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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베이징 올림픽 타격 & 투구 기록 결산

by 카이져 김홍석 2008. 8. 26.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났다.


그 중에서도 계속해서 명승부를 펼치며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던 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팬들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그것도 본선 1라운드부터 결승 토너먼트까지 9전 전승, 일본과 쿠바를 2번씩 꺾으며 일구어낸 값진 우승이었다.


우리나라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지도 모르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각 팀의 경기 결과와 타격-투구 기록, 한국 선수들의 기록을 정리해보았다.


▷ 본선 1라운드 및 결승 토너먼트 경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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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별 타격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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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 출장 경기수, AB : 타수, R : 득점, H : 안타, 2B : 2루타, 3B : 3루타, HR : 홈런, RBI : 타점, BB : 볼넷, K : 삼진, SB : 도루, BA : 타율, OBP : 출루율, SLG : 장타율)


역시나 타격은 쿠바가 최강이었다. 9경기에서 무려 64점을 뽑아낸 득점력은 가공할 수준. 타격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8개국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쿠바의 막강 타선을 3점 이하로 묶은 것은 본선 1라운드에서 1:0으로 패한 대만과 결승전에서 쿠바를 꺾은 한국 대표 팀뿐이다.


같은 득점을 기록한 한국과 미국은 정교함에서는 한국이, 장타력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이 삼진이 훨씬 적고 기동력 있는 야구를 구사할 수 있었다는 점이 1점차의 피말리는 승부를 모두 승리로 이끈 원동력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기동력과 절묘한 대타 작전으로 장타력의 부재를 커버했고, 미국은 76안타 중에 절반인 38개가 장타였음에도 무수히 많은 삼진으로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일본이 결승 토너먼트에서 연달아 패하며 4위에 그쳤던 것은 4강팀들 가운데 가장 빈약한 타력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4강팀들과 대결한 5경기에서의 평균득점은 2.6점(총 13점)에 불과하다.


그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팀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1라운드 7경기 가운데 무려 5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점수를 뽑은 것은 중국전(6:4승)과 쿠바전(3:14패)뿐. 5개의 홈런을 때려냈음에도 팀의 총 득점이 9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기까지 하다.


▷ 국가별 투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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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 등판 경기수, W : 승, L : 패, S : 세이브, IP : 이닝, H : 피안타, R : 실점, ER : 자책점, HR : 피홈런, BB : 피볼넷, K : 탈삼진, ERA : 평균 자책점)


의외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4강팀들 가운데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한 것은 쿠바였다. 투타에서의 종합적인 전력은 그들이 최강이었다는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제압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한국의 경우, 자책점으로 계산되는 방어율은 쿠바나 캐나다에 비해 높을지 모르나 실점 자체로 따진 실점율(2.85)은 8개국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피홈런과 볼넷 허용개수는 적었던 반면 탈삼진 비율은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실속 있는 투수진은 한국이었다는 뜻이며, 그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1라운드 7경기까지 1.60의 팀 방어율로 1위를 기록한 일본은 준결승과 3-4위전을 합쳐서 16실점한 덕에 방어율이 대폭 상승했다. 4강에 탈락한 팀들과의 대결에서 허용한 점수는 4경기에서 단 1점, 나머지 27점은 4강팀과의 5경기에서 허용한 점수다. 5경기에서 13점을 뽑고 27점을 내줬으니 5전 전패를 당한 것은 당연한 결과. 약팀 앞에선 손도 못 댈 만큼의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했지만, 강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 허깨비 투수진이었다.


당초 미국과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 유망주로 꾸려진 타력이 장점이라 점쳐졌던 캐나다는 의외로 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했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모두 1점차로 패하는 바람에 4강 진출에 실패했을 뿐, 강력한 다크호스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이 주축이 된 그들의 구원 투수진은 30이닝 동안 단 8점(6자책)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 한국 대표팀 타격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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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 출장 경기수, AB : 타수, R : 득점, H : 안타, 2B : 2루타, 3B : 3루타, HR : 홈런, RBI : 타점, BB : 볼넷, K : 삼진, SB : 도루, BA : 타율, OBP : 출루율, SLG : 장타율)


역시 이번 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최고 타자는 이대호와 이용규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안타와 높은 타율로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한 이용규와 중심타선의 바로 뒤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타점을 쓸어 담은 이대호. 이용규는 8개국 100여명의 타자들 가운데 타율과 출루율 부문 2위에 올랐고, 이대호는 쿠바의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와 더불어 대회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역전타의 사나이’로 떠오른 김현수와 캐나다전 승리의 주인공인 정근우, 1번 타자 이종욱과 ‘국민 우익수’ 이진영, 부상 투혼을 발휘한 김동주와 롯데의 강민호도 타격에서 제 몫을 해줬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은 두드러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본전 승리의 주인공인 이승엽과 고영민의 활약은 숫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두 명의 유격수 박진만과 김민재다. 둘은 합쳐서 26타수 1안타의 빈타에 허덕였고, 그 덕에 한국의 9번 타순은 상대 투수가 쉬어가는 차례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이들의 진가는 수비에서 드러났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약점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 한국 대표팀 투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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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 등판 경기수, W : 승, L : 패, S : 세이브, IP : 이닝, H : 피안타, R : 실점, ER : 자책점, HR : 피홈런, BB : 피볼넷, K : 탈삼진, ERA : 평균 자책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승전 승리투수인 류현진이다. 막판 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2경기 연속 완투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두 번 모두 9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괴물’의 활약은 아무리 칭찬을 해도 모자람이 없다. 2006년에 열렸던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일본의 마쓰자카를 위한 무대였다면,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은 류현진이라는 ‘세계의 괴물’이 탄생했음을 알린 대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어율 ‘제로’를 기록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장원삼은 이번 대회 공식 방어율 ‘킹’이다. 중국과 네덜란드라는 비교적 약체 팀을 상대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투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빛난다.


일본을 두 번 연거푸 제압한 김광현, 위기였던 중국전에서의 호투와 미리보는 결승전인 쿠바와의 1라운드 시합을 승리로 장식한 송승준도 100점 만점을 받을 만하다. 또한 셋업맨과 롱릴리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해준 윤석민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봉중근과 한기주는 이번 대회의 경험을 재산으로 삼아 내년에 열릴 WBC에서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베이징 올림픽 한국 야구 대표팀의 선전은 한국 야구의 밝은 앞날을 예견케 한다. 부디 이번 금메달이 남은 프로야구 시즌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내년 3월 열리는 제2외 WBC의 선전으로 연결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