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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NL MVP 예상 - 대(代)를 이은 50홈런 프린스 필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9. 18.

지금까지 앞선 3번의 칼럼에서는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과 신인왕, 내셔널 리그 신인왕 후보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내셔널 리그의 MVP 후보들을 한번 살펴보려 한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아메리칸 리그 MVP와 내셔널 리그 사이영상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제이크 피비의 만장일치 여부가 궁금할 뿐이다.


내셔널 리그 MVP 레이스는 조금 복잡하다. 여러 후보들이 난립해 있는 것도 문제지만, 한 가지 변수에 의해서 그 양상이 완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 만약 밀워키가 지구 1위를 차지해 가을 잔치에 초대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프린스 필더의 손에서 MVP를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밀워키가 탈락하게 된다면 MVP 레이스는 혼전 양상을 띠게 된다. 필더 외에도 MVP를 수상할만한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충분히 있는 상황이며 그 우열을 쉽사리 가리기도 힘들다. 지난해 ‘라이언 하워드 VS 알버트 푸홀스’의 2파전 이상으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 후보 #1 - 프린스 필더(밀워키 브루어스)


성적 : 99득점(8위) 46홈런(1위) 110타점(4위) .291/.388/.620(1위)


필더의 개인 성적은 누가 머랄 수 없는 올 시즌 내셔널 리그 최고라 할 수 있다. MVP가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이끈 기여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사이영상처럼 개인 성적으로만 주어진다면 투표를 행사하는 기자단은 고민 없이 필더의 이름을 용지에 적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이영상이나 신인왕과 달리 MVP는 ‘가장 가치 있는 선수(Most Valuable Player)'라는 명칭에 걸맞게 개인 성적만큼이나 팀에 대한 기여도가 중요하게 평가된다. 때문에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에 따라 MVP를 수상할 수도 놓치게 될 수도 있는 것.

 
현재 밀워키(76승 72패)는 시카고 컵스(78승 72패)에 1경기 차로 뒤진 리그 2위, 남은 14경기에서 역전 우승에 성공한다면 MVP는 필더가 거의 확실하다.


설령 플레이오프에 탈락한다 하더라도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된다면 30-30을 달성한 데이빗 라이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겠지만, 시즌 내내 브루어스를 포스트 시즌 컨텐더로 이끈 필더도 만만치 않은 표를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필더에게는 상징적인 기록이 몇 가지 걸려있다. 이미 리치 섹슨(현 시애틀 매리너스)이 보유하고 있던 팀내 시즌 최다 홈런(45개)을 경신한 필더는, 4개만 더 추가하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23세)에 50홈런을 돌파한 선수가 된다(종전 윌리 메이스의 24세).


거기다 아버지인 세실 필더(1990년 50홈런)에 이어 부자(父子)가 대(代)를 이어 50홈런을 돌파하는 진기한 기록을 남길 전망, 아버지와 아들이 40홈런을 넘긴 것도 이들이 처음이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밀워키 돌풍의 주역으로 알버트 푸홀스 조차 제치고 올스타전 1루수로 선발되었던 필더가,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MVP의 꿈(세실 필더는 MVP 투표에서 2위만 두 번 했다)을 이룰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적지 않다.



▷ 후보 #2 - 데이빗 라이트(뉴욕 메츠)


성적 : 100득점(7위) 30홈런(7위) 98타점(9위) 31도루(7위) .313/.411(6위)/.547


이미 5-tool플레이어로서 주목받아왔던 라이트가 올해 드디어 그 기량을 만개했다. 올해 나이 25살, 그의 전성기의 본격적 시작이라 봐도 될 것이다. 선구안(현재 89볼넷-100개 페이스)에도 눈을 떴고, 호타 준족으로 평가받던 선수답게 3루수로서 역대 3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자로 이름을 남겼다.


