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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방출된 박찬호, 과연 그의 선택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4.


 
박찬호 선수가 지난 달 지명 양도 조치에 이어, 최종적으로 뉴욕 메츠에서 방출당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메츠 구단에서 그가 있을 곳이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다만, 박찬호가 마이너 리그에서조차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모자라거나, 성적이 나빠서 방출당한 것은 아니다. 각 신문들이 일부러 기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으로 ‘박찬호 트리플 A에서도 방출’ 이라는 등의 제목을 사용하는 바람에, 이렇게 오해 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서 그것부터 바로 잡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메츠는 애당초 박찬호를 마이너리그에서 써먹을 투수로 영입한 것이 아니었다. ‘보험’ 의 성격이 짙긴 했지만, 시즌 초반 하더라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던 올리버 페레즈의 4선발 자리와 5선발 자리에서 구멍이 났을 때, 그 자리를 채워줄 ‘메이져리그에서 활용할 투수’ 로써 박찬호를 영입한 것이었다.


  탐 글래빈-존 메인-올리버 페레즈 이렇게 3명의 선발투수가 시즌 초부터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고, 중간에 5선발로 투입된 헤르헤 소사 역시도 6번의 선발 등판에서 5승(방어율 3.22)을 거두며 메이져리그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올란도 에르난데스마저도 한 달 만에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좋은 투구 내용을 과시했다. 이제 메츠 선발진에 빈자리는 없다.


  이미 대부분의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마이너리그는 ‘메이져리그를 위한 리그’ 일뿐, 리그 우승(마이너 리그에도 챔피언쉽이 있다)을 꿈꾸는 선수나 코칭 스탭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선수들의 경우는 메이져리그 진출이며, 코칭 스탭의 경우는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메이져리그급 선수로 키워내는 것이다.


  애당초 박찬호는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하고 영입한 선수이지, ‘성장’을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장 메이져리그에서 써먹을 수 없는 그를 방출한 것일 뿐, 그것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 왜곡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방출된 것은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는 기사도 있지만, 어차피 그런 것이 요점이 아니다. 박찬호의 요청이 있었든, 메츠 구단의 자체적인 판단이었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그 선택은 단순히 선수생활의 연장을 떠나 앞으로 그의 진로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택의 폭은 그다지 넓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어차피 넷 중 하나일 테니까 말이다.


첫 번째, 미국에 그대로 남아서 다른 팀으로 이적을 시도
두 번째, 국내 프로야구(한화)로 복귀
세 번째, 일본으로의 진출을 모색
네 번째, 은퇴


  사실 네 번째의 경우는 고려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박찬호 선수의 일부 안티팬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외치고 있고, 또한 그가 더 이상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 안타까워하는 팬들 사이에서 ‘이쯤에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것은 어떤가.’ 라는 의견이 일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닌 득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닐뿐더러, 박찬호 박찬호 본인도 선수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의 진출 역시도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일본에 진출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대부분 그 목적이 ‘돈’ 에 있다. 이미 미국에서 부와 명예를 얻은 박찬호가 굳이 일본으로의 진출을 모색한다는 것은, 그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전혀 없다.


  게다가 일본은 그다지 만만한 리그가 아니다. 적응에 실패한다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본으로 진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유일한 가능성이라면 부인이 재일교포 출신이기에, 아내를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서 일본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성공이든 실패이든 팬들에게 실망감만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


  얻을 수 있는 명예가 없는 마당이니 성공한다 해도 부를 찾아 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만의 하나 적응에 실패한다면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물론이고, 박찬호 선수 본인 스스로도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나 에이전트에서 그러한 판단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두 가지. 메이져리그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을 타진하던지, 아니면 국내로 유턴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적어도 박찬호가 약속을 지키는 신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고, 은퇴 무대는 국내 프로야구가 될 것이라는 그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는 국내로 복귀해서 그의 수많은 팬들을 위해 직접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는 말이다.


