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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WBC Special]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 29.


야구 월드컵!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축구 월드컵'에 대항하기 위하여 메이저리그가 고안해 낸 '세계 야구 타이틀전'이 바로 야구 월드컵이다. 전 세계에 야구를 널리 알리고, 또 뿌리내리기 위한 대전제를 안고 출발한 야구월드컵은 2006년 1회 대회를 기점으로 World Baseball Classi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하 WBC)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거창하게 시작됐다.


이러한 메이저리그의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었다. 축구가 이미 70여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월드컵을 '지구촌의 축제'로 만든 것에 비하면 야구계는 그러한 범세계적인 대회 개최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나 올림픽 정도였지만, 이 또한 아마야구의 성격이 짙었고, 그나마 프로선수의 출전은 2000년 이후에야 이루어 질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전 세계에 야구를 널리 알려 '전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로 인식시키자는 시도는 분명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아직은 초기단계다. 아직까지도 개선해야 할 점도 많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간과한 부분도 많다. 그렇다면 WBC에 담긴 진실과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경기 진행 방식과 참가국에 대한 분석도 뒤따라야 하는 것이라 본다.


▶ WBC의 특징 1) 메이저리그 일방통행식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이라는 대회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대회다. 왜냐? 대회 명칭에 붙는 Classic이라는 단어는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과 포스트시즌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을 '한여름의 고전(Summer Classic)', 포스트 시즌을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이라 부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해답은 쉽다.


다시 말하자면 WBC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15개국의 동의 없이 실시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인비테이셔널(MLB Invitational)'이라고 대회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 장소, 수익 구조, 경기 진행 방식 등이 모두 메이저리그 사무국 주도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메이저리그 일방통행식이다.


또한 야구는 아직까지 FIFA와 같은 세계적인 협의회가 없다. 따라서 WBC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일 뿐이지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아니다. 올림픽이라면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에서 정한 종목에 따라 순위별 성적과 메달이 수여되며, 이에 따른 ‘공신력’이 생기지만, WBC는 그런 것도 아니다.

▲ 메이저리그에서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주목하고 있다


▶ WBC의 특징 2) 대회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

축구 월드컵은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포르투갈)를 비롯하여 웨인 루니(영국) 등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산실로 여겨지며, 월드컵이라는 대회 자체를 하나의 목적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WBC는 공신력이 없는 대회인데다 메이저리그가 자신들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참가를 고사했다.


반면 기량이 쇠퇴한 일부 노장 선수들이 자진 참가를 선언하였는데, 이는 WBC를 통하여 자신의 기량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 즉 WBC를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WBC에 주최격인 메이저리그 역시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상의 위험이 있는 팀의 주축선수들의 경우 오히려 참가를 말리고 있는 형편이다(양키스의 왕치엔밍, 마쓰이 등). 이러한 대회에 동양권 국가들만 소위 '용'을 쓰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사무라이 제펜'이라 하여 올림픽때 우리나라에 설욕하고 원수갚음을 운운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많은 언론사에서 이웃나라 일본과의 준비과정을 비교하느라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WBC를 '오프시즌 3라운드'로 보는 견해

WBC가 공신력이 없는 대회이기는 하나, 야구를 즐기고 선수들로 하여금 스프링캠프의 대안으로 실전감각을 익혀준다는 점에서 '오프시즌 제 3라운드'로 보는 시각도 많다. 1라운드 FA시장, 2라운드가 트레이드 시장 개방이라고 한다면, 이것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각 팀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스프링캠프와 WBC로 몸을 만드는 과정이 '제 3라운드'인 셈이다. 따라서 WBC에 대한 많은 시각이 있지만, 거꾸로 이야기 하면 WBC만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야구경기도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야구팬들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국가간의 대항전이라고 해서 두 눈에 쌍심지를 켜지 말고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WBC는 1982년 한대화의 쓰리런 홈런이 터져나왔던 때의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는 아니다.


이렇게 상업적인 목적이 많은, 메이저리그 일변도의 WBC에 우리나라가 집중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우리나라 역시 전 세계에 야구를 뿌리내려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참가국 16개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역시 어느 정도 '야구 선진국'에 속한다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도 참가를 제촉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가 정착된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나머지 국가들도 참가한다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만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뉴스거리다. 아니, 한일전은 야구팬들을 넘어서 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을 잘 살린다면 WBC의 여파를 4월에 시작되는 국내리그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메이저리그 인비테이셔널' 이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건 간에 프로레벨에 속한 선수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이 있다. 메이저리그가 정말로 야구의 세계화를 꿈꾸었다면 WBC가 아닌 올림픽에 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야구의 탄생지가 '영국'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은 야구 선진국들의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내심 바라는 것은 WBC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야구가 올림픽 무대에 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 위의 포스팅은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사진(C) = 베이징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 MC유진(
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