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간으로 5월 6일 경기를 마친 현재,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는 19승 11패 승률 .633을 기록하며 뉴욕 메츠와 함께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치퍼 존스는 마치 7~8년전으로 돌아간 듯 10홈런을 몰아치며 본즈와 함께 리그 홈런 선두에 올라있고, 켈리 존슨은 3할이 훌쩍 넘는 타율에 무려 28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출루율 .459) 걱정거리였던 브레이브스 1번 자리를 리그 최고수준으로 바꿔놓았다. 제프 프랑코어는 예상치 못한 3할 언저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리그 타점 3위에 랭크 되어있고, 원정경기에서는 무시무시한 타격을 선보이는 에드가 렌테리아는 어느새 팀의 공수에서의 핵이 되어있는 상황.
존 스몰츠는 여전한 위력을 과시하며 에이스로서 확실한 역할을 감당해주고 있고, 1점대 방어율을 기록중인 팀 헛슨은 완벽하게 부활하며 리그 최고의 원투 펀치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이영상의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3~5선발 투수진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고, 마무리 밥 윅맨은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 게다가 팀 주포인 앤드류 존스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약점, 특히 선발진의 심각한 붕괴는 팀 타격과 관계없이 팀을 나락으로 떨어뜨릴만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애틀란타는 6할이 넘는 승률로 지구 1위다. 이유가 뭘까?
단축시즌이라 포스트 시즌이 열리지 않았던 1994년을 제외한다면 무려 14년 연속 지구 1위로 가을 축제에 초대받았던 그들이지만, 계속된 전력약화는 결국 그 한계를 드러내며 작년에는 16년 만에 지구 3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메츠의 계속된 전력 강화로 인해 사실상 근 5년간 계속되어 왔던 애틀란타에 대한 걱정이 드디어 현실로 보이기 시작한 상황이라, 이러한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만 같았고, 한때 바비 칵스 감독의 경질설이 나돌 정도로 그 사태는 심각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시즌 예상을 하면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를 언급할 때면, 메츠를 부동의 디비즌 타이틀 홀더로 찍어 놓고, 2위 자리에는 대부분 필라델피아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 예상에서 애틀란타는 3위 자리조차 플로리다 말린스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랬던 팀이 그 막강한 메츠와 함께 계속 업치락 뒤치락 하며 지구 1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프시즌 기간 동안 전혀 좋은 소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32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믿을 수 없었던 아담 라로쉬를 파이어리츠에 넘겨주고, 마무리 마이크 곤잘래스를 받아왔다. 라로쉬가 조금 아깝긴 하지만 마무리 밥 윅맨이 조금 불안한 상황이라 차세대 마무리로 기용될만한 좋은 선수를 얻어왔기에, 나쁘지는 않다는 평가.
게다가 그 다음날 쓸만한 유틸맨인 크렉 윌슨을 1년간 2M로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모든 팬들이 “역시 존 슈어홀츠는 다르다” 라는 찬사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작년 시즌 최대의 고민이었던 불펜 보강을 위해 호라시오 라미레즈를 주고 라파엘 소리아노를 받아온 뒤다.
소리아노 - 곤잘래스 - 윅맨 으로 이어지는 마무리 조합은 또 하나의 승리의 방정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만한 강력함을 보여줄 것만 같았고, 좌투수에 강한 윌슨과 스캇 쏘먼의 플래툰이라면 라로쉬에 거의 근접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렌테리아 - 앤드류 - 치퍼 - 프랑코어 - 맥칸 - 윌슨(쏘먼)’ 의 타선으로 ‘례이예스 - 로두카 - 벨트란 - 라이트 - 델가도 - 알루 - 그린’ 으로 이어지는 메츠 타선과 상대하기란 아직 많이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니까.
게다가 믿을만한 투수는 존 스몰츠와 팀 헛슨 단 두명뿐, 나머지 투수들은 뚜껑을 열어봐야만 평가를 내릴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불펜 보강을 했다고는 하지만, 투수력에서 조차도 메츠에 비하면 한참이나 모자랐고, 투타 양면에서의 부족함은 쉽게 극복하기 힘든 요소이다. 필자역시도 슈어홀츠가 어떻게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지가 상당히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시즌을 맞이했다. 굳이 따지자면 바비 칵스에게 그대로 감독을 맡겼다는 것 정도?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슈어홀츠의 트레이드가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곤 해도, 걱정했던 점들 또한 뚜렷이 보이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임에 분명한데도 애틀란타는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애틀란타는 팀타격 내셔널리그 6위, 팀홈런 공동 1위, 팀득점 4위에 올라있다. 분명 준수한 성적임에 틀림없지만, 팀타격 1위, 팀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메츠에 비하면 분명 조금 모자라는 감이 있다. 특히 4.14의 팀 방어율로 리그 10위에 불과한 그들의 투수진은 2.98이라는 엽기적인 팀 방어율을 자랑하는(당연히 ML 전체 1위) 메츠 투수진에 비하면 상처투성이만 될 뿐이다.