  국내에서의 적응이나 성공 여부는 의심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비록 전성기만 못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150킬로에 이르는 포심과 투심, 그리고 낙차 큰 커브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국내의 그 어느 선수도 가지지 못한 메이져리거로서의 10년 이상의 경험까지도 그의 무기가 될 것이다. 예전 선동렬 감독만큼의 독보적인 투수로서의 성적은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손민한, 박명환, 류현진 등과 겨룰만한, 한 팀의 훌륭한 에이스 역할은 하고도 남을 것이다.


  트리플 A에서 난조를 보인 것 때문에 걱정한다면,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메이져리그로 올라가야 한다’ 라는 부담감이 아니었다면 트리플 A에서 그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메이져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격차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이 비록 트리플 A라 하더라도. 특급 투수가 아닌 메이져리그 투수도 부상 복귀 후 컨디션 점검차원에서 트리플 A 경기에 등판하면 도미넌트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다반사다.


  박찬호 역시도 흔들릴 때는 난타를 당했지만, 제압할 때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구위는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의 실패를 걱정해야 할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로 복귀한다면 멋진 모습과 함께 다시금 맞이하는 프로야구 중흥기에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역시도 박찬호와 손민한의 맞대결을 기대하며 사직구장을 찾아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던 선수가 투구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올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이르다. 비록 지난 5년간의 힘든 시기를 보냈고, 메츠에서의 재기 또한 일단은 실패로 나타났지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져리거’ 로서 어렵겠지만 한 번 더 도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박찬호는 분명 개척자이다. 그가 미국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린 첫 번째 선수는 아니었지만, 첫 번째 메이져리거로서 그는 선구자라 불릴만한 자격이 있다.


  한국인으로서 메이져리그 경기에 처음으로 등판한 것도, 처음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진 것도, 최초로 삼진을 잡고, 승을 거두고 완투승과 완봉승을 기록한 것도 모두 박찬호다. 심지어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리고 처음으로 홈런을 친 선수도 또한 박찬호다. 지난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메이져리그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팬들의 머릿속에는 ‘메이져리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의 주인공이다.


  그런 그가 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아직 뭔가가 아쉽다. 5년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보여줄 만큼 보여주었으니 이젠 물러서도 되지 않겠냐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은가. 그의 나이 34살. 많다고 하면 많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까지 꺾을 나이는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수많은 노장 선수들이 메이져리그 재입성에 대한 꿈을 품고 마이너리그에서 철치부심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 진출 했던 한국 선수들 중 대부분이 팀에서 방출 된 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끝까지 남아서 도전하는 선수들도 있다. 김선우도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백차승 역시도 방출당했으나 마이너 계약을 받아들이고 재기를 노렸고, 올시즌 멋지게 성공하여 메이져리거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메이져리그 역사상 16번째로 빅리그로 직행했던 박찬호가 12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마이너리그 생활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빅리거로서의 재기를 위해 다시 한번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팬들도 더 이상 고생하는 모습을 보기가 안타까워서일 뿐,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역시나 메이져리거 박찬호이다.


  그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팀들이 있어왔다고 그의 에이전트가 밝히고 있고, 그것이 그냥 립 서비스였다고 해도, 지금 빅리그에는 선발진에 구멍이 난 팀들이 꽤나 있다. 이미 박찬호의 몸값은 그다지 비싸지도 않은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손을 내미는 팀들이 은연중에 꽤 있을 것이다.


  당장은 메이져리그에서 뛰지 못할 지도 모른다. 마이너 계약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져리그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모름지기 개척자의 도전에는 후회가 없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도전해서 성공하든, 또다시 실패의 아픔을 겪든, 그동안 보아온 박찬호라면 미련이 남는 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공 한다면 다시금 메이져리거 박찬호의 역사는 이어지는 것이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모습이라면 누구도 돌을 던지지 못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미국 무대로 홀로 도전한 사나이가 아니던가. 13년 전 처음 미국 땅을 밟을 때의 그 의지를 되살리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를 때가 왔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하며 지켜본다. 훗날 미련이 남지 않을만큼 최선을 다한 뒤에, 국내 복귀를 선언하는 기자 회견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웃는 박찬호 선수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본다.
그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