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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버지니아 엔젤’ 조 선더스…후배들 위한 추모곡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3.
 
선더스, 총기난사 사건 직후 무실점 역투
에인절스 선발진 '가뭄에 단비' 역할 톡톡


[데일리안 김홍석 객원기자]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시애틀-LA 에인절스 경기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숙연했다.

경기 시작 전, 에인절스의 선수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모자를 벗고 묵념에 잠겼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마운드에 서있는 한 투수의 표정이 어두웠으며, 그가 가슴에 대고 있는 자주색 모자는 에인절스의 모자가 아니었다.

모자에는 ‘VT’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있었고, 그것은 경기가 있기 4일 전 32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최악의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진 ‘버지니아 공대’의 모자였다. 그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투구를 시작한 투수는 버지니아 공대 출신의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 조 선더스(26)였다.

선더스에게 모교의 참사는 너무도 가슴 아팠다. 선더스는 정식으로 버드 셀릭 커미셔너에게 묵념할 시간과 모교의 모자 착용을 요청했고, 셀릭 커미셔너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후배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선더스는 이날 경기서 투혼을 불살랐고, 6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하지만 바톨로 콜론의 선발 대체요원이었던 선더스는 콜론의 복귀가 결정됨에 따라 경기 직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했다. 이후에도 선더스는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간간히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충분히 공백을 메웠고, 현재 극심한 부진에 빠져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어빈 산타나를 대신해 에인절스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선더스는 지난 200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2위)로 LA 에인절스에 입단, 촉망받는 유망주로 성장을 거듭했다. 90마일 초반대의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선더스는 지난 2003년 왼쪽 어깨 부상으로 인해 한 해를 통째로 날려버렸지만, 복귀한 뒤 점차 포텐셜을 폭발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솔트 레이크(트리플A) 유니폼을 입고 21경기에 등판, 10승 4패 방어율 2.67의 호성적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공 끝의 변화가 심한데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쓰기 때문에 좀처럼 홈런을 맞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에인절스의 선발진이 두터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선더스는 올 시즌 콜론과 어빈 산타나가 동반 부진에 빠지는 바람에 로테이션에 진입할 수 있었다. 또한 11번의 선발등판에서 7승 1패 방어율 3.25의 호투를 펼쳐, ‘선발투수난’에 빠진 팀 관계자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있다.

‘선발 대체요원’이었던 선더스는 모교의 참사로 인해 올 시즌을 무겁게 출발했지만 이제는 선발진의 당당한 한 축을 차지하며 팀과 모교의 진정한 ‘엔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