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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WBC, 포스트 박찬호와 이승엽이 필요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9.


이번 제2회 WBC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난항을 겪었던 것은 바로 박찬호이승엽의 참가여부였다.


본인들이 참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뜻을 일찍부터 밝혔고, 팬들도 그들을 놓아주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해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은 평소답지 않게 집요하리만치 그들을 대표팀에 포함시키려고 했다. 이 때문에 자신에 대한 안티가 계속해서 늘어날 정도였지만 김인식 감독은 그 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바로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사령탑을 맡아 그 두 사람의 활약상을 직접 지켜본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팬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 대회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 사실상 한국 대표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의 엄청난 능력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던 김인식 감독이니, 그들에 대한 미련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으로 인해 많은 야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한국 야구의 저력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듯하다. 때문에 이번 WBC에서도 굳이 이승엽과 박찬호가 없더라도 준비만 착실히 한다면 지난 대회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이승엽과 박찬호가 없었다면 지난 WBC 4강은 가능했을까?”
“이승엽이 없었더라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가능했을까?”


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동일하게 ‘Never’다. 단순한 ‘No’ 정도가 아니라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승엽의 홈런이 없었더라면 올림픽 준결승과 결승전은 승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들 동감을 할 것이다. 그럼 WBC는?


지난 대회에서 이승엽은 한국이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장해 5홈런 10타점 8득점을 기록했다. 대회의 홈런-타점왕에 빛나는 최고 타자였다. 7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의 득점은 모두 26점이었고, 그 가운데 절반이 이승엽의 타점 혹은 득점으로 인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이승엽이 없었더라면 한국은 경기당 1~2점도 제대로 뽑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이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7경기에서 14점 밖에 허용하지 않은 짠물 피칭(팀 평균자책점 2.00)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찬호가 있었다. 박찬호는 선발 한 경기를 포함해 4경기에 등판하여 10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3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쿠바의 야델 마티(1승 2세 12.2이닝 무실점)와 일본의 마쓰자카(3승 13이닝 2실점) 등과 더불어 대회에서 가장 돋보이는 3명의 투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제1회 WBC 대회가 끝난 후 운영위원회에서는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 12명(야수 8명, 지명 1명, 투수 3명)을 선정해 ‘All-Tourney team’을 구성했다. 이승엽은 알버트 푸홀스와 마크 테세이라 등을 재치고 당당히 최고의 1루수로 뽑혔으며, 박찬호도 위에서 언급한 두 명과 함께 최고 투수 3명 가운데 한 명으로 뽑혔다.


이 두 명이 없었더라면 지난 대회에서의 4강은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김인식 감독은 당시 그 현장에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두 선수의 멋진 활약상을 직접 지켜봤던 장본인인 것이다. 그러니 미련을 가질 수밖에.


국제 대회에서 박찬호와 이승엽이 보여준 위력은 정말 엄청났다. 김인식 감독이 아직까지 제2회 WBC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치를 언급하지 않고, 조심스러운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은 차와 포를 모두 떼인 대표팀으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당시 12명의 대회 베스트 선수에는 박찬호와 이승엽 말고 이종범(25타수 10안타)도 뽑혔었다.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을 챙긴 서재응(14이닝 1실점)이나 구대성(1승 8이닝 1실점)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이들 역시도 이번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많은 야구팬들이 4강의 위업만을 기억하고 있지만, 이승엽과 최희섭(1개)을 제외하곤 그 어느 누구도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가한 그 대회에서 홈런을 뽑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저 대회 당시만 하더라도 서재응은 메이저리거 신분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1차 발표때 백차승을 뽑은 것은 단순한 ‘배려’ 차원이 아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 있어서 과연 누가 저 둘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 이승엽의 빈자리는 추신수가 대신한다고 치면, 박찬호의 빈자리는? 윤석민? 김광현? 류현진? 과연 이들이 메이저리거 타자들을 상대로 박찬호만큼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MLBspecial의 지난 포스트들을 계속해서 읽어왔던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개인적으로 개인의 꿈을 위해서라도 이승엽과 박찬호를 놓아줘야 한다는 의견에는 십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들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한다.


‘두 명을 놓아줘야 한다’와 ‘이들이 없어도 된다’는 분명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할 문제다. ‘없어도 되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은 1라운드는 뚫을 수 있겠지만, 2라운드까지 통과해 4강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깜짝 스타가 아닐까. 3년 전의 박찬호와 이승엽의 역할을 대신해 줄 누군가의 등장. 어쩌면 앞으로 향후 10년간 한국 야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슈퍼맨의 비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지도 모른다.


지난 WBC와 올림픽에서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포스트-박찬호’‘포스트-이승엽’의 탄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그리고 만약 나타난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 될 지, 제2회 WBC를 기다리면서 가장 우려되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MLBphotographer.com,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