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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마무리 투수(?) 봉중근, 보직 변경의 위험은 없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5.

며칠 전 <스포츠조선>은 LG의 김재박 감독이 에이스 봉중근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은 많은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특별히 부상 등으로 인해 오랜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팀의 에이스급 투수를 갑작스레 마무리로 돌리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80년대가 아니다.


이를 놓고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찬성’과 ‘반대’가 아닌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단 여기에서는 봉중근의 마무리로서 성공 가능성이나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에 대한 논란, 봉중근이 빠진 LG 선발진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기로 한다.


지금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과연 봉중근이 계속해서 마무리 투수로 남을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잦은 보직 변경이 봉중근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점도 생각해보려 한다.


▶ 마무리 투수 봉중근... 과연??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할 몇 가지 덕목을 이야기 할 때면 일반적으로 빠른 볼, 탈삼진 능력,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을만한 두둑한 배짱 등을 든다. 여기에 좌완이거나 강인한 체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난해 투구이닝 1위,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3위를 차지한 왼손투수 봉중근은 위의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다고 해서 마무리 투수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또 그렇지 않다. 모든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의외성이 큰 종목이 바로 야구이기 때문이다.


2007년에 .338의 고타율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던 선수가 이듬해에는 .257의 빈타를 기록하기도 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봉중근이 비록 2008년에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지만, 그것이 올해까지 이어질 확률이 100%는 아니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마무리 전향이라는 변화를 꾀한다면 그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봉중근이 구원투수로 뛰었던 적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던 2003년(6승 2패 1세 5.05) 밖에 없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그는 선발 유망주로 키워졌었고, 국내 복귀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워낙에 좋은 구위를 지닌 투수이기에 LG의 다른 투수들보다는 그 역할을 잘 수행해 낼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 요소도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 브렛 마이어스와 우에하라 고지의 나쁜 선례

2년 전 메이저리그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바로 올해 박찬호의 소속 팀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2007시즌이 개막한 지 보름만에 필라델피아는 팀의 에이스인 브렛 마이어스를 중간계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특성상 마이어스가 반대를 한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흔쾌히 ‘팀의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승낙해버렸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팬들은 좌절감에 빠졌고,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어이가 없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5년(13승 8패 3.72)과 2006년(12승 7패 3.91)에 좋은 성적을 거둔 당시 27살의 젊은 에이스는 사이영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속 95마일(153km)에 달하는 묵직한 포심과 수준급의 커브,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마이어스는 그 전 2년 동안 413이닝을 소화하며 39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131개의 볼넷만을 허용했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과 탈삼진 능력을 동시에 겸비한 투수였다.


원래는 중간계투로의 변신이었으나,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또 다시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책임져야만 했다. 그 해 마이어스는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5승 5패 21세이브 2.87의 뛰어난 성적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견인했다. 일단 마이어스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던 셈.


하지만 2008년에 필라델피아는 FA 시장에서 브래드 릿지라는 수준급 마무리 투수를 영입했고, 마이어스는 다시 선발 투수로 돌아서야만 했다.


연이은 보직 변경 탓이었는지, 마이어스는 전반기에 3승 9패 5.84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기 들어 제 컨디션을 회복(7승 4패 3.06)하며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탰지만, 잦은 보직 변경으로 인해 큰 위기를 겪어야만 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2007년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우에하라 고지도 마무리 투수로 보직 변경을 시도했다. 우에하라는 4승 3패 32세이브 1.74의 환상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마무리 투수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한 물 갔다’라는 세간의 평가까지 날려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요미우리가 광속구 투수로 유명한 크룬을 영입하면서 다시금 선발투수로 보직이 변경되었고, 우에하라는 시즌 초 컨디션 난조로 인해 4연패를 당하면서 2군에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나중에 중간계투로 1군에 복귀하긴 했지만 잦은 보직 변경은 FA를 앞둔 우에하라의 몸값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 봉중근은 내년에도 마무리일까?

일단 올해 당장은 봉중근을 마무리로 활용한다고 치자. 실패할 가능성보다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긴 한다. 선발진의 성적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봉중근의 활약으로 인해 승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그만큼 뛰어났던 선수를 계속해서 마무리로만 기용할 수 있을까? 우규민의 기량이 나아지거나 또 다른 인재가 발굴된다면, 김재박 감독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봉중근을 다시 선발로’가 아닐까.


당장 2009년 올해 봉중근이 마무리 투수로서 훌륭한 한해를 보낸다 하더라도, 그 보직이 내년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되었을 때 2010년의 (아마도) ‘선발투수 봉중근’은 힘든 시기를 겪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과연 내년에도 봉중근의 보직은 마무리 투수일까?’
‘만약 다시금 선발 투수로 돌아서게 된다면, 그에 대한 후유증은 없을까?’
‘브렛 마이어스와 우에하라 고지가 걸었던 길을 봉중근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충분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의 성과를 위해 에이스급 선발 투수의 보직을 변경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Osen.co.kr. & MLB.com]


// 김홍석(http://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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