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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MVP투표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1. 17.


관심을 모았던 2008시즌 메이저리그의 개인 타이틀이 하나씩 발표되고 있다. 신인왕과 사이영상, 감독상 그리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의 주인공이 이미 가려졌고, 이제 남은 것은 양대 리그 MVP 수상자 발표뿐이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새벽에는 아메리칸리그 MVP가, 19일에는 내셔널리그 MVP가 발표될 예정이다. 내셔널리그는 알버트 푸홀스와 라이언 하워드의 치열한 2파전이 예상되고 있고, 아메리칸리그는 유력한 후보도 없이 4~5명의 선수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터라 현 시점에서의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누가 그 주인공이 되던 간에 근소한 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 [야구스페셜]에서는 메이저리그의 역사 속에서 가장 치열했던 MVP 투표들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의 소재는 얼마 전 보도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포토뉴스에서 가져온 것임을 밝혀둔다.


10위. 이치로 스즈키 vs  제이슨 지암비(2001년 AL)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와 신인 신분이었던 이치로는 데뷔 첫 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당시 미국은 데뷔하자마자 최다안타와 타율, 도루 등의 타이틀을 차지한 이치로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고, 그 열풍을 몸소 체험한 기자들은 이치로의 손을 들어주었다. 개인 성적으로 본다면 출루율과 장타율 1위에 오른 지암비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켄 그리피 주니어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떠나고 없는 시애틀을 116승으로 이끌었다는 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논란이 많았던 선정이었지만, 이후 지암비가 약물 파동에 휩싸이면서 그 명예의 먹칠을 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굳이 억울한 선수를 찾자면 그것은 지암비가 아니라 당시 투표에서 3위(1위 7장 259점)를 차지한 리그 타점왕 브렛 분(37홈런 141타점 .331)이다.


9위. 모 본 vs 알버트 벨(1995년 AL)

인상이 험악하기로는 둘 다 만만치 않지만, 한 명은 외모와는 달리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모범적인 팀의 리더였고, 다른 한 명은 기행과 폭언을 일삼으며 기자들을 적으로 만들어 버린 선수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팀과 개인 성적에서 월등한 클리블랜드(100승 44패)의 알버트 벨이 보스턴(86승 58패)의 모 본에게 MVP 투표에서 밀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벨은 94년에 코르크 배트를 사용하다가 들통 나는 바람에 10경기 출장 정지를 당하는 등, 툭하면 팬과 기자 그리고 심지어는 감독이나 동료 선수들과도 싸움을 벌이기 일쑤였던 ‘악동’이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50더블-50홈런을 동시에 기록했던 벨의 MVP도전은 자신을 향한 기자들의 분노에 의해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8위. 모리 윌스 vs 윌리 메이스(1962년 NL)

한국, 일본, 미국 할 것 없이 발 빠르고 수비 잘하는 유격수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 이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팀이 치른 전 경기에 출장해 3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100개가 넘는 도루를 성공시킨 골드 글러브 유격수 모리 윌스가 홈런왕 윌리 메이스를 누른 것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할 것이다.


7위. 로이 캄파넬라 vs 듀크 스나이더(1955년 NL)

1955년은 다저스가 배출한 두 명의 전설적인 스타가 MVP투표에서 격돌해 총점 5점 차이로 그 주인공이 가려졌다. 출장 경기 수나 성적을 본다면 스나이더의 손을 들어줘야할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자 로이 캄파넬라가 아메리칸리그의 요기 베라와 더불어 당대를 호령한 최고의 ‘포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위의 결과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캄파넬라는 단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동안 3번의 리그 MVP를 차지했고, 바로 1955년이 그 세 번째 수상이었다. 반대로 스나이더는 커리어 하이였던 이 해를 비롯해 5년 연속 40홈런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이 두 명이 함께한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숙적 뉴욕 양키스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 3패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6위. 할 뉴하우져 vs 디지 트롯(1944년 AL)

1944년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참으로 재미있는 장면이 MVP투표에서 연출되었다. 일단 1,2위를 차지한 두 선수가 모두 디트로이트 선수였고, 디지 트롯이 할 뉴하우져보다 3장이나 많은 1위표를 얻고도 총점에서 2위로 밀렸던 것이다. 동료인 뉴하우저보다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해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승과 승률에서 트롯의 성적이 더 나빴기 때문이다. 특히 타석에서 별 다른 활약이 없었던 뉴하우져와는 달리 5개의 홈런과 24타점으로 큰 도움을 줬었던 트롯이었기에 그 아쉬움이 더욱 컸다.


