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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지금은 포스트시즌, 정규시즌의 성적을 논하지 말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12.
 

4위 삼성 라이온즈가 3위 롯데 자이언츠를 3연승으로 침몰시키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전력은 롯데, 경험은 삼성’이라며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디가 3위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삼성이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감독의 작전이나 타선의 응집력, 그리고 투수진의 활약까지 모든 면에서 삼성이 우위를 보인 완벽한 승리였다.


강점으로 평가된 롯데의 선발 투수들은 3경기 합쳐서 11.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며 7.94의 방어율을 기록했고, 마찬가지로 롯데가 우세할 것이라 여겼던 타격에서도 총득점 22:10으로 삼성이 압도했다. 정규시즌에서 10승 8패로 롯데가 우세했다는 사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삼성을 상대로 3승 1패 평균자책점 3.22의 좋은 성적 덕에 1차전 선발로 낙점 받은 송승준은 2.2이닝 동안 6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고, 5홈런 1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던 가르시아는 3경기 동안 홈런은커녕 타점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작용한다는 가을잔치에서 정규시즌 때의 상대 전적 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


사실 이와 같은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단 포스트시즌에 오른 이상 정규시즌의 순위나 상대 전적 등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결과를 통해 증명되어왔기 때문. 지난해까지 단일리그 제도 하에서 펼쳐진 16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와 4위 팀의 대결 결과는 8승 8패로 동률, 올해 4위였던 삼성이 승리함으로써 이제는 오히려 4위가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하게 되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개의 디비즌 시리즈 가운데 2개 시리즈에서는 정규시즌 승률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


보스턴 레드삭스(95승 67패)는 상대전적에서 1승 8패의 절대적인 열세를 보인 LA 에인절스(100승 62패)를 3승 1패로 물리쳤고, 가을잔치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최저 승률인 LA 다저스(84승 78패)는 내셔널리그 1위 시카고 컵스(97승 64패)를 3연승으로 일축했다. 정규시즌에서 컵스와의 상대전적은 2승 5패로 다저스의 열세였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정규시즌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팀이다. 그 팀들의 전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정규시즌 성적을 토대로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럼에도 그러한 데이터를 무시하는 결과가 계속해서 드러난다는 것이 ‘가을 야구’가 주는 또 하나의 재미다.


롯데를 3연승으로 제압한 4위 삼성의 놀라운 기세는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양대 리그로 치러졌던 1999년의 한화를 제외하면, 단일 리그 제도 하에서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한 팀이 우승을 차지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