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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빌 제임스 핸드북] 올시즌 MLB 최고의 파이어볼러는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25.

세이버매트리션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시즌 종료와 함께 발간하는「빌 제임스 핸드북」은 여러 가지 재미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야구를 통계로 분석하자”라는 그의 신조답게 한 시즌의 전체적인 내용을 아우르는 방대한 분량의 선수-팀의 분석과 함께, 평소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오프시즌 기간을 이용해 몇 차례에 걸쳐 핸드북 속의 내용을 소개해 볼까 한다. 오늘은 우선 투수들의 구속과 게임 스코어(Game Score)에 관한 내용이다.


▷ 평균 구속

누구의 공이 가장 빠른가? 라는 질문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가장 뜨거운 화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단지 하나의 공을 가장 빨리 던진 투수라면 스피드 건에 100마일을 심심찮게 찍어주는 조엘 주마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해 주마야는 88이닝을 던지며 시속 98.6마일(시속 159킬로)의 fastball 평균 구속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에도 「빌 제임스 핸드북」은 올시즌 활약한 선수들 중 가장 빠른 공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들을 소개하고 있다. 선발 투수의 경우 규정 이닝(162이닝)을 채워야 하고, 구원 투수는 50이닝 이상이 기본 조건이기 때문에 부상으로 33이닝만 던진 주마야의 이름은 빠져있다.


직구(fastball) 평균 구속 - 빠른 순

1위

펠릭스 에르난데스

SEA

95.6

맷 린드스톰

FLA

96.6

2위

A.J. 버넷

TOR

95.1

잭 그라인키

KC

95.4

3위

저스틴 벌렌더

DET

94.8

브래드 릿지

HOU

95.4

4위

더스틴 맥고완

TOR

94.7

조나단 블랙스턴

LAD

95.2

5위

자쉬 베켓

BOS

94.6

호르헤 훌리오

COL

95.1

6위

다니엘 카브레라

BAL

94.3

데릭 턴보우

MIL

95.1

7위

켈빔 에스코바

LAA

93.7

테일러 예이츠

ATL

95.0

8위

파우스토 카모나

CLE

93.5

토니 페냐

ARI

95.0

9위

브래드 페니

LAD

93.4

조 네이든

MIN

94.8

10위

제레미 거스리

BAL

93.4

브랜든 머로우

SEA

94.8


21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3년차 시즌을 보낸 펠릭스 에르난데스(14승 7패 3.92)가 지난해(95.2마일)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선발 투수 1위를 차지했다. 19세의 나이에 빅리그에 데뷔하여 이미 30승을 거둔 86년생 에르난데스가 앞으로 만들어갈 커리어는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기쁨이다.

지금은 모두 다른 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되었지만 한 때 플로리다의 파이어 볼러 영건 3인방으로 유명했던 브래드 페니, 자쉬 베켓, A.J. 버넷도 모두 10위권에 그 이름을 올렸다. 더스틴 맥고완(12승 10패 4.08)과 제레미 거스리(7승 5패 3.70)은 올시즌 급부상한 신인급 투수들이며, 에스코바(18승 7패 3.40)와 카모나(19승 8패 3.06)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투수들이다.

다니엘 카브레라(9승 18패 108볼넷 5.55)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공이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위력적인 fastball을 제구할 수만 있다면 메이저리그의 엘리트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맷 케인(93.2마일)까지 포함해 올시즌 시속 150킬로(93마일) 이상의 평균 구속을 자랑한 선발 투수는 모두 11명이다.

구원 투수의 경우는 플로리다의 신인 투수인 맷 린드스톰이 차지했다. 19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플로리다의 든든한 중간계투로 자리 잡은 선수다. 캔자스시티의 선발 유망주였던 잭 그라인키는 올시즌 구원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내년에는 다시 선발의 한 축을 맡게 될 예정.

공 빠르기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들이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아쉽게도 175센티의 키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기로 유명한 빌리 와그너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와그너의 올시즌 평균 직구 구속은 94.6마일(14위), 여전히 빠른 구속을 자랑하지만 96.9마일로 구원 투수 전체 1위를 차지했던 2005년이나 주마야에게 밀리긴 했지만 2위(96.3마일)에 올랐던 지난해에 비해 구속저하가 눈에 띈다.

