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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지구 1위를 사수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7. 20.
현재 메이저리그 지구 1위에 올라 있는 팀들은 하나같이 모두 비상이 걸렸다. 162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라고는 하지만, 평소라면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나 90경기 이상을 치른 이 시점에 이르면 대략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1,2위 간의 격차가 거의 없어 치열한 격전을 예고하는 지구도 있지만, 웬만해선 1위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구도 있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1위 자리가 바뀔 것 같지 않은 큰 차이를 보이는 지구도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의 양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6개 지구 모두가 앞으로의 치열한 순위싸움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7월 18일 경기가 끝난 현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만 2위 뉴욕이 1위 보스턴에 7경기차로 다소 크게 뒤져있을 뿐, 나머지 5개 지구에서는 최대 3.5게임차 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벌어져있는 보스턴과 뉴욕의 격차도 요즘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작년 이맘때의 지구 1위를 달리던 팀은 보스턴, 디트로이트, 오클랜드, 뉴욕,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였다. 이 중 보스턴이 이후 뉴욕에게 12.5게임이나 뒤지면서 포스트 시즌에 탈락했고, 디트로이트는 미네소타에게 지구 1위 자리를 내어주면서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올랐다. 4개 팀이 지구 1위 자리를 지켰고, 당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예상되던 8개 팀 중 5팀이 마지막까지 그 순위를 유지했다.


이 정도만 해도 꽤나 많이 바뀐 편이다. 2005년처럼 순위의 변동조차 없이 8개 팀이 그 자리를 지킨 해도 있었고, 2003년의 경우, 순위는 바뀌었지만 8개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현재 지구 1위를 지키고 있는 6개 팀이 죄다 포스트 시즌에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 (AL-East) 보스턴 레드삭스 VS 뉴욕 양키스

전반기를 5할이 채 되지 않는 승률(42승 43패)로 마감한 양키스는 후반기 들어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로져 클레멘스가 등판한 13일 경기만 패했을 뿐 이후 5연승하는 등 후반기에만 6승 1패의 좋은 성적을 보이며 보스턴과의 승차를 10에서 7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5연승 중 4경기가 역전승이다.


뉴욕은 4월에 9승 14패, 5월에는 13승 15패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6월에는 16승 11패, 7월에는 11승 4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보스턴은 4월에 16승 8패, 5월에 20승 8패의 엄청난 승률을 보이면서 양키스를 15게임차로 멀찌감치 따돌렸으나 6월에 13승 14패, 7월에는 7승 8패의 5할  미만의 승률을 보이면서 그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미 30년 전에 보스턴과의 14게임차를 기적같이 뒤집은 전력이 있는 양키스이기에 보스턴이 느끼는 압박은 더 할 것이다.


애당초 가지고 있는 힘이 부족해서 보스턴에 뒤진 양키스가 아니다. 다만 부상 등의 문제로 가지고 있는 전력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30홈런 페이스도 되지 않는 매니 라미레즈(14개)와 데이빗 오티즈(16개)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면 양키스의 저력을 감당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잊으면 안 된다. 보스턴, 그들의 상대는 ‘어메이징’ 이라는 단어조차 붙일 필요가 없었던 최강의 제국임을 말이다.



▷ (AL-Central)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VS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즌 초부터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 하며 지구 1위를 다투어왔던 두 팀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황이 완전히 돌변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지구 1위 자리를 놓치더라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만큼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던 상황이었지만 어느새 시애틀이 1경기 차로 클리블랜드에 따라붙었고, 6경기 차로 따라온 양키스는 더 무섭다.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는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2경기 차로 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경우 원투 펀치인 저스틴 벌렌더(11승)와 제레미 본더만(10승)이 등판했을 때는 25승 10패의 환상적인 승률을 자랑하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31승 26패에 그치고 있다. 클리블랜드 역시 에이스 C.C. 사바시아(12승)와 ‘낮경기의 황제’ 파우스토 카르모나(11승)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27승 11패로 무적이지만 나머지 경기에서는 28승 28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할 뿐이다.


양 팀 모두 타격이 좋고 방어율은 높아도 세이브만큼은 확실히 챙겨주는 클로져를 보유한 상황이니 결국 원투 펀치를 지원해 줄 확실한 3선발의 활약 여부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선발진에 합류해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는 앤드류 밀러(5승 3패 3.18)와 부상에서 복귀한 케니 로져스(3승 1패 2.82)를 보유한 디트로이트가 폴 버드(7승 4.50)와 클리프 리(5승 5.67)에게 기대를 걸어야 하는 클리블랜드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 (AL-West) LA 엔젤스 VS 시애틀 매리너스

제프 위버에게 850만 달러를 안겨준 ‘대인배’ 바바시 단장이 이끄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시즌 전부터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엔젤스와 순위다툼을 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엔젤스가 최근 3연패를 당하는 등 7월 들어 5승 7패에 그치는 동안 시애틀은 9승 6패로 내달리며 4경기 차를 1.5경기로 줄였다.


최근 시애틀의 좋은 팀 분위기와 함께 분위기를 타고 선수 전원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지만 진짜 문제는 엔젤스 내부에 있다. 6.22와 6.38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작년 16승 투수 어빙 산타나와 사이영상 투수 바톨로 콜론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등판한 최근 7경기에서 엔젤스는 모두 패했고, 6할을 상회하던 승률은 어느새 5할대로 떨어졌다.


