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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WBC가 월드컵처럼 될 수 없는 이유 - 특급 스타들의 불참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22.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3월에 열리는 제2회 WBC에 참가하는 16개 나라들의 45인 예비엔트리가 발표되었다. 다음 달 말이면 이들 가운데 28명씩의 선수가 최종적으로 선발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회 대회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메이저리그의 특급 스타들이 대거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구팬들은 WBC가 축구의 월드컵과 같은 ‘전 세계 야구선수들과 팬들의 축제’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월드컵에서 자국의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부상의 우려’나 ‘다음 시즌에서의 좋은 성적’을 이유로 사퇴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대표로 뽑히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하한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에서는 세계 탑클래스 선수들을 모두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월드컵이 ‘전 세계 축구선수들과 팬들의 진정한 축제’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WBC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45인 예비 엔트리가 발표되었을 뿐인데도, 메이저리그의 구단주와 단장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많은 대표를 배출한 팀일수록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이미 미국 대표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였던 존 랙키(LA 에인절스)는 구단 측과의 합의에 따라 대표팀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래서야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 선발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양대 리그 사이영상의 주인공인 클리프 리(22승 3패 2.54)와 팀 린스컴(18승 5패 2.62), 그리고 현역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로이 할러데이(20승 11패 2.78), C.C. 싸바시아(17승 10패 2.70), 브랜든 웹(22승 7패 3.30) 등이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인 조나단 파펠본(5승 4패 41세이브 2.34)과 브래드 릿지(2승 41세이브 1.95)도 참가하지 않는다.


당초 참가하기로 했었던 랙키가 태도를 바꾼 탓에 확실히 참가 의사를 표명한 선발 투수는 로이 오스왈트(17승 10패 3.54), 제이크 피비(10승 11패 2.85) 그리고 스캇 카즈미어(12승 8패 3.49)까지 세 명 뿐이다. 그나마도 카즈미어의 경우는 지난해 부상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일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조 네이선(1승 2패 39세이브 1.33)이 주축이 되는 구원진은 16개국 가운데 최강이라는 평가지만, 그래도 파펠본-릿지가 함께하는 것보다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홈런-타점 1위에 빛나는 라이언 하워드(48홈런 146타점)와 ‘인간승리의 주인공’ 자쉬 해밀턴(32홈런 130타점)을 비롯해 마크 테세이라(33홈런 121타점), 조 마우어(9홈런 85타점 .328), 체이스 어틀리(33홈런 104타점), 랜스 버크만(29홈런 106타점), 맷 할리데이(25홈런 88타점 .321) 등 주전 라인업에 포함되어야 할 타자들이 대거 불참한다.


워낙에 선수층이 두터운지라 이들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을만한 선수단을 구성했지만, 이래서야 어디 ‘대표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재 미국 대표팀은 2진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3진급도 되지 않았던 1회 대회보다는 낫지만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미국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은 바로 도미니카 공화국(이하 도미니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초’특급으로 손꼽히는 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미니카 출신이고, 그들로 구성될 라인업은 ‘세계 야구 역사상 최강의 라인업’이라 불릴 만 했기 때문이다.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할 호세 레예스(16홈런 56도루 .297)와 헨리 라미레즈(33홈런 35도루 .301)는 ‘메이저리그 No.1’을 다투는 1번 타자들이다. 뿐만 아니라 알버트 푸홀스(37홈런 116타점 .357), 알렉스 로드리게스(35홈런 103타점), 매니 라미레즈(37홈런 121타점 .332), 블라드미르 게레로(27홈런 91타점 .303), 데이빗 오티즈(23홈런 89타점)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괴물들이 모두 도미니카 대표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되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매니 라미레즈의 이름은 아예 45인 명단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예비 엔트리에는 포함되어 있지만, 이미 발표가 있기 전에 게레로는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푸홀스 역시도 부상에 대한 우려로 팀에서 꺼리고 있는 터라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야구팬들이 바라던 ‘환상의 라인업’은 말 그대로 환상으로만 남게 될 판이다.


베네수엘라의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인 요한 산타나(16승 7패 2.53)도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6승 5패 39세이브 1.40)도 자신의 조국인 파나마 대표팀 명단에서 일찌감치 빠졌다. 일본도 마쓰이 히데키를 비롯한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불참한다. 게레로와 랙키를 보유한 LA 에인절스 같은 경우는 단장이 직접 나서서 선수들을 설득하고 있을 정도다.


1회 때부터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던 편파적인 조편성과, 이해할 수 없는 대진 방식, 그리고 이름 있는 선수들의 참가 거부 사태. 축구의 제전인 월드컵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WBC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초창기인지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허술한 대회 운영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야구가 올림픽 공식 종목에서 제외된 지금 야구라는 스포츠는 일종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WBC는 그 자리를 대신하여 ‘진정한 세계의 야구 축제’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WBC가 정말로 그 이름(World Baseball Classic)에 걸맞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일한’ 대회로 인정받고 싶다면, 적어도 각 팀의 대표로 뽑힌 모든 선수들이 자국의 대표로 참가하여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