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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메이져리그 올스타를 뽑아보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1.


올해로 78회째를 맞이하는 2007년도 메이져리그 올스타전은 현지시간으로 7월 10일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AT&T Park에서 열린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시작된 투표는 이제 8일 정도 남겨두고 있고, 지금 메이져리그 공식 홈페이지(www.mlb.com) 을 방문하면 올스타 투표를 할 수 있다.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4번째 올스타 레이스 중간 집계 현황이 발표되었고, 현재 각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아메리칸 리그 : 이반 로드리게스(포수, 디트로이트), 데이빗 오티즈(1루, 보스턴), 플라시도 플란코(2루, 디트로이트), 알렉스 로드리게스(3루, 뉴욕), 데릭 지터(유격수, 뉴욕), 블라드미르 게레로(외야, LA), 매니 라미레즈(외야, 보스턴), 이치로 스즈키(외야, 시애틀)


내셔널 리그 : 러셀 마틴(포수, LA), 프린스 필더(1루, 밀워키), 채이스 어틀리(2루, 필라델피아), 데이빗 라이트(3루, 뉴욕), 호세 레이예스(유격수, 뉴욕), 카를로스 벨트란(외야, 뉴욕), 켄 그리피 주니어(외야, 신시네티), 알폰소 소리아노(외야, 시카고)


◎ MLB 올스타전에 출장하려면

메이져리그도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 선발과 같이 팬 투표로 선수들을 뽑는다. 다른 점은 메이져리그는 야수들만 팬 투표로 선발할 뿐, 투수는 팬들이 뽑지 않는다.  팬 투표로 선발된 각 포지션의 8명씩의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23명의 선발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보통 11~13명 정도의 비율로 투수를 뽑고, 투수들 중에서도 4~5명 정도는 구원투수를 선발한다.


그 해의 올스타전이 열리는 곳이 아메리칸리그 구장이라면,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 선발 시에 지명타자도 같이 뽑게 되어 있지만, 올해처럼 내셔널리그 구장에서 열리는 경우에는 지명타자를 따로 선발하지 않는다. 덕분에 보스턴 1루수 케빈 유킬리스는 올시즌 성적으로 봐서는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1루 후보로 올라있는 데이빗 오티즈에게 대부분의 표를 빼앗기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Final Vote’ 라는 제도가 있어서, 정말 아쉽게 팬 투표에서 떨어진 선수들이나, 뽑힐만한 자격이 있어 보이는 데도 감독에게 뽑히지 못한 선수들은 따로 선별해서 인터넷 투표가 시행되고, 거기서 최다 득표를 한 선수도 출장 자격을 얻는다. 이렇게 팀당 32명씩으로 구성이 되지만, 보통 부상을 당하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어 리그마다 서너 명씩은 대체선수가 선발되는 실정이다.


감독은 전년도 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팀의 감독이 맡게 되고, 각 디비젼 1위 팀들의 감독이 코치로 나선다. 올해의 경우 내셔널 리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룻사 감독이 2005년에 이어 2년 만에 통산 5번째 출장의 영광을 안았고, 아메리칸 리그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짐 릴랜드 감독이 1998년도 이후 두 번째로 지휘봉을 잡는다.


◎ MLB 올스타전의 특징과 불문율

올스타 선발에 있어 팬 투표는 어디까지나 인기투표의 성격을 띤다.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인 선수가 올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수가 선발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당장은 조금 부진하거나 해당 포지션 선수들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 좋은 활약을 펼쳐 많은 팬 층을 확보 하고 있는 선수가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팬들이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에, 한번 그 포지션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는 웬만해서는 쉽게 그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프린스 필더가 알버트 푸홀스를 제치고 1루수 부문 선두로 나선 것은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 아무리 필더가 현재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리그 최고의 타자인 푸홀스까지 제칠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와는 달리 감독 추천으로 뽑히는 투수와 후보 선수들은 철저하게 성적 위주로 뽑힌다. 괜히 자기네 팀 선수들이라고 여러 명 뽑았다가는 예전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처럼 빈축을 사기 십상이다. 이렇게 선발 출장하는 선수는 이기 위주로, 감독 추천 선수는 성적 중심으로 뽑음으로써 자연스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감독 추천에 의한 선수 선발 시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전국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각 팀 배려차원에서, 적어도 팀당 최소한 한 명씩의 선수는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덕에 인기도 실력도 전혀 올스타 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올스타 무대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작년의 경우 마크 레드먼(현 텍사스)이 6승 4패 5.24라는 전반기 성적에도 불구하고 캔자스시티에 쓸 만한 선수가 아무도 없다는 이유로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발되었으나 결국 마운드에 서지도 못했다.


◎ 올스타전에서도 진검승부를

지난 2002년 41년 만에 올스타 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오며 사상 처음으로 올스타전의 시청률이 한자리수(9.5%)로 떨어졌다. 연장 11회 승부 끝에 더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이는 “승부에 있어서 무승부란 존재하지 않는다.” 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야구팬들을 이해시키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했다.(미국에서 축구가 인기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무승부 제도 때문이다)


