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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지금은 김병현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26.

김병현이 결국 다시 플로리다 마린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여러 가지 음모설이 나돌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국내 언론에서 잘 알지도 못하고 여러 가지 소문과 추측을 종합해서 그런 쪽으로 여론을 부추기고 있지만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

플로리다가 김병현을 아무런 조건 없이 웨이버로 풀어버린 것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그의 연봉(250만 달러)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이미 올 시즌을 포기한 마당에, 내년에 함께할 계획도 없는 그에게 8~9월의 두 달간 지급될 80만 달러의 연봉은 플로리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임에 틀림이 없었다.

플로리다는 단지 그것 때문에 김병현을 지명양도 조치한 것뿐이다. 애리조나 구단의 속내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양 구단 사이에 암묵적인 무언가가 오갔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애리조나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 플로리다 행은 김병현의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협상 능력이 어느 정도 빛을 발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가 원해서 다시금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플로리다는 다시 한 번 지명양도 조치가 된 김병현을 정식으로 클레임을 걸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50만 달러가량의 연봉은 자신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돈이 부담스러워 그를 풀어준 구단이 다시 잡았을 리는 만무하다.

어떤 신문 뉴스를 보고 있자니, 애리조나 측이 김병현의 남은 연봉을 거의 지급하기로 하고 플로리다에게 넘긴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근거 없는 추측일 뿐 사실과 다르다.

지난 번 김병현 관련 칼럼 「어이없는... 그러나 예견된.... BK」에서도 밝혔듯이, 지명양도 조치가 취해진 김병현의 선택은 두 가지 뿐이다. 열흘 동안 그를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으면 남은 연봉을 받기 위해 마이너리그 행을 수긍하든(서재응이 그랬다), 아니면 남은 금액을 포기하고 FA를 선택하든 둘 중 하나다.

김병현은 FA신분이 되는 것을 선택했고, 그러한 자유계약 선수 신분으로 플로리다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김병현이 말린스와 다시금 맺은 계약은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인 38만 달러, 한 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받게 되는 정확한 금액은 8만 달러 정도 된다.

자존심 강한 김병현은 50만 달러를 받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느니, 42만 달러를 손해 보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남는 쪽을 택한 것이다. 그 다운 선택이며, 남자다운 결정이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플로리다 입장에서도 김병현 정도의 투수를 빅리그 최소 연봉으로 잡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어차피 올 시즌을 포기한 마린스는 자신들의 산하 트리플 A팀인 엘버커키가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 그 선수들을 콜-업 하지 않기 위해 김병현과 계약을 맺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플로리다 행은 마린스를 그리워한 김병현과 구단 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마린스의 내년 계획에는 그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상 등으로 인해 올 시즌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지만, 마린스에는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를 비롯해, 작년 신인 신분으로 두 자리 승수를 거둔 4인방(자쉬 존슨, 아니발 산체스, 리키 놀라스코, 스캇 올슨)이 내년을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다. 거기에 올 시즌 새로이 발굴한 신예 세르지오 미트리도 있다.

내년 시즌 마린스 선발진에 김병현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클로저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케빈 그렉(26세이브 3.18)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50만 달러 정도의 연봉과 셋업맨으로서의 역할을 수락한다면 모를까 내년에도 김병현이 플로리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혹시나 플로리다의 분위기에 흠뻑 빠진 김병현이 그러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역시나 미지수다)

그렇다면 지금 한 달 남짓한 시간은 김병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김병현은 이미 애리조나에서 가졌던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개인 기록을 너무나 많이 깎아 먹었다. 마린스로의 복귀 후 첫 경기에서도 1이닝 동안 4실점 하는 바람에 시즌 방어율은 5.59까지 치솟았다.

물론 애리조나로 가기 전까지 플로리다에서 선발로 뛰었던 13경기의 성적은 4승 3패 방어율 4.22로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성적이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선 마린스로 돌아온 지금의 성적이 중요하다.

거기다 지금 김병현의 에이전트는 스캇 보라스. 힘 있는 에이전트를 가졌다는 것은 분명 득이 될 때가 많지만(이번 플로리다 행이 가능했던 것처럼), 그런 에이전트의 눈 밖에 났을 때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작년 시즌 종료 후 FA가 된 박찬호는 당시 에이전트였던 보라스에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나 LA 다져스 또는 시애틀 매리너스, 뉴욕 메츠 등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하지만 다져스와 이미 관계가 틀어진 보라스는 그 쪽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고, 샌디에이고는 그렉 매덕스(1년 1000만)와, 시애틀에는 제프 위버(1년 832만)와 계약을 맺어주었다. 그들보다 낮은 연봉이 예상되는 박찬호는 당연히 보라스가 받게 될 에이전트비도 적어질 테니 뒷전으로 미뤄둔 것이다.

사업의 논리로 봤을 때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한 때 그에게 거액을 만질 수 있게 해준 박찬호를 그렇게 대접했다는 것은 분명 과한 처사였다. 결국 박찬호는 보라스와 결별을 선언했고, 새로운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는 단 열흘 만에 박찬호가 원하던 팀 중 하나인 뉴욕 메츠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결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올해 김병현이 똑같은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이번에도 초특급 대어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적지 않은 보라스 사단의 선수들이 FA 시장으로 몰려나온다. 김병현이 작년의 박찬호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남은 한 달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애리조나에서의 일은 기억할 필요도 없다. 없었던 일로 하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플로리다에서의 마지막 6번의 선발 등판에서 5번을 2실점 이하로 막아냈던 그 때로 돌아가야만 한다. 내년을 준비해야할 김병현에게 있어 지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