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WBC Special]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2편 [WBC Special] WBC 진행방식 : 이중탈락이란 무엇인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과 관련하여 제 1편에는 WBC의 참가 의의를 살펴보았다고 한다면, 전편에서는 이중탈락(Double Elimination)이라는, WBC의 생소한 경기 진행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각 국가별 전력 탐색이 이루어져야 할 때다. 16개 국가 중에서 2라운드에 진출하는 팀은 각 풀리그당 두 팀에 불과하며, 이들 팀 역시 만만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렇게 만만치 않은 싸움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상대는 바로 아시아의 국가들이다.
풀리그 A : 한국, 일본, 대만, 중국
객관적인 전력으로 따진다면, 풀리그 A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2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중탈락’이라는 변수가 양 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의외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림 1 : ‘이중탈락’ 룰을 적용시킨 풀리그 A의 예상 결과
하지만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어떤 형태로든 마지막 제 4경기는 한국과 일본이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둘 모두 ‘이중탈락’ 경기방식의 허점을 마지막 경기에서 한풀이 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두 팀이 마지막 경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WBC가 싱글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수는 2라운드 첫 팀이 쿠바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다. 체력 안배의 차원에서 본다면 마지막 경기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지만, 쿠바를 피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마지막 경기마저 잡아야 한다. 김인식 감독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듀얼 토너먼트의 허점이다.
풀리그 A의 주요 선수들
네 국가의 45인 예비 엔트리를 살펴보면,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대만의 주요 선수들이 1~2명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단, 한국은 투-타의 핵심인 박찬호와 이승엽이 빠졌으며, 일본은 히데끼 마쓰이가 부상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고, 대만 역시 왕치엔밍이 부상 후유증을 염려하여 2회 연속 WBC에 불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두 국가는 ESPN에서 선정한 ‘탄탄한 투수력을 지닌 국가’ 1위(일본)와 2위(한국)에 랭크됐다. 그만큼 만만히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은 마쓰자까의 합류로 오히려 마운드의 높이가 높아졌다. 풀리그 A의 일본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주요 선수들(B+) : 김광현, 정대현, 류현진, 장원삼, 봉중근, 손민한, 윤석민, 임창용, 김병현, 강민호, 진갑용, 이대호, 김태균, 최정, 고영민, 정근우, 손시헌, 김현수, 이종욱, 이용규, 추신수, 이택근
일본 주요 선수들(A) : 다르빗슈, 와타나베, 다나카, 이와쿠마, 와다, 스기우치, 우쓰미, 후지카와, 마쓰자카, 구로다, 사이토, 아베, 조지마, 나카지마, 마쓰나카, 오가사와라, 무라타, 이와무라, 이나바, 아오키, 이치로, 후쿠도메
대만 주요 선수들(C+) : 궈홍즈, 뤄진롱, 리쩐창, 쯩송웨이, 뤄지아런, 천홍원, 천웨이인, 샤오이지에, 우쓰요우, 리야오위청, 린위에핑, 이웨이화, 린보요우, 린커지엔, 차오진후이, 니푸더, 지양지엔밍, 가오즈강, 쟝즈시엔, 양중쇼우, 리두슈엔, 펑정민, 가오구어칭, 린이취엔, 씨에지아셴, 린저슈엔, 뤄구어후이, 황정웨이, 천즈위엔, 궈다이치, 쟌즈야오, 조우쓰지
중국 주요 선수들(D) : 부타오, 천하이펑, 동쓰, 쟝리, 시아캉난, 리천하오, 리웨이량, 쨔오슈에린, 천쥔이, 리유카이, 주따웨이, 동춘화, 쟝쩐왕, 레이 창, 추푸지아, 쟝시아오티엔, 왕징차오, 지아더롱, 리유광비야오, 쟝위펑, 천하오, 펑이, 펑페이, 쑨링펑, 왕차오
해외파 선수들이 간혹 눈에 띠기는 하지만, 대부분 국내리그 선수들로 WBC 엔트리가 구성된 가운데, 메이저리거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단연 일본이다. 마쓰자까를 포함하여 이치로, 이와무라, 조지마, 후쿠토메 등이 참가의사를 표시했으며, 이 중 세 선수가 1회 대회 때에도 참가를 했다. 그만큼 일본의 전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만에 우세를 보이고 있는 듯하면서도 ‘박진만’ 까지 빠진 공백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대표팀의 강력한 무기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단연 ‘패기’라 할 수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증명했듯이 젊은 선수들의 대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야 일본과도 ‘해 볼 만할 것’ 이다.
대만의 경우 주요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모두 빠진 가운데, 해외파 중에서는 궈홍즈를 비롯한 일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눈에 뜨인다. 또한, 한때 콜로라도 로키스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바 있었던 차오진후이가 합류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지난 올림픽이나 2006년 아시안게임때와 같이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2~3점차 승리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다만 대만과도 두 번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만약에 제 3경기에서 일본에 패할 경우 다시 한 번 더 대만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추성건 서울고등학교 코치가 직접 키워 낸 선수들(광동 레오파스)이 눈에 뜨이긴 하나, 이번 대회에서도 '참가에 의의‘를 둘 것이 확실시된다. 흥미로운 것인 우리나라가 중국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있다. 제 1경기에서 일본에 패하고,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대만에 패한다면(물론 이는 한국과 일본의 1, 2경기 승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귀국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지략싸움도 볼만할 것
무엇보다도 김인식과 하라 다쓰노리로 압축되는 ‘장외 싸움’도 큰 화재가 된다는 것이다. 일단, 제 1회 WBC 사령탑을 맡은 바 있었던 김인식 국가대표팀 감독이 일본의 하라 감독보다는 한 수 위에 있다. 원래 일본은 WBC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제펜시리즈 우승 팀 감독을 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제펜시리즈가 시작되기도 전에 하라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따라서 하라 감독으로써는 제펜시리즈를 우승시키지 못한 데에 따른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이며, 이를 WBC로 갈음해야 한다는 부담 역시 클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아킬레스건은 하라 감독의 지휘 스타일이다. 하라 감독과 미국의 데이비 존슨 감독은 적시에 투수교체/대타 기용에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적어도 지략 싸움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에 한 수 앞서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대표팀은 올림픽이나 1회 WBC때와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으로 사령탑을 믿고 따라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또 한 가지 볼 만한 싸움이 있다. 바로 입씨름 대결이다. WBC를 앞두고 과연 어떠한 ‘말말말’이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WBC 1라운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 위의 포스팅은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 MC유진(http://mlbspecial.net)