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KS 4차전 리뷰 - 이것이 SK 와이번스의 야구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31.


3일 휴식 후 4일 만에 등판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7회까지 116구를 던지며 8피안타 3실점으로 막아낸 랜들의 투구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는 분명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모든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멋드러진 피칭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랜들 한 명으로는 7명의 투수가 등판한 SK의 계투진을 이길 수 없었다.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차전 선발투수로 예상되는 채병용까지 주저 없이 마운드에 올리는 SK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 그리고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점수를 뽑아주는 묘하게 강한 타선.


한국시리즈 5차전은 SK 와이번스의 야구가 지닌 강점을 확실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압도적인 힘을 느낄 수는 없지만, 왠지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은 느낌. SK를 상대하는 팀들이 매번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SK 타선 평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홍석 -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집중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랜들의 호투에 밀리는 듯 하면서도 끝끝내 빈틈을 찾아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상대 수비의 실수까지 겹치면서 다소 손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박재상과 박재홍, 나주환의 도루가 결국 상대 수비를 흔들기에 성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정이 계속해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고무적이며, 박재홍이 앞에서 출루해주니 더욱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정근우와 박경완은 타석에서는 깜깜한 블랙홀이지만, 수비에서의 공헌도가 무척 높다.


야구라 - SK는 두산의 마운드를 상대로 10안타와 2볼넷을 얻어냈지만, 승리한 결정적인 요인은 두산의 수비가 기록되거나 기록되지 않은 에러에 있다고 생각한다. SK는 1회에 선취점을 올릴 때의 채상병의 2루 송구 에러나 6회 2사 후에 박재홍의 타구를 좌전 안타로 만들어 준 김재호의 수비, 7회에 고영민의 에러, 9회에 두산의 배터리가 사인 미스로 패스트볼 등 두산 수비진의 에러 속에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두산의 자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두산의 배터리와 내야진을 뒤흔든 SK의 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쨌든 SK의 야수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최정이었다. 타석에서는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또한, 정근우는 공격에서는 부진했지만, 3회에 이종욱의 빗맞은 타구를 잘 잡아내면서 역전을 막아냈다.


▶ 두산 타선 평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홍석 - 5회 이후로 이닝이 끝난 시점에서 누상에 나가 있던 주자만 무려 9명이다. 3차전보다 더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또 다시 SK의 계투작전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현수와 이종욱은 부진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고, 포수와 유격수 수비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김동주와 홍성흔, 단 두 명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앞뒤로 화답해 주는 타자가 한 명도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5차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야구라 - 7안타에 6사사구로 총 13번이나 출루했고, 게다가 7와 8회에는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고, 2, 3, 4, 7, 9회에는 선두 타자가 출루했지만, 2회만 홈을 밟았을 뿐이다. 두산이 패한 이유로 김현수나 이종욱, 하위 타선의 부진을 꼽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비 에러에 있다고 생각한다. 포수인 채상병은 송구 에러와 함께 SK가 시도한 3번의 도루를 단 한 번도 아웃으로 잡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서 포수 마스크를 쓴 최승환은 9회에 기록상으로 와일드피칭으로 기록되었지만, 패스트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플레이로 4점째를 헌납했다. 타격에서는 부진에서 벗어난 고영민은 주루사를 비롯해서, 7회에는 에러를 범하면서 2점 차이로 벌어지는 중요한 실점을 하였다.


▶ SK 투수진 평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홍석 - 투수가 위기를 자초하면 다음에 등판하는 투수가 불을 끄고, 다음 이닝에 또 다시 위기 상황이 닥쳐오면 또 새로운 투수가 올라와서 막아내고. SK 김성근 감독의 신기하고도 놀라운 투수기용이 또 다시 승리를 이끌어냈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당장 자신이 등판한 상황에서 이미 벌어져 있던 위기상황 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막아냈다. 마지막에 채병용만 등판하지 않았더라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도 있을만한 위력적인 계투작전이었다. 정우람과 이승호를 4경기 연속 등판시킨 김성근 감독의 결단도 다소 놀랍지만, 그 모든 임무를 완수하는 두 투수의 능력에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야구라 - 송은범을 선발 등판시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칼을 빼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김성근 감독은 3회에 1사 2루에서 과감하게 가득염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3경기 연속으로 정우람-윤길현-이승호-조웅천이 투입된 상황이기에, 불펜에 그렇게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의 빠른 교체는 두산 타선이 부진한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을 엿보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득염과 이영욱이 상당히 잘해줬고, 2 : 1로 앞선 6회부터는 정우람-조웅천-이승호에 이어서 2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채병용까지 마무리로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7, 8회에 만루 위기에서 이승호와 채병용의 두둑한 배짱이 돋보였다


▶ 두산 투수진 평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홍석 - 팀을 위해 3일 쉬고 등판한 두산의 선발 랜들은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3경기에서 등판한 26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피칭이었으며, 수비가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1실점으로 그칠 수도 있었기에 그가 떠안은 패전이 무척이나 아쉽다. 1회와 7회의 점수는 어떻게 해서든지 막았어야만 했다.


야구라 - 선발 투수인 랜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유일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호투를 펼쳤다. 사실 그가 3자책을 기록했지만, 그의 몫은 1자책점이고, 나머지 2자책점은 수비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1차전에 이은 랜들의 호투는 승패와 관계없이 선발 투수가 실종된 기형적인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반면에, 9회에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 이 추가 실점을 와일드 피칭(최승환의 패스트볼로 봐도 무방하지만)으로 준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2점 차이와 3점 차이는 완전히 다른 것을 생각하면 9회초의 1실점은 상당히 컸다.