5위. 로저 매리스 vs 미키 맨틀(1961년 AL)

1961년 로저 매리스는 61홈런을 쏘아 올리며 베이브 루스가 보유하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60개)을 경신했다. 그에 힘입어 MVP 투표에서도 팀 동료인 맨틀을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2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비율 스탯에서 매리스를 압도한 맨틀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당시 매리스의 홈런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와 임팩트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4위. 후안 곤잘레스 vs 알렉스 로드리게스(1996년 AL)

당시 21살이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역사상 3번째로 어린 나이에 리그 타율 1위에 등극하는 등 가장 돋보이는 개인 성적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팀 내 NO.2 선수는 MVP를 수상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 기자들의 주장과 포스트시즌 실패라는 팀 성적에 가로막혀, 풀타임 첫 해에 MVP를 차지할 수 있었던 영광을 단 3점 차이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팀 동료였던 당시 시애틀 NO.1 선수 켄 그리피 주니어(49홈런 140타점)가 4장의 1위표를 가져가면서 표가 분산되기도 했었고, 텍사스를 서부지구 1위로 견인한 후안 곤잘레스의 성적도 MVP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곤잘레스의 이름이 지난해 발표된 ‘미첼 보고서’에 올라 있었기에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3위. 마티 매리언 vs 빌 니콜슨(1944년 NL)

24장의 1위 표 가운데 1,2위를 차지한 니콜슨과 매리언이 획득한 표가 합쳐서 11장 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치열했던 이 해의 MVP 레이스. 105승 49패로 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의 유격수 마티 매리언은 겉으로 보이는 초라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홈런-타점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외야수 빌 니콜슨을 1점차로 따돌리고 MVP를 차지했다. 카디널스와 컵스가 무려 30경기 차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주인공이 타율 2위(.347), 출루율 1위(.440), 장타율 1위(.549)에 오른 팀 동료 스텐 뮤지얼(136점-4위)이 아니라 매리언이었다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2위. 조 디마지오 vs 테드 윌리암스(1947년 AL)

MVP와 관련된 논란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두 선수가 바로 테드 윌리암스와 조 디마지오일 것이다. 1941년 역사상 마지막 4할(.406) 타율을 기록하고도 디마지오에게 MVP의 영광을 빼앗겼던 윌리암스는 또 다시 두 명이 격돌한 47년에도 총점 1점 차이로 디마지오가 개인 통산 3번째 MVP를 수상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홈런과 타점을 비롯해 득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볼넷(162) 등 굵직한 개인 타이틀을 모조리 싹쓸이 하고 46년에 이어 2년 연속 MVP 수상을 노렸던 윌리암스가 타이틀이라곤 하나도 없는 디마지오에게 밀렸던 것이다. 이유는 딱 두 가지, 하나는 디마지오의 소속 팀인 뉴욕 양키스가 리그 챔피언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들이 윌리암스를 끔찍하게도 싫어했다는 것이다.


1위. 키스 에르난데스 vs 윌리 스타겔(1979년 NL)

당대 최고의 1루수로서 골드 글러브급의 수비와 타율과 득점, 2루타(48) 등에서 리그 선두를 차지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낸 세인트루이스의 1루수 키스 에르난데스. 126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32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소속 팀 피츠버그를 내셔널리그 1위로 견인한 전설적인 외야수 윌리 스타겔. 이들 두 명의 ‘Hall of Famer'는 각각 총점 216점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하게 리그 MVP를 공동수상하는 진기한 기록을 남겼다. 스타겔은 포스트시즌에서도 10경기에서 5홈런 13타점으로 팀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피츠버그의 마지막 우승 기록으로 남아있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