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tc...

내가 스타크레프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5.


1997년 수능을 치고 난 후에 찾아온 추운 겨울, 친구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게임방이라는 곳엘 가봤었다. 어느덧 10년 전의 추억이 되었지만, 그 당시 처음으로 접했던 게임은 아직도 즐겨하는, 아니 유일하게 내가 할 줄 아는 게임으로 남아있다. 바로
스타크레프트다.


그다지 잘하지는 않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한 결 같이 그 한 가지 게임만을 즐기고도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재미도 재미지만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다. 그 속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친구든 베틀넷에서 만난 대전 상대이든 2인용 맵이 아닌 이상, 내 본진이 어디에 결정될 지는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까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고, 주위의 환경이나 가정의 부유함 등을 미리 결정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위치가 정해진 후부터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 경기를 진행하다 보면 빌드에서 엇갈리거나, 위치의 유불리 때문에 불리하게 시작할 때도 있지만 결국은 실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우리네 인생에서도 무한맵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이 출발 선상부터 일반인과는 다른 특별한 몇몇이 있어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뛰어난 컨트롤과 운영 능력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 그러한 차이들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스타라는 게임과 인생의 재미 중 하나다.


처음에는 본진 자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님 슬하에서 자랄 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부족함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결국에 우리는 그분들의 곁을 떠나 독립을 해야 할 때를 맞이하게 되고,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때가 분명 온다. 스타도 본진 자원이 떨어지기 전에
멀티를 해야만 한다. 멀티를 실패하면 (인생에서와 동일한 의미로) 굶어죽기 마련이다. ^^;


그 과정도 참으로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전략적인 빌드 오더다. 중학교를 졸업해야만 고등학교를 갈 수 있듯, 게이트웨이를 짓지 않고는 사이버네틱스코어를 올릴 수 없다. 코어를 짓고 나면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스타게이트 테크를 탈 것인지 아니면 로보틱스나 아둔 쪽의 테크를 탈 것인지를 말이다. 멀티를 할 시점을 비롯해서 언제 어떤 테크를 타고 어느 곳의 멀티를 선점할 것인가에 대한 현명한 선택은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다. 적당한 때에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 우리네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도 어려우면서 또한 중요한 것이다.


나 자신의 관리와 준비만 철저하다고 승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항상 주위 사람들과의 경쟁이 뒤따르기 마련,
‘내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만큼이나 ‘상대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가’ 를 아는 것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아무리 많은 멀티를 먹고 다수의 유닛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정찰하는 임무에 소홀히 해 디텍팅 유닛(또는 건물)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다크 템플러나 러커 등의 클로킹 유닛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지기도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또는 한 방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보 수집과 자기 연마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멀티를 했을 때 자신도 멀티를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역공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빠르고도 과감한 순간 판단력이 필요한 것처럼, 인생에서도 어느 순간에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스타라는 게임은 단순히 많이 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러한 면은 인생도 마찬가지.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판단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스타크레프트에는 유닛 간의
‘상성’이라는 것과 ‘조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들과 차별되고 비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가는 것, 나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하나 둘씩 갖추어 가는 것. 바로 상대방(세상) 유닛과의 상성에서 앞서기 위해 내가 보유한 유닛들의 뛰어난 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다.


100의 미네랄로 프로토스는 질럿 한 기, 테란은 마린 둘, 저그는 4마리의 저글링을 생산할 수 있다. 질럿은 강인한 체력과 공격력을, 저글링은 다수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마린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어떤 인생을 살아가건 장단점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은 것은 컨트롤과 운영의 승부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섬세함 보다는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저그의 삶? 뒤를 돌아보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는 않고 한방 러시를 꿈꾸는 프로토스? 아니면 이것저것 참으로 손이 많이 가지만 쉽게 입구가 뚫리지 않는 테란의 삶인가? 참고로 나는 10년 동안 프로토스라는 한 우물만을 팠다.^^



P.S.  조만간 스타 2가 출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다시 스타 폐인의 길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