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7 NL 20승 투수…어리석은 기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17.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2006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단축시즌 제외) 20승 투수가 단 1명도 탄생하지 못한 아쉬운 해였다.

아메리칸리그는 요한 산타나와 왕첸밍이 19승을 따내며 그나마 근접하기라도 했지만, 다승왕에 무려 6명의 이름이 오른 내셔널리그는 고작 16승이 최다승이었다.

올해도 내셔널리그에서는 20승을 달성하는 투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6월 이후 9승 2패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리그 다승 1위에 오른 시카고 컵스의 카를로스 잠브라노(14승 9패 3.86)는 14일(현지시간) 신시네티 레즈를 상대로 7이닝동안 무려 13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6실점하며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14승을 거둔 이후 3경기 연속 승수 추가에 실패, 20승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10번의 등판에서 8연승을 달리며 20승에 대한 꿈을 키워가던 콜로라도의 제프 프랜시스(13승 5패 4.06)도 이날 경기에서 그렉 매덕스가 등판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3.1이닝 동안 8실점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전 9경기에서 8승 1패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2위권으로 올라섰던 컵스의 테드 릴리(13승 5패 3.74)도 당초의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었으나 15일 경기에서 6실점하며 무너져 20승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각 팀의 선발 투수가 앞으로 8~9번 정도의 등판을 남겨둔 시점에서 14승의 1위 그룹과 13승으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투수들이 6~7승을 추가해 20승에 도달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단독 1위를 지키던 잠브라노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한풀 꺾인 가운데, 2위 그룹 선수들 중에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잠브라노와 나란히 서게 된 투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15일 경기에서 승을 추가하며 드디어 다승 공동 1위로 올라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팀 헛슨(14승 5패 3.02)이 대표적인 선수다. 최근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패 없이 8승을 쌓아올리며 14승에 성공, 크지는 않지만 자신의 커리어 사상 두 번째로 20승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만큼은 열어 놓았다.

3경기 연속으로 승수를 추가에 실패하며 20승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브래드 페니(14승 3패 2.61)도 같은 날 14승에 성공했다. 7월의 부진과 부상의 위험에서 벗어나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혹시 또 모른다.

최근 5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어느새 다승 2위에 오른 휴스턴의 로이 오스왈트(13승 6패 3.32)도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20승과 함께 사이영상 레이스에도 뛰어들 수 있다. 5연승을 하는 동안 오스왈트가 허용한 실점은 단 3점에 불과하다.

노아 라우리(13승 7패 3.28)도 최근 9경기에서 7승을 거두고 있으며,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인 제이크 피비(13승 5패 2.23)도 빼놓을 수 없다.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4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브렌든 웹(12승 8패 2.77)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하지만 역시나 남아 있는 8~9번의 등판에서 6~7승을 추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또한 소속된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짓는다면, 디비전 시리즈를 위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는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

반면 아메리칸리그는 적어도 1~2명의 20승 투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1일 경기에서 다승 1위를 달리던 존 랙키(15승 6패 3.07)와 조쉬 베켓(15승 5패 3.24)이 무난히 승수를 추가했다. 남은 일정상 많게는 10경기까지 나설 수 있기 때문에 20승 달성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

로이 할라데이(14승 5패 3.99) 역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며 3연승에 성공, 기세를 타면 연승을 이어가곤 했던 선수인 만큼 20승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꾸준히 다승 1위를 질주하다 최근 잠시 주춤한 C.C. 싸바시아(14승 6패 3.48)와 파우스토 카르모나(14승 7패 3.16), 그리고 최근 9경기에서 7승 2패를 달리며 어느새 2위권에 오른 팀 웨이크필드(14승 10패 4.55)도 잠브라노 만큼의 확률은 있다.

이 외에도 아메리칸 리그 방어율 1위인 댄 하렌, 강팀 소속으로 승수 추가에 유리한 마쓰자카와 왕첸밍이 13승으로 3위권을 형성하고 있기에 아메라칸리그에서 20승 투수가 나올 가능성은 내셔널리그보다 훨씬 높다.

내셔널리그는 2005년 돈트렐 윌리스-크리스 카펜터-로이 오스왈트라는 3명의 20승 투수를 배출한 이후 올 시즌도 명예로운 20승 투수를 구경하기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단축시즌을 제외한다면 내셔널리그에서 2년 연속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혹시나 하는 기대가 어리석은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