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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소띠’ 박찬호에게 ‘소띠 해’인 2009년이 중요한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23.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이어지는 12간지의 ‘띠’는 양력이 아닌 음력이 그 기준이 된다. 따라서 26일이 되어야 진정한 기축(己丑)년이 시작되는 것이다. 2009년은 바로 ‘소띠’들의 해다.


▶ 소띠 해에 이뤘던 ‘풀타임 선발투수’의 꿈

한국 야구팬들의 영원한 영웅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바로 소띠 가운데 한 명이다. 박찬호는 계축(癸丑)년인 1973년 6월 30일에 태어났다. 1994년 메이저리그로 건너갔으며, 2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후 19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박찬호는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고 48경기에 등판, 108.2이닝을 소화하며 5승 5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팀의 대선배였던 너클볼러 톰 캔디오티를 제치고 5선발로 낙점, 14승 8패 3.38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장차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젊은 선발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박찬호가 선발투수로서 입지를 굳혔던 1997년은 정축(丁丑)년, 자신이 태어난 해와 마찬가지로 소띠 해였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09년은 기축(己丑)년, 73년-97년과 마찬가지로 소띠 해다.


작년에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95.1이닝을 소화했고 4승 4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 같은 느낌도 살짝 들지만, 96년의 성적과 상당히 비슷하다.


그리고 현재 박찬호는 필라델피아에서 5선발 보직이 확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97년에 터진 금융위기에 비교될 정도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한 상황, 당시보다 12살이나 더 먹은 박찬호는 올해 한국 나이로 37세가 되었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상황은 12년 전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힘들었던 IMF 시절 절망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주었던 그가 12년이 지난 올해도 다시금 ‘희망 전도사’가 되어 팬들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이것은 비단 박찬호 혼자만의 바람이 아니라, 그를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야구팬들의 한결같은 소망이기도 하다.


▶ 아시아 출신 최다승 투수 外

역대 아시아 출신 최다승 투수는 123승을 거두고 지난해 은퇴한 일본의 노모 히데오다. 117승의 박찬호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올해의 활약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차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아시아 기록에 뭘 그리 연연하느냐?”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노모가 은퇴할 당시 현지 언론에서도 그를 ‘아시아 출신 최다승 투수’라고 소개를 했다. 각종 기록에 민감한 메이저리그가 아시아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상, ‘OOO 최다승’이라는 타이틀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더군다나, ‘아시아가 어쩌고~’하는 타이틀에 민감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도 그러한 타이틀에 상당히 민감하지 않던가. 5살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이왕에 한-일 양국에서 라이벌 구도로 굳어진 노모를 기회가 있을 때 넘어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300번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는 현재까지 298명으로, 현역 선수 가운데는 배리 지토(287회)와 박찬호(280회)가 가장 근접해있다. 박찬호가 5선발 자리를 꿰찬다면, 7월 말이나 8월 초쯤에는 선발 등판 300번째 경기를 치르는 역대 300번째 선수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통산 1846이닝을 기록 중인 박찬호는 올해 154이닝만 소화하면 노모(1976.1이닝)가 이루지 못한 2000이닝에 도달하게 된다. 선발투수로서의 재기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 모든 기록들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2009년은 박찬호 개인의 선수생활에 있어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올해 4.50이하의 평균자책점으로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선발 투수로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으로도 몇 년간 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완의 대기’가 되느냐 ‘유능한 젊은 선발’로 인정받느냐의 기로였던 97년에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자신의 입지를 굳힌 바 있는 박찬호. 2009년에도 그와 같은 상황이 박찬호 본인과 그를 지켜보는 팬들 앞에 그대로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MLBphotographer.com]


(PS. 민족의 명절인 설이 코앞에 다가왔군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소망하시는 것들을 모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설이 지나면 29일부터 베타버전으로 오픈하는 <야구타임스>에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