18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어빙 산타나를 마이너리그로 강등하고, 시즌 초 좋은 피칭을 보여줬던 조 손더스(3승 무패 2.97)를 불러 올렸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존 랙키(12승 2.98)와 켈빔 에스코바(10승 3.04)라는 믿을만한 원투 펀치를 보유한 엔젤스가, ‘킹’ 펠릭스 에르난데스(6승 3.71)가 버틴 시애틀 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양 팀 모두 나머지 선발진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많은 트레이드 루머가 나돌고 있는 만큼, 단장의 능력 여하에 따라 8월 이후의 승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 (NL-East) 뉴욕 메츠 VS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한때 5명의 3할 타자를 보유하며 5월까지 34승 18패(.654)로 내셔널리그 1위를 질주 하던 메츠였지만 6월 이후로는 18승 24패(.423)로 5할에 훨씬 못 미치는 승부를 하고 있다. 4-5월에 비해 6-7월은 팀 타율에서 2푼 이상 차이가 나고 OPS는 무려 7푼이나 차이가 난다. 3할 타자도 호세 레이예스(.303)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4월 2.96이었던 팀 방어율도 6월에는 4.20으로 높아지더니 이번 달에는 4.87로 더 나빠졌다. 투타에 걸쳐 총체적인 심각한 슬럼프다.


애틀란타도 6월 한 달 간 13승 15패로 이전의 좋은 승률(30승 23패 .566)을 많이 까먹었지만 7월에는 7승 7패로 그나마 반타작이라도 하며 선두와의 차이를 2.5게임으로 좁혔다. 최근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는 클로져 밥 윅맨(16세이브 4.36)과 5선발이 문제이긴 하지만 존 스몰츠(9승 2.88)-팀 헛슨(9승 3.55)-척 제임스(8승 3.73)-버디 칼라일(4승 4.00)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안정화 추세에 놓여있다. 주포 앤드류 존스(18홈런 62타점 .216)가 여전히 공갈포식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지만 홈런과 타점만큼은 확실히 책임져주고 있고, 캡틴 치퍼 존스(15홈런 .333)가 완전히 부활하면서 팀 타선은 활력을 띠고 있다.


메츠와 5게임 차이로 3위에 올라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승률 5할)는 콜 하멜스(11승 3.83)외의 투수진이 완전히 무너져 이 이상 선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메츠와 브레이브스 두 팀 간의 승부가 될 것이고, 그 ‘Key’는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쥘 것으로 보인다. 부상에서 복귀한 페드로가 필승의 카드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승부의 추는 오히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쪽으로 기울지도 모른다.



▷ (NL-Central) 밀워키 브루어스 VS 시카고 컵스

지난 4월 21일 단독 선두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밀워키지만 지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단단히 떨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는 밀워키를 제외하고는 5할 승률을 보이고 있던 팀도 없었다. 2위인 시카고 컵스는 31승 37패(.456)로 7경기나 뒤처져 있었기에 밀워키의 앞날은 순풍에 돛단 듯 쉽게 전진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컵스가 어느새 3.5경기 차로 따라와 있다. 밀워키가 최근 한 달 간 14승 10패의 좋은 성적으로 미세하나마 승률을 더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컵스가 같은 기간 동안 18승 7패의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오프 시즌 기간 동안 3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던 컵스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알폰소 소리아노(16홈런 64득점)가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맹타를 휘두르고, 부진의 늪을 빠져 나온 에이스 카를로스 잠브라노(12승 3.69)가 제 위력을 되찾은 컵스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에이스 벤 시츠(10승 3.39)가 손가락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로테이션에서 빠질 예정이고, J.J. 하디(타율 .272)와 제프 젠킨스(.255)가 좋았던 초반 분위기를 잃어버린 밀워키가 버텨내기에는 너무 버거운 상황이다.


신인 라이언 브라운(14홈런 38타점 .339)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월 팀 타율은 .239까지 떨어져 게임당 평균 득점은 3.7에 불과하다. 팀 방어율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는 서부지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경쟁에서 탈락한 팀은 포스트 시즌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무언가 수를 찾지 않으면 젊은 팀 밀워키의 꿈은 이대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 (NL-West) LA 다져스 VS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메이저리그에서 한 때 유행했었던 ‘Wild-Wild-West’ 라는 말은 올해에도 유효하다. 당초 리그에서 가장 충실히 전력 보강을 한 팀으로 꼽혔던 다져스와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한 파드리스가 1게임차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에서 뒤진다 하더라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 지구 1위를 확보 하고 싶은 마음은 양 팀 모두 굴뚝같을 것이다.


허약하기로 소문난 타선을 보유했지만, 반대로 제이크 피비(9승 2.30)-크리스 영(8승 1.97)-그렉 매덕스(7승 4.17)-데이빗 웰스(5승 4.15)-저스틴 저마노(6승 3.55)의 선발에서 트레버 호프만(26세이브 1.85)으로 이어지는 빅리그 최고의 투수력(팀 방어율 3.13)을 자랑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브레드 패니(11승 2.33)와 데릭 로우(8승 3.05), 그리고 다카시 사이토(25세이브 1.59)를 주축으로 하는 투수력에, 신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리그 중상위권의 타선까지도 보유한 다져스.


이들의 승부는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 언뜻 보면 투수력에서 워낙 안정되어 있는 파드리스가, 제이슨 슈미트가 시즌 아웃되고 랜디 울프(9승 4.73)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다져스보다 유리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파드리스의 타선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에 반해, 다져스는 7월 들어 팀 타율 3할대(.331)의 맹타를 휘두르며 게임당 6점을 올리고 있다.


지금의 전력으로 봤을 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두 팀을 위협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결국은 두 팀의 승부가 될테고 이럴 때는 종종 불펜의 깊이에서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불펜을 자랑하는 파드리스와, 롱 릴리프 채드 빌링슬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발진에 합류시킨 다져스. 이 차이는 어쩌면 꽤나 아픈 결과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