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과연 그 이유가 전부일까?
당초 중견수 이종욱, 좌익수 김현수와 더불어 두산의 외야 한 곳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선수는 올 시즌 자신이 출장한 103경기 가운데 66번을 선발 외야수로 출장하며 .277의 나쁘지 않은 타율을 기록한 유재웅(29)이었다. 출장한 59경기 중 13번만 선발로 출장했을 뿐 시즌 대부분을 대타나 대주자로 나섰던 타율 .197의 전상렬과는 공격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이 전상렬을 선발 우익수로 낙점한 것은 어쩌면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프로 17년차를 맞이한 전상렬은 ‘가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1992년 삼성에서 데뷔한 전상렬은 이후 한화를 거쳐 두산에 몸담게 된 이후 5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37경기에 출장한 그는 72번 타석에 들어서서 63타수 26안타를 기록, 무려 .413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 50타석 이상 들어선 역대 모든 선수들 가운데 2위인 장효죠(.359)를 크게 따돌린 압도적인 1위다.
뿐만 아니다. 출루율(.471)도 호세(.529)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으며, 10할이 넘는 OPS를 기록한 선수도 외국인 선수인 호세(1.232)를 제외하면 전상렬(1.011)이 유일하다. 홈런은 없지만 8개의 2루타를 기록, 13득점 6타점 4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17년의 정규시즌 통산 .243의 그저 그런 타율을 기록했던 선수가 가을만 되면 펄펄 날아다녔던 것.
어쩌면 전상렬이야말로 ‘가을의 사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선수일지도 모른다. 김경문 감독 역시도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0타수 6안타 3타점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하기도 했던 전상렬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를 선발 우익수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36세 17년차 노장 전상렬이 예년과 같은 ‘가을 맹타’를 이어가며 팀의 승리에 공헌할 수 있을까? 16일부터 시작되는 2008시즌 플레이오프는 이러한 재미난 요소들이 얽혀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록 참조=Stat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