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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7 MLB 부활을 외치는 선수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18.

NBA처럼 MLB에서도 2005년부터 ‘Comeback Player of the Year Award’가 정식으로 신설되어 시상되고 있다.(후원은 ‘비아그라’사에서 하고 있다) 2005년은 제이슨 지암비(AL)와 켄 그리피 주니어(NL)가 2006년은 짐 토미(AL)와 노마 가르시아파라(NL)가 수상했다. 올해에도 작년의 부진에서 벗어나거나, 기나긴 부상에서 돌아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을 한 번 만나보자.


▷ 게리 셰필드 - 82득점 22홈런 62타점 16도루 .311/.418/.568

당초 올 시즌 디트로이트가 만약 지구 1위를 하게 된다면 그 1등 공신은 선발투수들을 주축으로 한 투수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그들을 이끌고 있는 것은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막강 타선이다. 시즌 초에는 전반기 MVP 매글리오 오도네즈가 이끌었다면, 5월 이후에는 게리 셰필드가 가세해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타율 2할에 2홈런 8타점에 그치며 셰필드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5월에만 10홈런 22타점, 6월에도 6홈런 22타점의 좋은 타격을 보이더니 7월 들어서는 아예 4할이 넘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득점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에 이어 리그 2위, 홈런은 카를로스 페냐와 동률 3위에 올라있다. 특히 16개의 도루까지 곁들여서 팀에 기동력을 더해주고 있고 이는 팀 내 1위의 기록이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셰필드만큼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자는 정말 드물다. 86경기에서 그가 당한 삼진은 겨우 34개, 볼넷은 그보다 훨씬 많은 56개나 얻었다. 셰필드가 프로에 입문하기 직전인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약 50여 공식경기에서 그가 당한 삼진 수가 몇 개일까? 놀랍게도, 셰필드는 그 1년 동안의 공식시합에서 단 한 번도 삼진을 당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극강의 선구안이다.


부상과 비난 속에서 양키스라는 팀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온 셰필드, 그는 올해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하며 자신의 3번째 40홈런 시즌을 노리고 있다. 이대로 좋은 페이스를 이어나간다면 전반기 MVP는 오도네즈에게 내주었을지 몰라도, 시즌 MVP는 셰필드의 차지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30-30이라도 달성해 버린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마크 벌리 - 6승 5패 방어율 2.98 휩 1.08

벌리에게 작년 후반기는 잊고 싶은 악몽이었다. 2005년 3.12의 방어율로 16승을 거두며, 포스트 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을 월드시리즈 챔프로 이끈 벌리는, 작년에도 6월까지의 16경기에서 9승 3패 3.22의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 16경기에서 팀은 12승을 거두었고, 그 때만 하더라도 화이트삭스는 .658의 어마어마한 승률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하지만 7월에 등판한 5경기를 모두 패하는 등 이후 석 달 동안은 16경기에서 무려 7.91의 처참한 방어율로 3승 10패에 그치고 말았고, 팀은 연패를 거듭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2001년부터 5년 연속 220이닝 이상을 던져온 터라, 마침내 ‘데드 암’ 증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올 시즌 첫 경기에서도 클리블랜드 라이언 가코의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에 맞아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불안함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다행히 큰 이상이 없어서 다음 등판을 거르지 않을 수 있었고, 마침내 시즌 3번째 경기였던 텍사스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생애 첫 노히트 노런 게임을 펼친다. 5월에 승을 추가하지 못하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6월 이후에는 다시 2점대 초반의 방어율로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성적은 6승 5패에 불과하지만, 벌리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은 11승 7패의 좋은 승률을 보이고 있고, 화이트삭스의 타선이 리그 최하위에 처져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다.(벌리 경기를 뺀 화이트삭스의 성적은 30승 44패)


팀은 이미 그에게 4년간 5600만 불의 연장계약을 약속하며(전혀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신뢰를 내비췄고, 지난 6년 동안 93승을 거뒀던 벌리는 충분히 그만한 자격이 있다. 작년의 경험이 있기에 후반기까지 끝나봐야 벌리의 진정한 부활을 논할 수 있겠지만, 그는 강력한 컴백 플레이어 수상자 후보 중 한명이다.


▷ 에릭 가니에 - 2승 14세이브(1블론) 방어율 1.23 휩 0.92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무려 152세이브를 거두며 클로져라는 보직이 탄생한 이후 가장 위대한 시즌을 보내던 선수가 에릭 가니에다. 2005년 중반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뒤, 팔꿈치의 신경 제거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어렵사리 다시 복귀한 가니에는 비록 직구 구속은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이다.


시즌을 부상자 명단(DL)에서 시작하고 단 하나의 세이브만 거둔 채 또다시 DL로 내려갔던 가니에. 덕분에 두 달 전까지만 해도 1승 1세이브가 고작이었던 그가 최근 두 달간 13개의 세이브를 추가하며 레인저스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져 주고 있다. 한때 투수력에 한계를 느끼며 100패 페이스로 내몰리던 텍사스였지만 가니에가 돌아와 안정된 마무리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키노리 오츠카에서 가니에로 이어지는 필승 패턴이 만들어졌다. 그 덕에 가니에가 복귀한 5월 중순 이후 두 달간 26승 26패로 5할 승률을 이어올 수 있었다.


