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한지는 모르겠지만 올시즌은 유난히 특급 선수들의 부진이 심한 듯하다. 살아날 듯 하면서 그 정도가 너무나도 더딘 알버트 푸홀스와 매니 라미레즈를 필두로 하여 타율이 2할대로 떨어진 이치로, 다른 건 괜찮은데 타율만 문제인 그레디 시즈모어와 앤드류 존스,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팀을 힘들게 하고 있는 스캇 롤렌, 리치 섹슨, 아담 라로쉬, 모건 엔스버그, 개럿 앳킨스 등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보면 알겠지만 특히 거포들 중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물론 이들 중 대부분은 결국에 가서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겠지만, 특히 걱정되는 선수들이 몇 있기에 시즌의 5분의 1을 훌쩍 넘어선 이 시점에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라이언 하워드 (29경기 20안타 6홈런 타율 .204) 사실 작년 시즌 하워드가 3할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었다. 파워 하나는 리그 탑 수준이지만 3할 타율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컨택팅 능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3할 타율은 컨택팅 능력에서 기인 되었다기 보다는 홈런을 두려워한 투수들이 승부를 피함에 따라 반사이익으로 생긴 결과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올시즌 이렇게까지 못 칠 줄은 몰랐다.
작년시즌 3할 타율 4할 출루율 6할 장타율을 기록하며 58홈런 149타점으로 메이져리그 홈런-타점 1위를 기록했던 하워드. 올시즌 성적은 초라함 그 자체다. 29경기중 무려 12경기에서 무안타로 그치는 등 .204의 초라한 타율을 보이더니 결국 왼쪽 대퇴부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말았다.
올시즌 메이져리그 전문가들이 필리스를 메츠를 위협할만한 디비즌 2위팀으로 평가한 것은 투수력 보다는 하워드와 어틀리를 중심으로 한 타격에 기인한 바가 크다. 채이스 어틀리, 지미 롤린스, 아론 로원드, 쉐인 빅토리노 등의 타자들이 좋은 타격을 보이고 있는 현재, 투수진이 무너져서 초반에 고생한 필리스이지만 하워드만 제 몫을 해주었다면 5할 승률은 충분히 넘었을 필리스이기에 참으로 아쉽다.
마이클 영 (4홈런 타율 .238 출루율 .258 장타율 .397)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양키스 이적 이후 3루수로 보직을 바꾸면서 아메리칸 리그 최고 유격수 타이틀은 누구에게로 넘어갔을까?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데릭 지터, 그리고 MVP 테하다 이겠지만, 에이로드의 빈자리로 이동해 그 자리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 그의 파트너 마이클 영 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유격수 전향 후에도 3년 연속 3할 타율에 200안타 이상을 기록하며 평균 42더블 20홈런 98타점 107득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에이로드의 떠난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며 텍사스의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그런 그가 현재까지 .238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유격수 전향후 19-18-14 로 매년 줄어들던 에러 개수가, 이제 시즌의 20%를 조금 넘어선 시점에서 벌써 6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발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텍사스가 살아날 방법은 타격 밖에 없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마이클 영, 하루 빨리 특유의 정교한 타격을 보여주며 지터조차도 실패했던 유격수로서 4년 연속 3할 타율과 200안타에 도전해보길 기대한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 타자 전부~!! 작년시즌 막강했던 디트로이트와, 후반 무서운 추격으로 쫒아온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밀리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화이트삭스였으나, 올시즌 전망은 밝았다. 안정된 투수진의 존재도 그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작년시즌 151홈런 436타점을 합작한 짐 토미, 저메인 다이, 폴 코너코, 조 크리디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이거스와 인디언스에게 밀려 지구 3위를 달리고 있다. 위의 중심타자들을 비롯, 팀 타선 전체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 타율, 득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모두 아메리칸 리그 최하위다. 좋은 출발을 보였던 스캇 파세드닉이 10경기 만에 DL에 올랐고, 그 이후 현재 팀내 타율 1위가 .250의 대런 얼스태드이니 말 다했다. 다이는 .203 코너코는 .194 크리디는 .205 하나같이 모두 ‘멘도자 라인’ 이하인데다 홈런도 합쳐서 겨우(?) 13개. 이들의 부진 속에서 홀로 분투하다, 심한 견제로 인해 19경기에서 25볼넷을 얻어낸 토미도 지금 부상으로 15경기째 출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삭스는 5명의 선발투수가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고, 오늘 캔자스시티에게 11점을 내주기 전까지 선발진은 3.71 구원투수들도 3.6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난조에 빠진 팀 타격에도 불구하고 18승 16패로 5할 이상의 승률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시즌 보여줬던 시삭스의 파괴력 넘치던 타선이 하루 빨리 살아나며 다시 한 번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를 혼전으로 몰아가길 바라는 바이다.
카를로스 델가도 (3홈런 타율 .209) & 데이빗 라이트 (작년 8월 이후 7홈런) 작년에 38홈런 114타점을 기록한 델가도와 26홈런 116타점의 라이트. 올해도 델가도는 최소한 비슷한 수준, 라이트는 홈런에서 한층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팀 타격이 워낙 강해서 크게 문제시 되지 않을 뿐, 이들의 부진도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둘 모두 3홈런에 그치고 있고, 델가도의 경우 타율 자체가 계속해서 2할을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라이트의 경우는 그보다는 좀 낫지만 작년 8월 이후 때린 홈런이 7개에 불과해 단순한 부진을 넘어서서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때 2번 타순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물론 팀의 4-5번 타순을 맡아줄 이들이 없어도 메츠 타선은 너무나 강하다. 지금 이대로도 훌륭한 MVP후보인 벨트란과 례예스 말고도, 노장인 알루(.318)와 그린(.323)까지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3할 타자가가 4명이나 된다.
하지만 애틀란타의 전력이 생각이상인 것으로 드러난 지금, 이 두명의 부활이 없이는 디비즌 타이틀 쟁취 향한 레이스는 참으로 힘겨울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델가도와 라이트가 부활하여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우리는 파괴력과 짜임새에서 모두 균형을 이룬 역대 최강의 타선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