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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대학 강단에 선 강민호, “나에게 야구는 라이벌이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2. 3.


롯데 자이언츠의 미남 포수 강민호가 대학 강단에 섰다.


부산대학교에는 학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각계의 인사를 매주 강사로 초빙하여 강연을 하는 ‘21C 효원특강’이라는 강좌가 있다. 강민호는 70%가 넘는 지지를 얻으며 ‘부산대 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스포츠 선수 1위’로 뽑혀 12월 2일 400명에 가까운 대학생들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강단에 선 강민호는 처음 얼마간은 많이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와 안절부절 한 모습으로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안정된 모습을 되찾으면서 특유의 입담을 뽐내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 반이 넘는 강의 시간 내내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명강의’로 학생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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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올해 올림픽에서의 에피소드와 경험담까지 거침없는 언변으로 쏟아내는 그의 모습에서 24살 청년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드래프트 당시 때 솔직한 심정으로 ‘롯데만 빼고 나머지는 다 괜찮아’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 롯데 유니폼이 회색이었잖아요. 그 칙칙한 색, (어린 마음에)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또 롯데로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라는 말로 프로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강민호는 “처음에는 롯데가 정말 싫었는데, 롯데는 나한테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었고,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은 너무나도 만족한다.”며 현재는 자신이 ‘부산 갈매기’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표현했다.


4년째 룸메이트로 함께 하고 있는 에이스 손민한 선수와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올해 목표로 삼았던 이대호 선수, 올해 롯데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손광민(얼마 전 손아섭으로 개명) 선수 등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와 에피소드로 가득했던 그의 강의는 색다른 맛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자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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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끼리 너무나 잘 뭉쳐졌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모인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하나 되는 경험은 나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도 자칫 헤이해질 수 있는 선수단을 모아서 집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4강전 경기장에 도착한 후 스타팅 포수였던 진갑용의 갑작스런 통증 호소로 인해 선발로 출장하게 되는 바람에 무척 긴장해서 실수를 연발했던 이야기, 준결승에서 승리한 이후 너무나도 기뻐서 선수단 전체가 노래를 부르며 숙소로 들어간 일, 그리고 결승전에서 퇴장당할 당시의 상황에 대한 에피소드 등은 400여 학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승엽 선수에 대한 그의 언급이다.


“이승엽 선배가, 그 대스타이고 유명한 분이, 올림픽에서 부진이 이어지자 다른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간에 바깥에서 혼자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고 이승엽 선배가 한 말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준결승 일본전에서 가장 중요한 때 한 방 날리는 모습을 보며, 역시 스타는 스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포수로서 박경완 선배를 가장 존경하고,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 1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신은 박경완을 비롯한 진갑용, 조인성 등의 선배 포수들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며 겸손한 모습까지도 보여준 강민호. 아직은 배울 것과 앞으로 이루어나갈 것이 더욱 많다는 그의 말은 결코 의도된 겸손으로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 야구는 라이벌이다. 많은 라이벌들을 만났기 때문에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야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나타내기도 했었고, “내 좌우명은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한 발 더 내딛자’입니다.”라는 진지한 한 마디로 강연을 듣던 학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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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로 선발된다면 기꺼이 출장하겠다. 3년 연속 120경기 이상을 출장해, ‘(포수인데) 너무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젊고 아직 힘이 있을 때 열심히 뛰고 싶다. 나도 경기 수와 이닝 수가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 있고, 그 만큼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만큼 겨울에 하체를 중심으로 열심히 훈련을 해서 극복해왔고, 올해도 그럴 계획이다.”


강의 내내 넘치는 유머 속에서도 진지함이 드러났고, 자유분방한 듯 하면서도 감독과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잃지 않았다.


이미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 강민호, 올림픽을 통해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WBC와 롯데의 2009시즌을 위해 겨우내 많은 땀을 흘릴 예정이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