메츠가 시즌 내내 내셔널 리그 최고 승률을 유지하며 지구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호세 레예스(109득점 78도루), 카를로스 벨트란(29홈런 99타점)등과 더불어 라이트가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MVP로서 손색이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지만 라이벌 필더의 성적에 비하면 조금은 부족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 지난 해 후반기부터 이어졌던 부진으로 인해 4월 한 달간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하고 6타점에 그쳤던 것이 뼈아프다. 5월 이후의 성적(.328/.420/.594)은 필더보다 오히려 우위에 있다.


밀워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에 성공 한다면 MVP는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밀워키가 탈락한다면, 3루수 라이트는 1루수 필더와 겨룰만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필더는 주자가 있을 때(.272/.576-타율/장타율) 보다 주자가 없을 때(.306/.658) 강점을 보이는 반면, 라이트는 주자가 있을 시(.325/.582)에 없을 때(.304/.520)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라이트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주포 카를로스 델가도(22홈런 80타점)가 예상보다 부진한 메츠가 지구 1위를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


지금은 내셔널리그 부동의 명문팀으로 자리 잡았지만 창단한지 4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메츠는 단 한번도 MVP를 배출한 적이 없다. 과연 라이트가 팀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수 있을까?



▷ 후보 3 - 맷 할리데이(콜로라도 로키스)


성적 : 107득점(4) 47더블(1) 32홈런(4) 122타점(1) 11도루 .334(2)/.396(10)/.594(3)


사실 개인 성적으로 프린스 필더에 필적할 수 있는 선수는 바로 맷 할리데이다. 홈런 수만 부족할 뿐, 그 외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다. 타격 1위인 치퍼 존스와의 차이도 겨우 1리, 만약 타격왕까지 차지한다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MVP=할리데이’라는 설이 더더욱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불가능에 가깝지만, 승률(.517)은 밀워키(.514)보다도 조금 더 좋다. 밀워키가 탈락하게 된다면 할리데이가 필더에 비해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라이트와 3파전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그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팀 선배인 토드 헬튼이 지난 2000년 타격(.372)과 타점(147개)에서 리그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 시킨 선수들에게 밀려 MVP 투표에서 5위에 그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로키스가 82승 80패로 5할 승률은 넘겼던 시즌이라 올해 할리데이와 매우 흡사한 상황.


또 한명의 선배인 래리 워커가 MVP를 수상했던 1997년은 그야말로 리그를 압도할 만한 성적(143득점 49홈런 130타점 .366/.452/.720)을 보여줬던 해였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타자에게 유리한 쿠어스 필드를 쓰는 선수로서 겪어야만 하는 설움이 할리데이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할리데이도 홈(.366/.423/.692)과 어웨이(.303/.370/.497)에서 극심한 성적 편차를 보이고 있다.



▷ 그 외의 후보들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성적 : 18승 6패 225삼진 2.39(투수 3관왕)


내셔널 리그 투수 3관왕으로 이미 사이영상을 예약한 피비도 MVP 후보 중 한명이다. 하지만 양대리그 통합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작년의 요한 산타나(MVP투표 7위)의 예에서 보듯, 피비도 그 가능성이 그다지 크다곤 할 수 없다. 특히나 팀이 포스트 시즌에 탈락하거나 20승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가능성은 ‘제로’라고 봐도 된다.
 

채이스 어틀리(필라델피아 필리스)

성적 : 91득점 44더블(2) 20홈런 97타점(10) .334(4)/.414(5)/.565(7)


7월 말 부상으로 한 달간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내셔널 리그 MVP 후보 1순위는 어틀리였다. 부상 전까지 타격과 타점에서 1위를 달리던 어틀리는 한 달이나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그 공백을 뛰어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현역 최고의 공격형 2루수로서의 면모를 보인 것으로 만족해야 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극적인 막판 대반격에 성공했더라면 알버트 푸홀스(31홈런 92타점 .320)의 두 번째 수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디널스는 지난주 충격의 9연패를 당했고, 이로 인해 포스트 시즌의 희망과 함께 MVP에 대한 꿈도 접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