▶ 이것이 SK 와이번스의 야구다!

야구라 - SK의 승인은 역시 적은 찬스에서 꼬박꼬박 득점을 올렸다는 점과 두터운 수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투타에서 맹활약한 최정을 비롯해 타석에서는 부진했지만 정근우도 수비에서는 견고한 모습을 과시했다. 반대로 5번이나 선두 타자가 출루하는 등 여러 차례 절호의 찬스를 잡고서도 적시타로 연결시키지 못한 두산 타선의 무기력이 역설적으로 SK의 승리를 도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홍석 - 사실 SK가 특별히 잘했다기 보다는, 보는 입장에서 황당함이 느껴질 정도로 찬스를 살리지 못한 두산이 3차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무너진 경기였다. SK의 경우 기동력을 발휘해 1회부터 승부를 걸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랜들은 몰라도 포수 채상병은 충분히 흔들렸고, 결국 수비 전체의 나쁜 리듬으로 이어졌다. SK는 채상병을 상대로 도루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부담이 없어 보였다. 포수의 악송구 하나 때문에 땅볼 타구로 선취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1승 2패로 뒤지고 있는 두산 입장에서는 심적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야구라 - 9회에 4점째를 내주는 장면에서도, 기록상으로는 이용찬의 폭투지만 사실상으로는 포수 최승환의 패스트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박경완과의 포수싸움에서 두산이 완전히 밀리고 있다. 또한 4회 김현수의 3루 직선타 때 고영민의 주루사 등 두산의 플레이는 뚝뚝 끊어지기 일쑤였다. 특히 김현수의 부진이 타선 자체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어, SK의 베터리가 큰 부담 없이 경기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인다.


김홍석 - 한편으로는 SK가 지닌 강점이 잘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2회와 3회, 5회에는 3잠 범퇴로 힘없이 물러나기도 했지만, 1회와 4회에는 상대의 실책 등에 힘입어 간단하게 점수를 뽑았다. 두산이 더블 플레이 수비를 실패하면서 3점째를 뽑은 7회도 마찬가지. 2차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패턴을 단순한 ‘운’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SK다운 야구를 했다”라고 표현한 만큼, 이것이야 말로 SK가 지닌 최고의 장점이 잘 발휘된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야구라 - 두산의 방패는 결국 계속해서 바뀌는 SK 핵심 불펜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연투로 인해 계속해서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점을 파고들지 못했다. 두산의 약점은 비단 김현수만이 아니다. 유격수 자리는 공수에서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종욱과 전상렬, 오재원 등도 플레이오프와는 전혀 딴판이다. 유재웅은 이틀 연속 결정적인 장면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4번 김동주와 5번 홍성흔이 안타나 볼넷 등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선행주자는 없고 막상 출루한 그들을 불러들일 후속 타자들도 없는 형편이다.


그와 반대로 SK는 최정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하위 타선에서는 나주환이 좋은 타격을 보여주며 적은 찬스에서도 승리에 꼭 필요한 점수는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과 달랐다.


김홍석 - 7회와 8회에 연속해서 만루 찬스를 무위로 돌려버린 두산은 심각한 적시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3차전에 이어서 1번과 3번 그리고 6번에서 타격의 맥이 완전히 끊기고 있다는 점에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SK 투수들이 잘해주고 있는 점 가운데 하나는 두산의 하위타선을 확실히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다. 포수가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니 전체적인 내야 수비의 리듬도 좋지 못하다. 수비만 견고했더라면 랜들의 실점은 3점이 아니라 1점이었을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가장 호투한 선발 투수가 승리가 아닌 패전의 멍에를 썼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쉽다.


▶ 5차전 전망

야구라 - 김성근 감독이 채병용을 등판시킬 때, 내심 5차전에서 끝낼 생각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차전에서 제구력 난조를 보인 김광현이지만, 현재의 두산 타선은 충분히 힘으로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석 - 3일 쉬고 등판한 랜들이 호투한 4차전을 잡지 못한 이상, 두산이 한국시리즈의 최종 우승을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가능성이 무척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3차전과 4차전은 너무도 무기록하게 패했다. 5차전마저 이런 식으로 패한다면 ‘최선을 다한 후회없는 승부’라고 표현하기조차 민망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SK에게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홈 팬들에게 한 번쯤은 시원한 승리를 선물할 필요가 있다.


야구라 - 하지만 김광현이 경기 초반에 좋은 피칭을 보여준다면, 마지막에 몰린 두산 수비진이 무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의외로 싱겁게 SK의 완승으로 대미를 장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김광현-윤길현-정대현으로 이어질 SK의 철벽 승리조의 등판이 예상되는 터라 또 다시 문학구장을 방문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석 -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두산은 5차전에서 슈퍼맨의 탄생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상대 선발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 김광현이고 두산의 선발은 상대적으로 믿음이 덜 가는 김선우다. 김선우가 해주든, 김현수나 이종욱 또는 그간 잘해줬던 김동주나 홍성흔이 되었건 간에 5차전에서 제대로 미쳐주는 선수가 한 명 이상 탄생하지 않는 이상 두산의 승리를 바라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SK가 4차전까지 다소 무리하게 불펜을 운용해서 결국 채병용까지 마운드에 올렸기에, 어떻게든 5차전을 잡아내고 6차전으로 넘어간다면 반전을 꾀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