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의 맹활약으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희망으로 떠오른 추신수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81승 81패 정확히 5할 승률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7월까지 47승 60패로 5할 승률에 13승이나 모자랐던 인디언스가 2달 만에 5할 승률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8월 이후 맹타를 휘두른 추신수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신수의 터보 엔진이 한 달만 일찍 가동되었더라면 포스트시즌을 노렸을 지도 모른다.
페넌트레이스는 끝이 났지만 추신수의 2008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9월에 맹활약을 펼친 덕에 메이저리그의 공식 상 가운데 하나인 '이달의 선수(Player of the Month)'로 뽑힐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신수의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다.
메이저리그는 매달 일정이 끝나면 해당 기간에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별해 리그별로 ‘이달의 선수’와 ‘이달의 투수’를 선정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8년 7월에는 박찬호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05로 월간 사이영상 격인 ‘이달의 투수’로 선정된 적이 있다. 추신수는 한국인 최초로 월간 MVP라 할 수 있는 ‘이달의 선수’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9월 한 달 간 24경기에 출장한 추신수는 4할의 타율과 6할이 넘는 장타율로 5홈런 24타점 21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아메리칸리그의 전체 타자들 가운데 타점 2위, 득점 3위에 해당하며,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타율 2위, 출루율 1위, 장타율 3위, OPS 1위다.
그야말로 최상급의 활약. 플레툰으로 기용되어 상대 선발이 좌완인 경우에는 선발 출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스탯과 비율 스탯 모두 최정상에 올라 있다. 이만하면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추신수의 경쟁자는 대략 위 표에 나타난 5명으로 추려볼 수 있다. 하지만 월간 홈런 1위라고 해도 폴 코너코는 경기수가 적은만큼 득점과 타점이 적고, 매글리오 오도네즈는 타점에서 추신수를 하나 앞서고 있을 뿐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겔 카브레라도 비율 스탯에서 많이 부족하다.
이들 세 명이 속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30일(한국시간) 올 시즌 최후의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웬만해선 ‘이달의 선수’ 판도에 지장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경쟁자가 될 만한 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행크 블레이락과 넬슨 크루즈 콤비다. 둘 다 홈런에서 추신수를 앞서고 있고 나머지 기록들도 훌륭한 편. 하지만 추신수 역시 4할에 이르는 타율과 득점과 타점 등에서 이들을 확실히 앞서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인 OPS에서 추신수가 월간 1위라는 점은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
기록을 놓고 판단했을 때, 홈런에 지나친 비중만 두지 않는다면 추신수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의 수상자를 돌이켜 봤을 때도 타점과 득점이 가장 중요한 수상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타점과 득점의 합계에서 45개를 기록한 추신수는 블레이락(42개)을 제치고 단독 1위다.
두 달간의 맹타로 고국인 한국만이 아니라 클리블랜드 현지 팬들의 마음까지도 완전히 사로잡은 ‘추트레인’ 추신수.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 있어 전환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2008년을 기념할 수 있을 만한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이 꽤나 높기에 희망을 가지고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