올스타전의 인기가 더욱 떨어질 것을 걱정한 버드 셀릭 커미셔너와 사무국 측에서는 올스타전을 다시 스포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컨텐츠로 만들기 위해 기발할 생각을 해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제도가 바로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쪽이 월드시리즈 홈 어드벤티지를 가져간다.’ 라는 것이었고,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커미셔너는 결국 이를 관철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당장의 시청률 상승효과를 가져 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경기 자체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지난 4년 동안 1점차 승부가 두 번, 2점차 승부가 한 번 나왔고, 경기 내용 면에서도 이전의 올스타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시청률의 경우, 2005년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이며 8.1%까지 떨어지다가, 작년에 9.3%로 6년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는 내셔널 리그가 이길 수 있을까?’ 라는 것은 이번 올스타전을 보는 내셔널리그 팬들의 공통점인 생각이다. 무승부였던 2002년을 제외한다면 아메리칸 리그 올스타 팀이 9년 연속으로 내셔널 리그 올스타 팀을 제압했다. 그 전까지 무려 41승 25패라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던 내셔널 리그이기에 아직도 통산 전적에서는 앞서고 있지만, 연패가 두 자리 수로 넘어간다면 이것도 꽤나 자존심이 상할만한 일이다. 아마 올해 내셔널리그 대표들의 각오는 좀 남다르지 않을까.


◎ 올스타전 영광의 얼굴들

현역 선수 중 올스타로 가장 많이 선발된 선수는 13회의 배리 본즈와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다. 퍼지가 올해에도 팬 투표로 선발이 거의 확정적인 가운데, 본즈는 외야수 부문에서 3위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12만표 뒤진 4위에 그치고 있어 역전을 기대하기는 좀 힘들어 보인다. 뽑히든 말든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한 본즈의 선발 문제를 토니 라룻사 감독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도 주목된다.


같이 12회를 출장하고 있는 켄 그리피 주니어와 마이크 피아자의 경우, 그리피는 3년 만에 올스타 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상으로 전반기를 거의 날려버린 피아자는 또다시 퍼지와 차이가 벌어질 듯하다. 이 뒤를 이어 매니 라미레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10번, 게리 셰필드가 9번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올해도 출장이 무난해 보인다.


투수의 경우 로져 클레멘스의 11회가 현역 최다 선발이다. 그 다음으로 10번 출장의 랜디 존슨과 탐 글래빈, 8번 출장의 그렉 매덕스, 페드로 마르티네즈 그리고 마리아노 리베라가 뒤따르고 있다. 인기만으로도 뽑힐 수 있는 타자와 달리, 전반기 성적이 올스타 급이 아니라면 뽑힐 수 없는 투수 부문이기에 이들의 기록은 타자에 비해 더욱 높게 평가 받을 만하다. 특히 클레멘스의 출장 기록은 워랜 스판(14회)과 탐 시버(12회)에 이은 역대 투수 3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중 올해 올스타전 출장이 가능해 보이는 선수는 없다.


양 리그의 선발 투수가 누가 될 지에도 많은 관심이 모인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아메리칸 리그의 경우는 리그 다승-승률 1위인 자쉬 베켓(10승 1패 3.14), 내셔널 리그의 경우는 투수 3관왕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제이크 피비(센디에고 9승 1.98 110탈삼진-모두 리그 1위)가 선발 투수로 낙점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베켓은 메이져리그 전체 방어율 1위인 오클랜드의 댄 하렌(8승 2패 1.64)이나 2점대 방어율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라있는 존 랙키(10승 4패 2.96)에다가 CC 사바시아(9승 2패 3.19) 등의 거센 도전을 이겨내야 하고, 피비는 리그 최고의 파이어 볼러인 브래드 페니(9승 1패 2.12)와의 근소한 차이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선발투수가 발표되기 전까지 벌어질 3~4경기에서의 성적이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도 MLB 올스타를 한 번 뽑아보자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었지만 닷컴에 들어가면 올스타 투표를 할 수 있다. 메이져리그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한 번 뽑아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충분히 그 투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이미 메이져리그는 미국의 국내 프로리그가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 이어 대만, 중국 선수들까지 영입하면서 리그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메이져리그 경기를 시청한다. 그리고 박찬호의 메이져리그 진출 이후 팬층도 많이 생겼고, 그 저변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방송국은 경기 중계를 위해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있고, 결국 그 돈은 우리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역시도 미국인들과 똑같이 ‘메이져리그라는 상품’ 의 ‘소비자’ 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팬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 역시도 투표에 참여할 자격이 충분하고, 그것은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흐름에서 벗어난 이야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승엽이 일본 리그 올스타 레이스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승엽을 당연히 뽑아야 한다” 라는 쪽과 “그것은 애국심 차원이 아니니 실력대로 뽑아야 한다” 라는 쪽으로 나뉘어 치열한 찬반 논쟁이 각 게시판을 통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스타 선발의 기준이 성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올스타를 대표 선수 선발과 혼동하거나, 애당초 올스타전의 취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올스타전은 베스트 나인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뽑으면 된다. 무조건 성적대로 선수를 뽑아야 했다면 저 유명한 칼 립켄 주니어가 19차례나 올스타에 뽑히지는 못했을 것이다.


올스타 투표를 하면서 자신이 두산의 팬이기 때문에 모든 포지션에 두산 선수를 동그라미 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팬들이 이승엽에게 몰표를 준다고 해도 적어도 올스타전에서만큼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당위성까지 언급하며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뽑아줘야 하는 것처럼 비약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냥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뽑겠다” 라는 차원으로 이승엽을 뽑는다면 그건 결코 잘못이 아니다.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팬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메이져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즐기고 있으며, 투표를 할 당당한 권리도 가지고 있다. 무더위를 잊게 해줄 별들의 잔치인 세계무대의 올스타전. 자신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고 자신이 뽑은 선수가 경기에 나온다면 그 재미는 한층 더 해질 것이다. 우리도 메이져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올스타를 한번 뽑아보자. 한층 더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