이와는 반대로 fastball이 맞나 싶을 정도의 느린 구속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직구 평균 구속 - 느린 순

1위

팀 웨이크필드

BOS

74.2

2위

제이미 모이어

PHI

81.1

3위

리반 에르난데스

ARI

83.6

4위

탐 글래빈

NYM

83.7

5위

덕 데이비스

ARI

84.1

6위

배리 지토

SF

84.5

7위

그렉 매덕스

SD

84.7

8위

맷 치코

WAS

85.5

9위

폴 버드

CLE

85.6

10위

마크 벌리

CWS

85.9


국내의 한 기자가 ‘느림의 미학’이라는 멋드러진 별명을 붙여준 너클볼의 귀재 팀 웨이크필드는 그나마 얼마 던지지도 않는 직구의 구속이 74.2마일(119킬로)에 불과하다. 물론 너클볼의 위력이 대단하다지만 저토록 느린 직구를 가지고도 17승을 거둔 웨이크필드를 보면, 투구에서의 로케이션과 제구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컨트롤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제이미 모이어와 그렉 매덕스, 폴 버드 등의 이름이 보이고, 올시즌의 첫 ‘노히트 노런’의 주인공 마크 벌리도 손에 꼽힐 정도로 공이 느린 편이다. 적어도 이 명단에 올라와 있는 선수들이라면 공의 제구는 말할 것도 없으며, ‘피칭’ 이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던 선수들이라 봐야 할 것이다.


▷ 게임 스코어(Game Score)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 시합의 경우는 쉽게 투수가 위력적인 피칭을 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6년 전 A.J. 버넷은 10개의 사사구(9볼넷 9히트바이피치)를 내주고도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적이 있다. 이 경기에서 버넷의 투구가 2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다 하더라도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투수보다 뛰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게임 스코어(이하 GS)는 이렇게 “선발 투수가 얼마나 경기를 지배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출발하여 그것을 수치화 하여 나타낸 지표다.

기본적으로 GS는 50점에서 시작한다. 이후 아웃 카운트 하나당 1점(즉 1이닝 3점, 9회를 완투하면 27점), 4회가 넘어가면 5회부터는 이닝당 2점씩 추가, 삼진 하나당 1점씩의 점수를 더해준다. 반대로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면 각각 -2, -1점씩, 자책점을 내주면 -4점, 비자책점일 경우는 -2점이 주어진다.

환상 속에서나 나올법한 9이닝 27탈삼진 퍼펙트 경기의 경우 그 점수가 112점이 된다(1952년 론 네샤이라는 투수가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기록된 경기는 1998년 당시 신인이었던 케리 우드가 휴스턴 에스트로스를 상대로 펼친 1피안타 20탈삼진의 경기로 105점이 기록되었다. 올시즌 단일 경기 최고 GS는 부상으로 아쉽게 탈삼진 왕을 놓친 볼티모어의 에릭 베다드가 7월 7일 경기에서 보여준 2피안타 무사사구 15탈삼진 완봉승 경기로 98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진 많이 잡고 피안타율이 낮은 파워피처에게 유리한 지표가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으나, 방어율과 투구 이닝, Whip(이닝당 출루허용) 등을 모두 포괄한 지표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아래는 30경기 이상을 등판한 선발 투수들의 평균 GS를 나타낸 것이다.


Game Score

Best

Worst

제이크 피비

SD

62.18

  아담 이튼

PHI

41.63

요한 산타나

MIN

59.45

  스캇 올센

FLA

41.64

브랜든 웹

ARI

57.97

  호세 콘트레라스

CWS

42.13

크리스 영

SDP

57.87

  에드윈 잭슨

TB

43.00

자쉬 베켓

BOS

57.80

  리반 에르난데스

ARI

44.48

C.C. 사바시아

CLE

57.79

  케빈 밀우드

TEX

44.58

존 스몰츠

ATL

57.16

  맷 모리스

PIT

44.66

애런 하랑

CIN

56.79

  돈트렐 윌리스

FLA

45.17

하비어 바즈케즈

CWS

56.78

  맷 벌라일

CIN

45.57

존 랙키

LAA

56.45

  맷 치코

WAS

45.71


양대리그 통합 방어율 1위이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제이크 피비가 역시나 가장 뛰어난 경기 지배력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62.21의 GS로 전체 1위를 차지했던 산타나는 올시즌 한계단 하락해 2위에 머물렀다. 기준이 30경기 이상이기에 명단에서 빠졌지만, 사실상 2위는 28경기에 등판한 에릭 베다드(60.71)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외의 투수들도 하나같이 이름을 떨치며 최고 투수 반열에 올라 있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하비어 바즈케즈(15승 8패 213탈삼진 3.74)의 경우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실속있는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 받았던 투수 중 한명이다.

반대로 GS가 낮은 선수들은 그만큼 부진했다는 말이 된다. 막강한 팀 타선의 도움으로 10승(10패)를 거두었을 뿐, 800만 달러의 고액 연봉 선수답지 않게 6.29의 방어율로 무너져내린 아담 이튼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62.2이닝 동안 무려 192개의 안타(피안타율 .301)를 내주는 등 71개의 볼넷까지, 최하위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올시즌 심각한 부진으로 코칭스탭의 애를 태운 ‘쿠바 특급’ 콘트레라스의 이름이 보이고, 한 때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갈 차세대 특급 에이스로 평가 받았던 동갑내기 투수 밀우드와 모리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아쉽다. 플로리다의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도 어서 빨리 저 명단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

물론 저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최소한 30경기를 선발 출장했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았던 투수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병현의 경우도 44.09포인트로 아래에서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경기 수 자체(22경기)가 모자라서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