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강단에 선 강민호 선수의 강의 내용 중에는 동료인 롯데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도 제법 포함되어 있었다. 4년째 룸메이트로 생활하고 있는 손민한 선수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아니면 올 시즌 자신의 목표로 삼았던 이대호 선수에 관한 이야기 등을 짧고 위트 있는 표현으로 전달한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멘트는 손민한에 대한 다음의 짤막한 촌평이었다.
“제가 욕 하는 게 아니라요, 손민한 선배님요? 정~~말 운동 안합니다.(학생들 대폭소) 그리고 정~~~말 술 좋아합니다.”
(이 뒤에 손민한이 잘하는 비결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했다. 재미있는 상황에서 웃음과 더불어 한 이야기들이니, 내용 자체만 보고 오해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경기 도중 위기 상황이 되거나 투수가 흔들릴 때면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대부분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나누는 지를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강민호는 속 시원하게 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단, 그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경기 도중에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하는 이야기 궁금하시죠? (학생들 : 네~~) 손민한 선배님 같으면 제가 올라가서,
“오늘 제가 아는 여자 친구가 두 명 와 있으니까, 끝나면 소개팅 해줄게요.”
뭐 이런 말 합니다.
제가 글러브로 입 가리고 투수랑 진지한 이야기 하는 줄 아시죠? 그런 말은 절~대 안합니다.(학생들 : ㅋㅋㅋ)
그리고 가장 궁금해 하시는 외국인 투수 때!(갑자기 전원 집중) 딱! 두 마디만 합니다!
“렛츠 고, 파이팅~!”(학생들 자지러짐)
그렇게 말해주면 좋아하더라구요. 더 말을 하고 싶지만 그게 안돼요. 그래서 저 요즘 ‘윤OO 영어’ 공부하고 있습니다.(학생들 : 푸하하~~)
왜들 웃으세요?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한다는 게 기특하잖아요.(학생들 : 박수~) ^^v
손광민 선수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도 소개해 주었는데, 그 부분은 마침 동영상으로 촬영한 부분이 있다. 물론 캠코더도 아니고 급하게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 화질은 물론 소음까지 생생하게 들린다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시즌 중엔 제가 6번 타자고 손광민이 7번 타자에요. 손광민 선수 아시죠? 이번에 이름이 바뀌었어요. 손아섭이라고. 제가 광민이랑 경기하다가 가르시아가 치고 있을 때 제가 바로 뒤고 그 뒤가 손광민인데, 둘이 얘기를 많이 해요. 그 때 찬스가 왔었는데, 가르시아가 죽었어요. 가르시아가 찬스를 못 살린 거죠. 그 때 손광민이 저한테 이러더라구요. 약간 허스키해요. “행님, 뒤엔 제가 있지 않습니까. 맘 편하게 치십시오 행님~” “어 그래 광민아 고맙다. 편하게 칠게” 근데 저도 못쳤어요. 그리고 광민이한테 기회가 갔죠. “광민아 너라도 쳐야 내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아웃 당한 것이) 묻힌다.” 근데 광민이도 역시 못 쳤어요. 그래가지고 다음 번 공격 때 음료수 한 잔 마시고 쉬고 있는데, 광민이가 조용히 와가지고 귓속말로 “지못미~”(학생들 박장대소) 그 말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시합 중에 옆에 와서 그렇게 말하는 데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직접 만난 강민호 선수는 정말 유쾌한 청년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이 하고픈 말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속에 담겨진 자신감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민호 선수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끝낸 뒤 찍은 기념사진 한 방.(언제나 그렇지만 본인의 얼굴을 공개할 때는 부끄럽기만 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웬 썩소? --;)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