어느새 서른이 넘어버린 가니에는 이제 경험과 완급조절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다. 예전만큼의 불같은 강속구를 볼 수는 없을 뿐 체인지업의 위력은 여전하다. 29.1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안타는 16개에 불과하고 홈런도 하나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환상적인 피안타율(.157)은 그의 전성기를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팀에서도 부상의 위험이 남아있는 그를 위해 동점 상황이나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을 때의 등판을 최대한 줄여주고 있다.


아직은 14세이브에 불과하지만 이대로 텍사스가 좋은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시즌 30세이브는 무난할 전망이고, 지금과 같은 방어율과 피안타율을 유지한다면, 시즌 종료 후 마리아노 리베라와 프란시스코 코데로를 제치고 FA 클로져 최대어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말이다.



▷ 배리 본즈 - 17홈런 42타점 94볼넷 .279/.497/.557

내셔널리그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배리 본즈다. 2005년의 시즌 아웃부터 지난해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26홈런 77타점)까지, 때문에 올 해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았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시즌이 진행된다면 홈런 신기록이야 세우겠지만, 성적 자체가 그다지 뛰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즈는 예전의 그 강력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매번 그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지겹게 등장하는 약물 문제는 일단 잠시 잊자. 그가 최근 3년간은 스테로이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고, 그렇다면 2000년 이후 데이터를 완전히 무시한다 하더라도 올해 본즈의 성적은 충분히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 17호 홈런을 때린 뒤 기록에 대한 부담을 느꼈음인지, 방망이가 침묵하기 시작해 7경기에서 단 하나의 안타를 때리는데 그쳤고, 그 바람에 3할이 넘던 타율은 어느새 2할 8푼 아래로 떨어졌고 출루율도 4할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054의 OPS는 여전히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일단 터지기 시작하면 다시 그 기세는 걷잡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그와 정면승부를 해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투수들이 얼마나 될까? 신기록 근처에서 그는 고의성 짙은 수많은 볼넷을 얻어낼 것이 분명하고, 출루율은 금방 5할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1957년의 테드 윌리암스와 미키 맨틀 이후 5할의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본즈가 유일하다.



▷ 팀 헛슨 - 9승 5패 방어율 3.35 휩 1.19

영건 3총사의 맏형이자 팀의 에이스로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4번이나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었던 팀 헛슨. 그가 FA를 선언하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을 때만 하더라도 랜디 존슨과 커트 쉴링이 떠나간 내셔널리그에서 헛슨이 가장 강력한 사이영상 컨텐더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첫 해에 14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닝보다 피안타가 더 많았고 통산 가장 나쁜 휩(1.35)을 기록, 포스트 시즌에서도 13.2이닝동안 8실점 하며 팀의 패배에 일조하고 말았다. 작년에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35경기를 선발 등판했지만 4.86의 방어율로 13승을 거두는 데 그쳐 팀의 포스트 시즌 탈락을 막지 못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나쁜 성적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 당사자가 헛슨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크 멀더와 배리 지토 만큼의 화려한 면은 없었지만, 셋 중 가장 안정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투수는 헛슨이었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맞이한 올 시즌 헛슨은 예전의 든든한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4월 한 달간 3승 무패 1.40의 방어율로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이후, 그 기세는 다소 꺾였지만 이후로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6승을 더 챙겼다.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팀은 13승 7패, 확실한 에이스의 모습이다.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기에 사이영상 레이스에서는 조금 멀어져 있지만, 헛슨이 존 스몰츠와 함께 원투 펀치를 이루고 있는 한 뉴욕 메츠의 지구 1위 자리는 언제나 불안하기만 하다.



▷ 벤 시츠 - 10승 4패 방어율 3.39 휩 1.16

부상으로 지난 2년 동안 39경기만 등판했던 시츠도 유력한 컴백 플레이어 수상후보였지만, 최근 오른쪽 중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복귀하기 위해선 적어도 4주가 걸린다고 하니 아쉬울 뿐이다. 17번째 등판에서 10승을 거두며 밀워키의 돌풍을 주도함과 동시에 20승까지도 노려봤지만, 이대로는 15승도 힘들지도 모른다.


벤 시츠와 오클랜드의 리치 하든까지, 건강하기만 하면 요한 산타나와도 승부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지만 언제나 부상이 문제다. 부상에 발목이 잡혀서 그 가진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아쉬운 투수들, 어쩌면 이들은 이 부상 때문에 영원히 산타나와는 같은 선상에 설 수 없을 지도 모른다.



▷ 켄 그리피 주니어 - 24홈런 63타점 .286/.393/.565 

‘천재’ 켄 그리피 주니어가 7년 만에 4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2000년까지 7번의 40홈런 시즌을 맞이했던 주니어는 이 후 단 한번도 40개를 넘긴 적이 없다. 올해 40홈런을 돌파하게 된다면 배리 본즈(8회) 등과 함께 베이브 루스(11회) 다음으로 많은 40홈런 시즌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본즈, 새미 소사와 함께 홈런에 관한 기록으로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해주고 있는 그리피에게 올 해 남은 과제는 600홈런 돌파와 40홈런 달성뿐이다. 이미 2005년 컴백 플레이어 상을 한번 받은 전력이 있는 그리피지만, 어떤 상이든 본즈에게는 줄 수 없다는 여론이 득세할 경우, 다시 한 번 수상할 가능성이 있고, 그 자격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