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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Professor’ 매덕스…그의 또 다른 유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6.
 
피비-잠브라노-페니 등 '매덕스 효과' 톡톡
정상급 선수, 팀에 미치는 영향 지대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잘 나가는’ 브래드 페니(13승 2패 2.60), 제이크 피비(11승 5패 2.30), 카를로스 잠브라노(14승 7패 3.47)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올 시즌 강력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후보라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렉 매덕스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라는 점이다.

2004년부터 매덕스가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시카고 컵스에서 같이 뛴 잠브라노,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잠시나마 다저스에서 매덕스의 투구를 지켜 볼 수 있었던 페니, 그리고 올해 같은 팀 동료로서 함께 생활 하고 있는 피비.

‘Professor’라 불리기도 하는 그렉 매덕스가 거친 팀의 젊은 에이스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진정한 ‘피칭’에 눈을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스스로도 인정했듯 이것이 바로 ‘매덕스 효과’다. 빅리그에서 21년을 뛰며 17년 연속 15승을 거두는 등 통산 340승을 거둔 ‘마스터’ 그렉 매덕스가 지닌 또 하나의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등도 하나같이 시대를 주름잡은 투수들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를 쉽게 요리한 투수를 꼽으라면 그렉 매덕스 손을 먼저 들어준다.

어쩌면 매덕스는 100마일의 패스트볼로 무장한 파이어볼러가 범람하는 현대 야구에서 ‘피칭’의 참맛을 알고 있는 유일한 투수일지도 모른다.

놀란 라이언의 말 한마디가 랜디 존슨을 변화시켰듯, 매덕스의 한 마디가 피비나 페니 등 젊은 에이스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충고라도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빅리그 투수로서 위대한 매덕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파워 피칭밖에 모르던 젊은 투수들이 86마일에 불과한 직구 구속으로도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는 매덕스를 보며 느낀 감동과 깨달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빅리그 선발 투수 중 포심을 가장 많이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 브래드 페니는 플로리다 시절부터 구위와 제구력을 동시에 갖춘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힘 대 힘의 승부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려는 페니의 성격으로 인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제구력이 뛰어난 파이어볼러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피안타와 장타 허용이 잦아 게임당 평균 투구이닝이 6이닝도 채 되지 않았다(5.93).

하지만 올해의 페니는 다르다. 22경기에서 142이닝(평균 6.45이닝)을 던진(5일 기준) 그는 126개의 피안타(0.242)만을 허용했으며 피홈런도 4개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가 안 풀리면 여러 가지 구질을 섞어 던지며 어떻게든 힘으로 누르려고 했던 선수가 이제는 자신의 공을 신뢰하며 코너를 찌르고 있다.

200이닝 기준으로 평균 피홈런 수가 23개에 달하던 제이크 피비도 올해는 145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4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2004년 내셔널리그 방어율 1위에 올랐던 피비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게임 운영 능력에서의 비약적인 향상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피비는 마운드에서의 조급함이 사라졌다.

매덕스가 카를로스 잠브라노에게 미친 영향은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여러 번 언급된 사실. 처음부터 매덕스를 영입한 목적의 일부는 케리 우드와 마크 프라이어 그리고 잠브라노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잠브라노는 포수 마이클 바렛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시즌 초반에 고전했지만, 이후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연승가도를 달리며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 중 한명으로 급부상했다(매덕스도 포수가 자쉬 바드일 때와 바렛일 때의 피 OPS가 1할 이상 차이).

이들 세 명이 전부가 아니다. 지금은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지만, 여전히 1점대 방어율로 메이저리그 전체 방어율 1위를 굳건히 지키는 크리스 영(9승 3패 1.82), 시즌 초에 비해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피칭에 눈을 뜬 리치 힐(6승 6패 3.67)과 올 시즌 확실하게 성장한 션 마샬(5승 5패 3.86)까지 매덕스와 함께 한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만큼 뛰어난 기량에 좋은 성격까지 갖춘 레전드급 선수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감독이나 코치의 그것조차 능가할 때가 많다.

지금은 약물 복용 의혹으로 인해 선수시절의 인기를 상실했지만, 한 때 마크 맥과이어가 뛰던 팀에는 젊고 뛰어난 타자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그가 오클랜드를 떠난 후 팀의 리더로 성장한 제이슨 지암비, 세인트루이스에 와서 타격에 완전히 눈을 뜬 짐 에드먼즈, 그리고 선수생활 마지막을 함께 한 알버트 푸홀스까지.

또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이클 영, 마크 테익세이라(현 애틀란타), 행크 블레이락, 애드리언 곤잘래스(현 샌디에이고) 등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자신들의 살아있는 교본이 되었음을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41살의 그렉 매덕스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은퇴하겠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이 팬들 앞에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Professor’ 매덕스를 영원히 추억하는 상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