 롯데의 강민호, 한국의 강민호가 되다

일본과의 준결승, 그리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강민호는 자신이 진갑용의 뒤를 잇는 차세대 국가대표 주전 포수임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결승전에서 류현진이 호투할 수 있었던 건 강민호의 공격적인 투수리드가 큰 몫을 담당했기 때문.


9회말 주심의 다소 어이없는 퇴장명령으로 인해 끝까지 포수마스크를 쓰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선수들의 집중력을 드높였다는 평가다. 이번의 경험은 내년에 열릴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활약하게 될 강민호에게 큰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