그런데도... 두 팀의 성적은 똑같다. 심지어 맞대결에서는 4승 2패로 앞서나가며 메츠를 압도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애틀란타 타선이 앤드류 존스를 제외하고는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지만, 스몰츠와 헛슨 외에는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이렇게 버틸 수 있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스몰츠와 헛슨이 등판한 경기에서 기록한 11승 3패라는 성적이 좋은 성적의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도 8승 8패로 5할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선발인 척 제임스 - 카일 데이비스 - 마크 레드먼 이 기록한 방어율은 합쳐서 무려 6.86!! 그런데도 이러한 경기에서 애틀란타는 반타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애틀란타 타선의 집중력과 응집력, 그리고 끈기다. 그들의 타선은 7회가 넘어서면 리그 최고의 타선으로 변신한다. 59득점, 14홈런, 57타점 모두 리그 1위다. 특히 .461이라는 팀 장타율은 2위인 플로리다(.418)를 큰 차이로 앞서있다. 탑 수준은 아니지만 불펜이 3.66이라는 괜찮은 방어율을 보여주며 선발의 부족함을 매워주기에 7회 이후의 역전이 가능한 것이다.
올시즌 애틀란타가 지고 있다가 7회 이후 역전에 성공한 경기는 무려 8번!! 7회 이후 역전 당해서 패배한 경기는 마무리 윅맨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단 한 경기뿐이다. 선발투수가 합쳐서 10승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구원투수들이 무려 9승을 거두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30경기중 8경기를 7회 이후에 역전하는 팀이 성적이 나쁠 리가 있겠는가.
정말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득점 상황에서 타선이 유난히 강하다는 것이다. 주자가 없을 때 애틀란타의 팀타격은 끝에서 3위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록들도 죄다 아래쪽에서 찾아보는게 더 빠르다. 하지만 그들은 득점권 상황에서는 180도 돌변한다.
특히,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2아웃 상황에서 그들의 집중력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2위인 메츠(.271)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타율(.303)! 17개나 차이를 보이는 득점(74개)! 2위와 1할 가까이 차이나는 .520의 장타율! 그리고 .442라는 엽기적인 출루율까지.
내셔널리그만이 아니라 메이져리그 전체로 따져 봐도 전부문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이것이 바로 애틀란타가 이겨오는 비결이리라. 이것은 단순히 타격의 힘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떠한 외적인 요소가 분명히 애틀란타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캡틴 치퍼 존스의 부활이 팀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든, 선수들의 정신력에 의한 것이든, 바비 칵스 감독의 통솔 능력이든, 슈어홀츠를 비롯한 팀 프런트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든 간에 분명한 것은 “우리는 강팀이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라고 선수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뭉치지 않고서 저런 결과를 보여줄 수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쉽게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돌풍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는 애틀란타의 선전은 이대로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물론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도 최강급 타선이지만, 그 속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이빗 라이트와 카를로스 델가도, 이대로 무너질 이들이 아니기에 이들이 살아나면 메츠는 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메츠 역시 3선발 이후가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7월 이후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돌아온다면 선발진의 무게감은 현재 애틀란타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또한 계속 나쁜 상황이 유지된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되기 전에 좋은 투수를 트레이드 해 올만한 여건이 되는 팀이 바로 메츠다.
이에 비해 애틀란타는 여전히 약점이 보인다. 앤드류 존스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다른 타자들의 페이스가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타격에서는 지금과 같은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펜의 안정은 윅맨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 그가 없는 동안 곤잘래스와 소리아노가 무리하게 된다면 후반기 상황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3-4-5선발이 무너진 현 상태를 극복할 만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어느새 양키스 못지않은 공룡팀이 되어버린 메츠와의 경쟁은 역시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먹고 살고, 나라가 망해도 사람은 남아있다고 했던가. 매덕스와 글래빈, 퍼칼, 셰필드 등을 비롯 많은 스타들을 내보내며 하향세를 걸었지만, 스몰츠와 쌍 존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아직 남아있고, 또한 작년의 맥칸과 이번시즌 켈리 존슨의 예에서 보듯이 그들의 팜은 아직까지도 경쟁력이 있다.
한해 주춤하는 사이 메츠에게 왕좌를 내주긴 했지만, 정통왕조 복건의 기치를 내걸고 정신력으로 무장한 애틀란타의 기세는 정말 무섭다. 지난 15년간 메이져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이긴 팀이 바로 애틀란타다.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야구도 이겨본 팀이 이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알수 없는 힘을 발휘하며 이겨온 팀이 바로 애틀란타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결과 역시도 쉽게 예측할 수 없지 않을까.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 ‘죽음의 중부지구’ 등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듯 보이긴 해도, 실제로 매년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결국 ‘양키스 VS 보스턴’ 그리고 ‘브레이브스 VS 메츠’ 의 대결 구도로 압축되는 동부지구였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과연 ‘왕의 귀환’을 노리는 애틀란타가 ‘어메이징’ 이라는 메츠의 닉네임을 그들의 팀 이름 앞으로 가져오며 올시즌 디비즌 타이틀을 탈환할 수 있을런지... 역시나 올해도 마찬가지로 동부지구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다.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