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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에 도전하는 우에하라와 가와카미의 성공 가능성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6.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에이스급 투수들의 메이저리그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그에 대한 대우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10년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간판 투수로 활약해온 우에하라 고지(34)는 볼티모어 오리을스와 2년간 1000만 달러(인센티브 600만)에 계약했고, 주니치 드래곤즈 출신의 가와카미 켄신(34)은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인 3년간 2300만 달러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프로야구의 ‘에이스’ 출신 투수는 모두 다섯 명이 됐다. 나머지 3명은 2007년에 진출한 마쓰자카 다이스케(29, 보스턴 레드삭스)와 이가와 게이(30, 뉴욕 양키스), 그리고 작년에 LA 다저스에 입단한 구로다 히로키(34, LA 다저스)다.


▶ 일본에서의 통산 성적

이들 다섯 명은 모두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특급 에이스 선발투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이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긴 투수는 누구일까?


위의 표는 다섯 투수들의 일본 시절 통산 성적과 평균 성적을 나타낸 것이다. 얼핏 살펴봐도 다승과 이닝, 탈삼진, 평균자책점 등에서 가장 좋은 숫자를 나타낸 마쓰자카의 성적이 가장 돋보인다. 마무리 투수로 1년 외도를 한 우에하라의 성적도 매우 훌륭하다.


가와카미의 성적은 이가와와 흡사한 면이 있으며, 비교적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구로다의 성적이 가장 뒤쳐진다. 일본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이들의 순위를 매겨본다면 마쓰자카-우에하라-이가와-가와카미-구로다의 순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 ‘메이저리그’라는 부담을 먼저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성적은 참고사항일 뿐, 그것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 뉴욕 양키스에 입단해 2년째 아무런 공헌도 못하고 있는 이가와는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있지만, 일본 시절 그보다 나쁜 성적을 기록했던 구로다는 지난해 9승 10패 3.73의 좋은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에 훌륭하게 적응했다는 것이 좋은 예다.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이가와는 28세, 구로다는 33세였다. 나이로 보나 일본에서의 성적으로 보나 이가와가 구로다에 비해 부족한 점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이 두 명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이가와는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는 2승 4패 6.66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20승 11패 3.47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량차를 과시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최고로 군림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AAAA급 선수가 되고 만 것이다.


일본 고교야구 대회를 보면 지역 예선에서는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고시엔 진출권을 따내고도, 막상 본선 무대에서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팀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고시엔에는 마물이 살고 있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메이저리그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고시엔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특별한 마물이 살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선수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아무리 마이너리그를 호령하던 선수라도 이 마물에게 먹혀버리고 만다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구로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무난하게 적응했다는 것은 그와 동급 내지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는 우에하라와 가와카미 역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같은 레벨인 이가와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한 구위나 구질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전력을 다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최고의 무대에서, 알 수 없는 압력에 억눌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우에하라와 가와카미가 구로다처럼 되느냐, 아니면 이가와의 전철을 밟느냐는 ‘메이저리그’라는 이름이 지난 압박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의 우에하라

작년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5할미만의 승률을 기록했던 팀은 볼티모어 오리올스(68승 94패 .422)가 유일했다. 특히 이 지구에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4팀 가운데 LA 에인절스를 제외한 3팀(템파베이, 보스턴, 양키스)이 모두 몰려 있다.


볼티모어는 전체 162경기 가운데 54경기를 이들 세 팀과 치른다. 즉 볼티모어 소속의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막강한 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이들 세 팀과의 경기에 10번 이상 등판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볼티모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제레미 거스리(10승 12패 3.63)였다.

거스리는 30번의 선발 등판 중에 11번을 위의 세 팀과 상대했다. 결과는 2승 7패 평균자책점 4.82의 심각한 부진으로, 그 외의 19경기에서 8승 5패 3.02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것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의 투수가 가져야만 하는 부담이다.


이처럼 우에하라에게는 또 하나의 넘어서야할 관문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벽은 생각보다 높다. 필자가 우에하라의 성공가능성을 가와카미보다 낮게 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구 소속의 투수라는 점.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구위가 필요하다.


직구 스피드가 현저하게 감소하여 전성기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는 우에하라가 동부지구의 빅3와 대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무기인 다양한 포크볼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류로 손꼽히는 타선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며,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게 된다면 제2의 이가와가 탄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 ‘투수들의 왕국’에서 뛰게 되는 가와카미

우에하라와는 정반대로 가와카미는 전통적인 투수 왕국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뛰게 된다. 과거 영광의 주역이었던 ‘애틀란타 투수 3인방’도 없고  레오 마조니 코치도 없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색채만큼은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필라델피아 필리스나 뉴욕 메츠와 같은 지구 소속이라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 소속이라는 점은 가와카미에게 유리하다. 또한 홈구장인 터너 필드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 가운데 하나다.(반대로 볼티모어의 캠든 야드는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지난 3년 동안 일본에서 거둔 성적만 놓고 봐도 가와카미(38승 20패 2.81)가 우에하라(18승 17패 33세 3.09)보다 다소 앞선다. 계약에서 드러나는 둘의 연봉 차이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가와카미도 우에하라와 마찬가지로 직구 스피드가 그다지 위협적인 선수는 아니다.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구질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확신은 아직 없다. 전형적인 땅볼 투수인 가와카미의 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제압하는 데 애를 먹는다면 소속 팀에서 비롯되는 이점들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와카미의 성공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보이는 것은, 이가와와 구로다가 겪었던 실패와 성공의 방정식이 우에하라와 가와카미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둘 다 동일하게 ‘메이저리그’라는 벽을 뛰어 넘어야 하지만, 우에하라는 뛰어 오르기 힘든 진흙 위에 서 있는 반면, 가와카미는 발판이 되어줄 의자까지 마련된 상태다. 바로 이 차이가 올 시즌 둘의 성패를 가르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