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세력이 팽창하고, 신대륙의 발견과 바닷길 개척이라는 화두가 던져지면서 14~15세기에는 소위 ‘향료(후추)’ 수입이 對 동양(주로 중국) 무역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주식인 고기에 후추라는 향료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었고, 이는 동양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올림픽을 통하여 동서양의 스포츠가 만났고, 이는 동서양을 떠나 전 세계 화합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에 비해 프로야구의 경우에는 동과 서가 만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물론 올림픽이나 대륙간컵 대회, 세계 야구 선수권 대회를 통하여 ‘아마야구 국가대표팀’이 만난 경우는 있었지만, 정식 프로팀을 국제무대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2006년, 동서양의 프로야구 국가대표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바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이었다. 본 대회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다른 국가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야구의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자’하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WBC 우승팀은 그들이 그렇게 업신여겼던 동양권 국가에서 나왔으며, 그들은 2라운드 첫 패를 한국에게 당했다. 이로 인하여 WBC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그들은 누구인가?(Who they?)’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다.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야구계로도 이어져
자국의 국가대표팀이 동양의 별 볼일 없는 팀에게 졌다는 사실은 미국 야구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말로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호기심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극대화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때에도 그러했듯이, 항상 프로스포츠가 국가를 대표하여 일을 낼 때마다 당국은 그 자체를 ‘지나간 행사’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동양 프로스포츠에 대한 호기심을 살려 국내 프로스포츠에 접목을 시킬 줄 알았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은 한국 야구 위원회 총재가 맡아서 해야 했다. 예를 들어 동양야구, 그 중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대한 중계권을 메이저리그나 유럽리그를 중심으로 전파하는 방법도 고안해 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중계권의 가치가 년간 천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니폼에 영문표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대한 가치를 전 세계에 심어 놓아야 한다.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 영문표기, 색다른 시도로 바라보아야
그런 점에 있어서 한화 이글스가 올 시즌부터 유니폼에 선수들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 생각한다. 야구장으로 직접 야구를 보러 오는 외국인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서 일부나마 우리나라 야구를 시청하는 외국인들에게 적어도 선수 이름이라도 알게 해 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많은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야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작은 바탕’이 된다면 이러한 시도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한화구단에서 간과한 점은 분명 있다. ‘친밀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는 사실이다. 누구에게 친밀하다는 것인지 되물어 보면 대답을 못 한다. ‘야구장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친밀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27년 동안 ‘한글이름’으로 된 야구유니폼에 친숙했던 우리나라 야구팬들이기에 말 그대로 영어보다는 한글에 더 친숙하다. 영어가 더 친숙하다고 이야기한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텔레비전 중계를 본 사람이라면 선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는 것은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아니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보편 타당하다고 이야기하는 한화 구단의 ‘친밀감’이야기는 분명 여론의 뭇매를 감수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그러한 뭇매는 시즌 내내 계속될 수도 있다.
야구의 세계화를 이룬 뒤에 영문표기를 의무화해도 늦지 않아
물론 일본의 모든 프로구단도 100% 영문표기를 한다. 한자나 가나로 이름을 표시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떠나 한때는 구단의 로고를 메이저리그에서 따온 것이 대부분이기도 했다(예 : 주니치는 LA 다저스를 패러디).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중계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유니폼에 영문이름 표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야구의 세계화와 국내야구 저변의 활성화, 국내 프로야구의 전 세계 방영이 이루어 질 때 ‘원치 않아도’ 유니폼에 영문표기를 해야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름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화 구단의 선수이름 영문표기를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 볼 필요도, 영문 표기에 대해 너무 앞서나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진(C) =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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